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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산제 로펌 17억 배상사고

[별산제 로펌 17억 배상사고] "로펌 현실 외면" 논란

"법무법인 현실 외면" "무한 책임은 당연" 논란도
'합명회사' 준용… 로펌의 실태와 대책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해산한 'L법무법인 사건'이 변호사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해산 전의 L법무법인은 건실한 로펌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법무법인에 상법상 합명회사 규정을 적용해 구성원들에게 무한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변호사들은 법무법인들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변호사법 제58조1항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높은 수준의 공공성이 요구되는 변호사의 업무 특성상 법무법인 구성원에게 무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많다. 이번 사건은 법무법인들이 유한법무법인으로 전환을 서두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성원' 이유만으로 연대책임… 개인책임 지나치게 확장
일부 로펌, 책임 제한되는 유한법무법인으로 전환 서둘러
전환요건·절차 등 까다로워 중소규모 로펌은 그나마 멈칫

 
◇"법무법인 현실 무시한 채 합명회사 규정 준용"= 대부분의 법무법인들은 내부적으로는 구성원들이 각자 사건을 수임해 와서 공통비용 등을 제하고 나머지는 본인이 챙기는 독립채산제로 운영되지만, 세금 혜택 때문에 개인법률사무소보다는 법무법인 형태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책임에 있어서는 변호사법 제58조1항이 법무법인에 상법상 합명회사 규정을 준용하도록 해 독립채산제 형태의 법무법인이라도 내부 구성원들은 다른 구성원들의 행위에 무한책임을 진다.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수임사건과 관련해 사고를 친 구성원 변호사가 잠적하거나 심지어는 자살하는 사건이 있어 다른 구성원 변호사들이 예측하지 못한 책임을 지게 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은 변호사법의 합명회사 준용 규정이 변호사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한 인적 조합에 가까운 법무법인에 상법상 주식회사와 유사한 합명회사의 규정을 적용하도록 한 것은 법무법인의 현실을 외면한 입법이라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다른 구성원 변호사가 맡은 사건의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도 단순히 같은 법무법인에 소속돼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해당 변호사와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개인의 책임을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이라며 "법무법인의 수가 적고 대부분의 법무법인 구성원들이 긴밀한 인적 유대관계를 가졌던 시기에 만들어진 변호사법 제58조1항은 변화한 변호사 업계와 법무법인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빨리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한법무법인으로의 전환이 해결책= 하지만 법 개정 이전이라도 법무법인을 구성원의 책임을 제한하는 조직 형태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해결방안으로 꼽힌다. 지난 2006년 7월 개정변호사법의 시행으로 상법상 유한회사인 유한법무법인과 민법상 조합규정 적용을 받는 법무조합의 설립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무한책임 형태의 기존 법무법인들은 구성원들의 책임이 한정된 유한법무법인과 법무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07년 국내 법무법인으로는 최초로 유한법무법인으로 전환한 유한법무법인 태평양의 한 관계자는 "유한법무법인은 합명회사 준용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구성원들이 무한책임을 지는 대신 출자금의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진다"며 "전원이 동의해야 하는 합명회사의 의사결정구조와 달리 이사회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도 유한법무법인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사실 변호사 업계에서는 유한법무법인으로의 전환이 대형 로펌들 위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본격적인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법무법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구성원 수를 늘려 대형화하기 위해서는 유한법무법인 형태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변호사수 기준 국내 10대 법무법인 중 태평양과 세종, 율촌, 화우, 바른, 로고스가 이미 유한법무법인으로의 전환을 마친 상태고, 나머지 광장과 충정, 지평지성, 대륙아주도 전환을 서두로고 있다. 대륙아주 관계자는 "법인 형태 전환을 검토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준비를 해둔 상태"라며 "대표변호사들뿐만 아니라 상당수 구성원 변호사들도 유한법무법인으로의 전환에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법무법인 전환, 중소규모 법무법인에 부담= 대형 법무법인과는 달리 중소규모 법무법인이 유한법무법인으로 전환한 사례는 아직까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5월 28일을 기준으로 유한법무법인은 총 697곳의 법무법인 중 24곳(3.4%)에 불과하다. 변호사법 개정으로 국내 로펌업계가 유한법무법인 형태로 재편될 것이라는 당시의 예상이 크게 빗나간 셈이다.

유한법무법인과 법무조합의 설립이 더딘 이유는 까다로운 설립 요건과 절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구성원이 3명 이상이어야 하는 일반 법무법인과 달리 유한법무법인은 구성원이 7명 이상이어야 하고, 그 중 2명 이상은 법조 경력이 10년 이상이어야 한다. 또 인적(人的) 회사인 일반 법무법인과 달리 물적(物的) 회사인 유한법무법인은 법인자본금 5억원 이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소규모 법무법인들 사이에서는 유한법무법인으로의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구성원 변호사는 "구성원들끼리 유한법무법인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이 일치하지만 구성원 요건은 물론이고, 각 구성원들이 출자해 5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마련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대형로펌이 아니고서는 유한법무법인으로의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까다로운 회계처리기준도 한 몫= 변호사법이 엄중한 회계처리 기준을 요구하는 것도 유한법무법인으로의 전환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변호사법은 유한법무법인의 회계처리기준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과 동일하게 적용해 회계처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또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법무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유한법무법인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한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는 "구성원 변호사들의 책임을 완화하는 대신 회계의 투명성을 담보한다는 차원의 입법이겠지만 규모가 작은 법무법인들에게는 부담이 된다"며 "이 밖에도 손해배상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매출액의 10%를 법인 유보금으로 적립하도록 하는 것도 유한법무법인으로의 전환을 꺼리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세특례 적용 안 되는 법무조합은 한 곳도 없어= 법무조합으로의 전환은 더욱 까다롭다. 민법상 조합규정을 적용받는 법무조합은 유한법무법인과 구성원 요건이 동일할 뿐만 아니라 각 구성원들의 책임도 유한법무법인의 구성원보다 자유롭지만, 법무조합으로 전환한 사례는 아직까지 한 건도 없다. 유한법무법인과 달리 법무조합으로 전환할 경우 기존 법무법인의 청산과정이 복잡한 것은 물론 청산으로 인한 소득에 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반 법무법인에서 유한법무법인으로의 전환은 법인세법상 과세특례가 적용돼 청산소득에 대한 세금이 부과되지 않지만 법인세법상 법무조합으로의 전환의 경우에는 세금이 부과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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