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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에게 법정(法廷)이란

배리스터와 솔리시터

영국은 근대변호사의 모태가 되는 국가이다. 변호사의 근원을 찾아 올라가면 그리스, 로마가 될 것이지만, 오늘날의 변호사의 모습이 형성된 국가는 영국이다. 필자는 2010년 MDP(Multi-disciplinary Practice)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150년 이상 발전된 영국의 변호사 제도를 조금이나마 연구할 기회가 있었다. 실제 영국에는 다양한 유형의 법률전문가들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변호사의 분류는 배리스터(Barrister)와 솔리시터(Solicitor)이다.
배리스터와 솔리시터라는 분류는 변호사가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배리스터는 법정변호사이다. 위그(Wig)라는 가발을 쓰고 법정에서 변론을 하는 변호사가 법정변호사인데, 사전을 찾아보면, 위그는 '고위층인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각종 관(冠)이나 모(帽)를 썼던 모자의 나라이고, 그 모자에 의해서 지위를 식별할 수 있었던 것처럼, 영국의 가발이 그와 유사한 기능을 하였던 것 같다. 반면, 솔리시터는 사무변호사라고 칭하는데, 법정에 가지 않고 각종 거래에 대하여 자문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변호사이다. 배리스터건 솔리시터건 법정에 출석하려면 까다로운 복장 규정(dress code)을 지켜야 하는 바, 그 중의 하나가 가발이고, 그 외에 가운을 포함한 여러 가지 복장 규정을 지켜야 한다. 변호사회에서 변호사 가운을 입자는 시도를 한 것을 기억하는데, 영국에서는 2008년 1월 1일 자로 복장규정을 민사법원과 가사법원에서는 폐지하였다.
이러한 변호사의 구분은 변호사의 일이 크게 송무(訟務)와 자문(諮問)으로 구별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들 간의 위계에서 배리스터가 솔리시터를 한 단계 낮은 급의 변호사로 보았다는 것은 변호사의 업무가 법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배리스터는 Barrister-at-Law 또는 Bar-at-Law라고도 불리는데, 이들은 솔리시터와 달리 직접 의뢰인을 접촉하지 않고, 솔리시터나 변리사와 같은 전문가를 통해서만 법정에서 의뢰인을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한다. 반면 솔리시터의 경우에는 직접 의뢰인을 접하고, 이들을 대리하여 각종 법률문서를 작성하여 주는 등 법률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영국법의 영향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의뢰인을 직접적으로 만나는 솔리시터들이 배리스터보다 더 많은 의뢰인 기반을 가지게 되고, 많은 돈을 버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결과 뉴질랜드와 같은 나라는 영국법 전통을 가진 국가이지만, 변호사 가운데 양자의 구별이 없어지고 하나의 직업이 되었다. 본국인 영국에서도 양자의 구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런 구별은 우리나라와도 무관하지 않다. 일본은 이런 제도적인 구별을 간접적으로 받아들여서 소수의 변호사와 다수의 인접자격사를 두는 방식을 취했다. 필자가 보기에 이는 배리스터 제도와 솔리시터 제도를 일본 나름대로 변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영국의 솔리시터도 변호사로서 법률자문업무를 하는 것인데, 일본이 관(官) 중심으로 변용하여 퇴직 공직자들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우리의 세무사에 해당하는 세리사(稅理士), 변리사, 법무사에 해당하는 사법서사(司法書士) 등의 자격이 변호사와 공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의 이러한 제도는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이식되었다. 일본에서 수입된 기형적 제도는 로스쿨이 도입된 지금 변호사체제로 정비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 다른 영향의 하나가 배리스터의 경우에는 단독으로 개업하여 변호사업을 영위하는 1인 성주(城主)로 일을 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배리스터의 경우 법으로 조합형식 등과 같이 복수의 변호사가 모여서 일을 하는 것을 제한하였다. 영국 변호사 법제 개혁 보고서인 2004년 12월 클레멘티 보고서(Clementi report, 이 보고서의 정식명칭은 'Report of the Review of the Regulatory Framework for Legal Services in England and Wales'임)에서 이러한 제한의 폐지가 주장되었다. 그 정도로 배리스터의 단독 업무수행에 대한 전통은 오래되었다.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변호사가 오랜 기간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호사에게 법정이란

고품격 음악 방송을 표방하는 한 방송국의 '라디오 스타'라는 프로그램에서 항상 나오는 고정 질문은 출연자에게 '음악이란'이라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변호사에게 법정이란 어떤 곳일까. 변호사에게 법정(우리와 일본은 法廷, ほうてい이라고 쓰고, 중국은 法庭이라고 씀. 영어로는 courtroom)은 업무의 터전이요, 변호사의 직능이 발휘되는 궁극의 장소이다. 배리스터의 후예들이자, 동시에 솔리시터의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변호사들에게 실제 법정에 가건, 그렇지 않건 간에 법정은 마음의 고향이다. 법정은 변호사에게, 마치 가수에게 무대와 같은 곳이다.
그러므로 변호사에게 법정은 현재 법정에 있건 그렇지 않건 언제나 출발점이고 종착점이다. 그런 점에서 법정에서의 변호사의 역할, 변호사간의 예의, 판사와 변호사간의 예의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법정에서의 모든 행동은 언제나 경건한 제의(祭儀)이기 때문이다. 신성(神聖)국가에서 민주국가로 넘어오면서, 사법권은 제사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법의 이름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곳, 법을 통하여 사회의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고, 돌아가야 할 자에게 그 몫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곳, 그 신성한 장소가 바로 법정이다. 그렇기에 영국법정의 그 엄격한 복장 규정과 번잡한 예절은 번문욕례(繁文縟禮)라고 치부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다. 세상이 바뀌어 단순화할 수는 있어도 그 정신마저 사라지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법정에 대한 변호사와 판사의 예의 및 존중은 사법정의의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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