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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lawketer다

[나는 lawketer다] 동행자로서의 변호사

조우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전문적인 조언을 주고 궁극적인 솔루션도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들이 주의할 점은 변호사의 신랄한 지적을 의뢰인이 좋아할 것이라 착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나 컨설턴트들은 업무 성격상 비판적이거나 부정적인 언급을 많이 하게 된다. 나아가 이처럼 비판이나 문제점을 많이 지적하는 사람이 더 유능한 전문가라는 인상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예상 외로 의뢰인들은 그런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태도를 썩 달가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변호사를 찾아 온 의뢰인들은 이미 충분히 자신의 문제에 대해 상처받고 있고, 나아가 그 일이 자신의 부주의한 잘못 때문에 비롯되었다는 점 때문에 자책감에 빠져 있다. 그런데 거기에 대고 신랄하게 이런 저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오히려 이런 화법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첫째,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그것이 반드시 의뢰인의 실수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이런 문제는 전문가라고 해도 실수할 가능성이 크답니다. 임대차 법률관계는 흔히 보게 되지만 구체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고려해야 할 요소가 정말 많거든요. 전문가도 그럴진대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이런 실수 정말 많이 발생합니다. 사장님만 이러시는 거 아닙니다. 제 변호사 생활 동안 이런 실수로 상담한 건수가 20건이 넘습니다. 다들 이런 실수 하며 삽니다."

둘째, 그 와중에도 의뢰인이 잘한 부분을 찾아내서 칭찬한다.
"그래도 놀라운 점은 사장님이 바로 문제점을 인식하시고 절 찾아오신 겁니다. 보통 문제가 터져야 변호사를 찾는데, 사장님은 참 현명하십니다."
"그래도 일단 이의신청은 제 때 해두셨네요? 이러기 쉽지 않은데. 잘 하셨습니다."
이런 접근은 고객들의 자부심을 높여주고 변호사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실제 전문가들 중에는 고객의 잘못된 부분을 신랄하게 파헤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분명 위험한 일이다. 문제를 많이 가진 고객일수록 스스로에게 느끼는 자괴감이 크다. 고객의 자존감을 무너뜨려서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을 위임받아 처리하는 과정은 '특정한 일을 하청받아 무조건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힘쓰는 과정'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어두운터널을 같이 걸어가는 동행의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변호사의 사건처리를 '동행'이라는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변호사는 더 이상 의뢰인의 행위를 평가하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감싸주고 격려하며 힘을 내게 북돋우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야 말로 의뢰인의 얘기를 들어주는 단 한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렇듯 의뢰인의 말을 경청하고 마음에 공감할 때 변호사는 기능과 기교를 구사하는 전문가가 아닌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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