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의뢰인은 변호사를 믿고 말할 수 있어야

'링컨 차를 탄 변호사(The Lincoln Lawyer, 2011)'

'링컨 차를 탄 변호사(The Lincoln Lawyer, 2011)'라는 영화를 보면 의뢰인의 어머니가 동석을 하여 의뢰인과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변호사가 의뢰인의 어머니에게 의뢰인의 어머니의 경우에는 변호사-의뢰인 간의 의사교환에 대한 법적 보호(Attorney-Client Privilege)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만일 의뢰인과의 대화를 듣고 그 대화내용을 법정에서 증언을 하라고 하는 경우 이를 피할 수 없으니 자리를 비워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조엘 슈마허 감독의 '타임 투 킬(time to kill)'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매튜 맥커너히(Matthew McConaughey)라는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라서 보게 되었지만 미국 변호사법에서 가장 중요한 의뢰인의 권리의 하나인 'Attorney-Client Privilege'에 대한 좋은 이야기 재료를 얻을 수 있어서도 좋았다. Attorney-Client Privilege는 미국 증거법이 부여하는 법적 보호로서 변호사와 의뢰인 간에 서로 의사교환을 한 내용, 쉽게 말해 서로 간에 나눈 이야기는 법적으로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불리한 내용을 진술하도록 법정에서의 증언을 강요당하지 않으며 서로 의사교환을 한 내용은 압수나 수색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의뢰인이 스스로 이러한 법적 보호를 포기할 수 있으니 의뢰인의 이러한 포기가 있기 전에는 변호사는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 물론 변호사는 자신이 근무하는 로펌의 동료변호사가 업무상의 필요에 의하여 의견을 듣거나 협업을 위해서 의뢰인과의 의사교환 내용을 공유할 수 있다.

형사사법시스템에서 검사와 변호사의 역할분담

왜 이런 법적보호를 미국 변호사와 의뢰인간의 의사교환에 부여하고 있을까. 변호사는 형사사법시스템에서 국가공권력을 통하여 수사를 하는 검찰과 경찰의 상대방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을 변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피의자나 피고인과의 신뢰가 중요하다. 형사사법은 한편으로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범죄자가 아닌 자가 국가 공권력에 의하여 범죄자로 지목되어 억울하게 처벌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검사가 전자의 역할, 다시 말해 범죄자를 발견하고 처벌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 변호사는 후자의 역할, 다시 말해 범죄자가 아닌 자가 국가 공권력에 의하여 범죄자로 지목되어 억울하게 처벌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검사도 중립적인 역할을 하여 억울한 범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형사소송에서 대립적인 구도의 기본 축은 검사와 변호사의 역할분담에서 실체적인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Attorney-Client Privilege

범죄혐의를 받고 수사를 받고 있거나 검사에 의하여 기소되어 형사재판을 받게 된 김갑동 씨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왔다. 이때 변호사는 수사기관과의 관계에서 김갑동 씨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변호사는 그 자체로 국가 공권력과 같은 힘은 없지만, 제도적으로 김갑동 씨가 억울하게 처벌받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는 법률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김갑동씨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변호사에게 김갑동 씨가 한 이야기, 이 변호사가 김갑동 씨에게 해준 이야기나 서류가 법정에서 제출되어야 하고 압수나 수색의 대상이 된다면 김갑동 씨는 스스로 알아서 말을 가려서 해야 하고 다시 외로워지게 된다.
The Next Three Days' 라는 영화를 보면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몰린 아내를 구해서 해외로 떠나는 남편(러셀 크로가 이 역할을 맡았다)이 등장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결정적인 증거인 동전이 물에 쓸려서 흘러 간다. 사법 시스템에 의해서 구제되지 못하고 개인적인 탈출극으로 가족은 다시 하나가 된다. 사법시스템은 2개의 서로 다른 눈, 즉 검사의 눈과 변호사의 눈을 통해서 실체적인 진실을 구현하려고 하는 것이다. 검사의 시각으로 재구성된 범죄에 대해 변호사가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판사는 합리적인 의심이 제거되어야 판결로 형사처벌을 명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기대고 있는 형사사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김갑동 씨는 변호사에게 자유롭게 자신의 변론을 위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편하게 변호사만은 믿을 수 있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장치가 Attorney-Client Privilege이다. 일본에서는 변호사비닉특권(辯護士秘匿特權)이라고 번역하는 이러한 법적 보호는 형사사법에서의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에서의 신뢰를 제공하는 근거를 마련한다. '링컨 차를 탄 변호사(The Lincoln Lawyer, 2011)'에서 주인공인 매튜 맥커너히는 바로 자신이 부담하는 변호사로서의 의무 때문에 고민하다가 의뢰인을 변호사 윤리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형사처벌이 되도록 한다. 영화의 내용이 더 궁금하면 500원 대신 영화를 보기 바란다. 형사변호사(defense lawyer)가 범죄자들을 도와주는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검사 아내와 사는 형사변호사의 이야기를 보고 그래도 형사사법에서의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에서의 신뢰를 제공하는 장치는 여전히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이 영화는 오락을 넘어서서 사법시스템에 대한 나름의 기여도 한 셈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