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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

[내가 쓴 책] '유럽법의 기원'

한동일(교회법학 박사·서강대 겸임교수)

리걸에듀
우리는 법의 테두리 안에 살면서도 법을 잊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법은 되도록 다수의 인권과 생활권을 보호하기 위한 인간의 역사적 창조물이다. 그렇게 중요한 위치에 있고 우리의 삶과 직결되어 있으면서도 정작 우리는 법의 보호는커녕 법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그 같은 일이 발생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아마도 법의 원래 탄생 배경과 발전 역사에 소홀하기 때문에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전문적인 법률 공부를 하지 않아도 법이라고 하면 크게 학문적인 접근과 실용적인 접근 두 측면이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법을 체계화시키고 발전시켜왔던 일련의 역사를 간직한 유럽에서는 그 조화를 굉장히 중요시 하며, 그것을 현실화하는 데 신중하고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왜냐하면 그 같은 노력이 국가와 사회의 틀을 결정짓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삶의 방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며, 또한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알려면 그 집안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것은 현재 그 사람이 존재하게 된 경위 즉, 역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일컫는다. 법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국가의 정책 실행의 기준은 법의 실용적인 면만을 부각시켰고 그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자신의 안위에만 상관되는 법의 조항들을 선택, 취합하여 이용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법은 그 역사가 말해 주듯 인간 존재의 근본을 일깨우고 더 나아가 세상을 발견하게 하는 즉,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그 의미를 현실화(실용화) 시키는 학문이다.

이러한 맥락이 「유럽법의 기원」을 쓴 배경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과 사건들을 법의 잣대로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각 나라가 처한 상황이 다 다르고 그 나라에 속한 개개인의 삶의 환경적 입장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법의 실용적인 측면만 생각하여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그것을 적용시키려고 한다면, 산적해있는 문제들은 더욱 서로 엉키게 된다. 그리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다른 문제들에 직면하게 된다. 자신에게 처한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에 휩쓸리다보면 자신의 정체성까지 잊어버리듯 말이다.

그렇다면 법에게 자문하고 호소하는 많은 이들의 입장을 우리들은 어떻게 함께 해주어야 할까? 과연 법은 어떤 의미적 존재인가? 그 같은 질문은 "나는 다른 이와 어떻게 살아야할까?" "나는 어떤 의미의 누구인가?"라는 근본 질문과 그 맥을 같이 한다. 그 질문의 답으로써 본인은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실질적인 법률로 세상의 의미적 존재들을 지키고 싶어 하는 법조인들과 굳이 법을 공부하지 않더라도 사람들 마음속에 내제된 법(양심)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 다만 다소 생경한, 학문적이고 전문적인 용어들이 그 같은 꿈을 펼치려 「유럽법의 기원」의 졸저를 집어든 독자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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