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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법조계에서 제일 좋은 직업

3월이 되면 지금도 강의를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로스쿨 전임교수를 그만 둔지 1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교수로서의 학기 중심의 감각이 살아있는 것 같다. 3월의 첫 주 강의는 교수로서 참 어렵다. 아직 워밍업이 되지 않아 겨울방학의 기운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강의를 하는 것이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 그러다 중간고사가 지나가면 어느 샌가 그 이후에는 금방 여름방학이 오곤 했다. 지금도 필자는 교수님들을 3월에 뵈면, 늘 "교수님, 개강되셔서 힘드시지요"라는 질문을 한다. 사실 질문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질문이지만.

그래도 3월이 좋았던 것은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매년 1학년의 전공필수 과목이었던 'IT 경제와 법'이라는 과목을 강의하였던 필자로서는 첫 강의 시간에 만나는 학생들에게 항상 했던 말이 변호사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직업인가 하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즉각적인 학생들의 반응을 기대해서는 아니다. 그 보다는 로스쿨이 기본적으로 가지는 변호사 양성기관으로서의 성격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어서였다. 반대로 학생들에게 궁금한 것이 있냐고 물으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 있었다. 아마도 발달된 인터넷의 덕인 것 같은데, "교수님은 법조인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을 해 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중에서 무슨 직업이 제일 좋은 직업인가요" 하는 질문이다.

어찌 하다 보니 필자는 사내변호사로 국내기업과 해외기업도 경험했고, 로스쿨에서 교수를 하고 있었고, 또 대법원에서 재판연구관으로도 일했다. 또 로펌에서의 경험도 했으니 학생들이 보기에는 무슨 일을 하는 것이 법조계에서 제일 나은 것인지 묻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사실 이 질문은 동료 변호사님들도 가끔 물어 보는 것이라, 개인적으로는 자주 물어오는 질문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는 질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보면 법조인으로 일한다는 것 자체가 필자에게는 행복한 일이고, 경험하였던 하나 하나의 자리에서 힘들었던 순간만큼이나 기쁜 일도 많아서 그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필자는 교수가 제일 좋은 직업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답은 개인적인 답일 수밖에 없다. 각자가 바라는 바가 다르고, 가진 재능이나 처한 상황이 다른데 법조계에서 좋은 직업이 어찌 하나이겠는가. 복수의 답을 가진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사법시험을 보게 된 이유를 들어보면 필자의 답에 대한 이유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은사이신 서울대학교의 권오승 교수님을 찾아뵌 1995년 어느 가을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햇살 좋은 어느 가을날 오후, 필자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의 권오승 교수님 연구실을 찾아 가서 교수님을 뵈었다. 이제 오랜 예전의 기억이지만 더듬어 보면 당시 석사과정 마지막 학기였던 필자는 교수님께 박사과정을 가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고, 교수님은 학문을 더해서 교수가 되려면 앞으로는 실무경험을 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무슨 생각을 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필자는 예나 지금이나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공부하는 것이 좋았다. 필자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판사, 검사, 변호사가 말하는 법조인'이라는 책에도 썼지만, 말 먹을 돈도 부족했던 학부시절 속된 말로 헌법에 필(feel)이 와서 권영성 교수님 책 외에도 허영교수님 이론 (상),(중),(하)까지 사서 헌법 공부를 했다. 능력도 안 되면서 도서관에서 원서를 대출해 읽으려고 애써보고, 대학신문에 독일의 헌법학자 칼 슈미트(Carl Schmitt, 11 July 1888 ~ 7 April 1985)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대학을 조기졸업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조기졸업에 성공했다. 이어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조기졸업에 독일어와 법학을 같이 공부했으니 학부생활에서 공부와 아르바이트 외에는 기억이 없다. 참 불쌍한 청춘이었다. 그리곤 석사과정을 들어갔다. 공부해서 학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그런 상황에서 권오승 교수님께서 실무를 해야 제대로 된 교수가 된다는 조언을 주셨다. 그 길로 신림동으로 가서 시험공부에 매진, 2년 후 사법연수원에 입소할 수 있었다. 처음 생각부터 변호사가 된 것이 교수를 하고 싶어서였던 필자로서는 지금도 법대 교수가 제일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로스쿨을 마치고 변호사가 된 제자들에게 말하는 내가 생각하는 제일 좋은 직업은 변호사다. 앞으로 로스쿨을 마친 후배 변호사들 중에서도 훌륭한 학자도 많이 나오겠지만, 로스쿨은 변호사를 양성하는 기관이고, 훌륭한 변호사가 많아야 우리 법조의 기층이 튼튼해진다. 그 중에서 교수도 나오고, 판사도 나오고, CEO도 나오게 될 것이다. 강하고, 훌륭한 법조의 토양은 튼튼한 변호사들에게서 나온다. 변호사는 법조의 뿌리다. 오늘도 로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의 연락이 왔다. 변호사가 전망이 있나요, 어떤 변호사를 하여야 하나요, 법조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 무엇인가요 하는 질문이다. 전문성을 어떻게 길러야 하나요. 송무(訟務)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배울 수 없다는데, 만일 그런 상황이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등 궁금한 것이 많다. 그런데 전망이라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고 학생이 질문한 전망은 돈에 대한 것으로 보이는데, 돈을 버는 능력에 있어 무능한 필자에게 이를 묻는 것이 적당한지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유능한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니 전망이 생기지 않겠냐는 것이다. 앞으로 변호사도 많이 분화될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 제일 좋은 직업은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그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변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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