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법무법인(로펌)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라 의뢰인을 보호하는 사명을 공유하는 집단이라고 설파하는 한국 1세대 로펌 설립자. 전도유망한 부장판사였던 그는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득세하자 판사의 역할에 회의를 느껴 로펌 설립자로 변신했다. 그는 로펌이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시절 태평양을 설립해 국내 로펌의 씨를 뿌리고 길을 닦았다. 태평양은 곧 국내 최고 로펌에 올랐다. 그는 2002년 65세가 되자 약속한 대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요즘에는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사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남들이 가지 않은 힘든 길을 앞장서 가면서도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태평양이 설립 초기부터 공익 활동에 힘쓴 것은 법률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익 활동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2009년 태평양이 설립한 재단법인 동천은 그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지금도 자신이 우리 사회에 빚을 많이 지고 있는 '빚꾸러기'임을 자처한다. 지난달 20일 늦은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김인섭(76·고시 14회) 태평양 명예 대표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