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내가 쓴 책

[내가 쓴 책] '저작권법'

오승종 홍익대 교수

내가 지적재산권법에 대하여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94년 서울북부지원 판사로 재직할 당시 해외장기연수 법관으로 선발되어 미국 Columbia Law School LL.M 과정에 입학하면서부터이다. 수강과목을 선택하면서 보다 전문적인 법률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해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지적재산권법 분야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 무렵 우리나라 실무계와 학계에서도 지적재산권법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져가고 있었으며, 특히 대법원에서 전문법원인 특허법원의 설립을 준비 중에 있었던 것도 그와 같은 결정을 하게 된 동기 중 하나였다. 그래서 LL.M 과정 동안 특허법과 상표·부정경쟁방지법, 그리고 저작권법을 수강신청하여 나름대로 꽤 열심히 공부했다. 당시 스터디그룹을 결성해 함께 공부했던 두 분 한국변호사님들과 수업시간에 과제로 제시된 판례들을 분담하여 각자 집에서 요약정리해서 출력한 후 팩스로 돌려보았었는데, 매일 새벽 1, 2시 경 그날의 수업과제를 마치고 나면 고요한 밤중에 세 사람 사이에 어김없이 오고가던 그 요약문의 팩스기계음이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귀국하여 재판업무에 복귀한 후에도 틈틈이 지적재산권에 관한 연구논문을 써서 발표하기도 하였는데, 얼마 안 있어 1997년에 사법연수원 교수로 발령을 받아 기획교수이면서 전문과목 중 지적재산권 과목을 강의하게 되었다. 과목을 맡고 보니 당장 시급한 것이 교재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사법연수원 교육은 재판실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전문과목에 대한 강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지적재산권법은 교재조차 없었다. 귀국 후 이곳저곳에 발표했던 특허법 관련 논문들과 외부 강사님들(송영식 변호사님, 이상경 전 헌법재판관님)이 집필해 주신 원고로 특허법 교재는 어느 정도 모양을 꾸릴 수 있었지만, 문제는 저작권법 교재였다. 그래서 몇 개월 동안을 불철주야 매달린 끝에 신학기 수업에 맞추어 간신히 미흡하나마 저작권법 교재를 출간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저작권법 관련 전문서적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일본과 미국의 판례 및 이론을 많이 참조하였는데, 미국 연수 당시에 작성해 두었던 판례 요약문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많지 않은 지면에도 불구하고 미국 저작권실무에 있어서 중요한 판례들, 특히 당시로서는 비교적 최신 판례들을 다양하게 소개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도서출판 박영사로부터 본격적인 저작권법 전문서적의 집필을 의뢰받게 되었고, 이에 나보다 1년 뒤에 사법연수원 교수로 발령을 받아 저작권법을 나누어 강의하고 있던 이해완 교수님과 함께 집필에 들어가 2000년 오승종·이해완 공저로 '저작권법' 초판을 출간하게 되었다. 지금도 가끔씩 이런 저런 자리에서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해완 교수님은 정말이지 '준비된 교수', '준비된 학자'이셨다. 나는 그렇지 못했겠지만, 이해완 교수님은 내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혼자서 좋은 책을 집필할 수 있으셨을 것이다. 이 교수님과 공저로 출간한 '저작권법' 책은 수 년 동안 판을 거듭하면서 독자들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우리 공저자들은 모두 법원을 떠나 나는 교수와 변호사로, 이 교수님은 로앤비 대표이사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다가 2006년 저작권법의 전면 개정을 계기로 공저를 마감하고, 단독저술로 새로이 저작권법을 집필하여 출간하게 되었다. 내가 단독저서를 준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저작권법을 전공하는 학자 및 실무가로서 저작권법 전체를 조망해 보고 싶은 희망이 컸기 때문이다. 이울러 그 동안 집적되어 온 저작권 분야의 다양한 판례와 이론을 독자적인 책임으로 해석하고 정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단독저술에 의한 이 책은 한·EU FTA와 한·미 FTA 협정이행에 따른 저작권법 전면 개정에 맞추어 금년 초에 전면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이 책의 먼 뿌리가 되었던 1997년도 사법연수원 교재로부터 시작하여 2012년 전면개정판에 이르기까지 이 책의 집필을 진행하여 온 것은 그 15년의 기간 동안 나에게 있어서 가장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