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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 '영화 속 형법이야기'

고석홍 부장검사(인천광역시 파견)

걸작이란 접할수록 의미와 깊이가 더해지고 새롭게 해석되며 시공을 초월하여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그 대부분은 천재들에 의해 탄생된다. 영화는 노력, 시간과 비용 면에서 음악, 미술, 문학 등 다른 예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규모인 종합 예술이므로 다른 예술과 달리 걸작 영화는, 충분한 제작 여건이 갖추어져야 하는 것 외에도 감독의 비범한 비전과 철학, 표현의 천재성, 창의성, 열정과 카리스마가 결합되어야만 탄생할 수 있다.

내가 이런 걸작 영화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것은 미국 유학 시절인 1994년 오손 웰스(Orson Welles) 감독의 1941년 작(作) "시민 케인(Citizen Kane)"을 처음 보면서 받은 충격이 시발점이 되었다. 영화를 본 후 각종 평론집을 살펴보았고 영화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이 영화가 영화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걸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비평가들이 추천하는 몇몇 걸작 영화들을 보았다. 역시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나는 명작 소설을 선별하여 읽듯이 걸작 영화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사법고시에 합격한 지 6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고시생 체질이 남아 있었다. 결심을 단단히 하고 고시 공부하듯 영화를 공부했다. 우선 영화이론서들과 영화평론들을 읽으면서 우수한 서적 1권으로 통일하여 정리해 나갔다. 당시 법과대학교 대학원 공부와 논문준비로 낮에는 도서관에서 법률을 공부하고 그 외의 시간에 영화에 대해 공부하였다.

정리를 해보니 반드시 감상해야 할 영화의 수가 약 700편이었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영화를 구해서 볼 것 인가였다. 우선 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된 영화를 빌려 보고, 필요하면 타 지역 도서관에 소장된 영화를 송부 받아 보았다. 또 비디오 대여점과 그 본점이 소장한 영화를 빌려보거나 직접 영화테이프를 구입해 보았다. 선호도와 상관없이 장르 별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순서대로 기계적으로 보았다. 영화를 보기 전에 반드시 평론을 음미하고 보고 나서 나의 견해를 정리하였다.

이렇게 영화를 보기 시작한 지 2년이 되자 선정된 약 700편 중 약 650편을 볼 수 있었다. 약 50편은 도저히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영화들이었다. 한번 감상한 후 나는 이미 본 650편의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보고 또 보았다. 외국 유학을 마치고 나는 검사가 되기 위해 귀국했고 바쁜 생활로 인해 부장검사가 되기 전까지 제대로 영화를 볼 수가 없었다.

2003년 부부장검사로 제주에 근무하면서부터 약 700편 영화 중 내가 소장한 것을 중심으로 중요한 장면을 발췌하여 다시 보기 시작하였고, 뒤늦게 새롭게 걸작으로 평가된 영화들도 시간이 나는 대로 보았다. 그런 가운데 2007년 11월 법률신문 '월요법창'란에서 영화에 대한 칼럼을 쓰게 되었고, 뒤이어 '고석홍의 영화이야기'라는 근사한 칼럼 란을 부여받아 2년이 넘게 법률문제와 관련하여 걸작 영화 중심으로 칼럼을 쓰게 되었다.

금번에 출간한 책은 그 동안 법률신문에 게재한 칼럼들과 2006년 법제처 파견 당시 잡지에 기고한 1편의 칼럼을 합한 묶음이다. A4지 1페이지 분량으로 응축하여 써야 하는 제약으로 인하여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다 못하여 33편의 칼럼 묶음이라 해도 그 볼륨이 보잘 것 없지만 독자 여러분께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시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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