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지방검찰청

검찰, ELW 스캘퍼·12개 증권사 대표 등 48명 기소

개미 투자자들이 항상 손해만 본다고 해서 '개미들의 무덤', '악마의 유혹'이라고 불리는 주식워런트증권(Equity Linked Warrant, ELW)과 관련해 스캘퍼(scalper·초단타 매매자)들과 이들에게 부당한 편의를 제공한 증권사 대표 등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이성윤 부장검사)는 23일 ELW 매매과정에서 스캘퍼들이 일반투자자들보다 빠르게 거래할 수 있도록 주문체결전용시스템을 제공한 혐의(자본시장과금융투자사업에관한법률 위반) 국내 12개 증권사 대표이사와 IT담당본부장 등 임원 2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스캘퍼들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하고 매매정보를 제공거나 시세조종에 가담한 증권사 직원 김모(43)씨 등 5명과 손모(40)씨 등 5개 스캘퍼 조직 18명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 가운데 증권사 직원 2명과 스캘퍼 2명은 구속 기소됐다.

12개 증권사 법인에 대해서는 금감원에 통보조치 했다.



'ELW'는 특정대상물을 사전에 정한 미래의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유가증권이다. ELW 거래는 대부분 초단타 형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손익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문이 증권거래소에 도달하는 속도다.

검찰은 ELW 시장이 지난 2005년 12월 개설된 이후 지금까지 수백억원의 자산으로 초단타 매매를 일삼는 스캘퍼와 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챙긴 증권사는 꾸준히 이익을 봤지만 일반 개인투자자는 예외 없이 손실을 본 것이 증권사가 주요고객인 스캘퍼들에게 부당한 지원을 해준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지난 3월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증권사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은 스캘퍼들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보안장치(방화벽 등)를 거치지 않거나, 특정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를 증권사 내부 전상망에 직접 연결시키는 등의 수법으로 부당한 편의를 제공한 혐의다.

증권사들은 또 회사 내부에 스캘퍼들이 머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증권사 서버와의 물리적 거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주문 체결 속도를 높일 수 있게 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같은 편의를 제공받은 스캘퍼들은 일반투자자에 비해 3~8배 가량 빠르게 거래주문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결과 스캘퍼들은 2009년부터 1년 5개월동안 1인당 최고 100억원의 이익을 얻었으며, 증권사들은 지난 한해동안 이들로부터 711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스캘퍼는 전체 ELW 참여 계좌 중 0.16%(76개 계좌)에 불과하지만, 전체 거래대금의 75%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성윤 부장검사는 "이번 사건은 파생상품시장의 ELW 관련 불공정 행위에 대해 최초로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수사한 사례"라며 "이는 마치 장애물경기에서 주최측과 특정 선수가 짜고 특정 선수들에게 스타트라인을 앞당겨 준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ELW거래에 있어서 불법행위는 증권사간 과도한 시장점유율 경쟁과 스캘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모 증권사 법무팀 관계자는 "스캘퍼에게 편의를 제공한 것은 우량 고객에 대한 영업적 측면으로 봐야 한다"며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공판과정에서 면밀히 다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