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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라운지] NHN(주) CEO 김상헌 변호사

문학소년-엘리트 판사-사내변호사-국내최대 포털 CEO로

호기심 많은 문학소년에서 엘리트 판사로, 판사에서 대기업 부사장 사내변호사로, 여기서 다시 국내 최대 포털업체 CEO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며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특별한 법률가가 있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그래서 '보수'로 대변되는 법조인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색하고 개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 바로 김상헌 NHN㈜ 사장이다. 5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꿈 많고 선한 소년의 눈빛을 그대로 간직한 김 사장을 만나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호기심 많은 천성 때문이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의미있는 일을 찾고 싶었습니다."

지난 2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NHN㈜ 본사(그린팩토리)에서 만난 김 사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이유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국내 최고 검색포털 '네이버'와 국내 최대 인터넷게임 포털 '한게임', 국내 최초 온라인 기부포털 '해피빈', 국내 최초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 '미투데이' 등을 거느리고 연간 매출 1조5,148억원, 영업이익만 5,998억원을 올리는 국내 최고의 인터넷 전문기업 NHN㈜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기까지 현재의 그를 만든 것은 바로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였다.



"호기심이 많다는 건 새로운 것을 볼 때마다 기쁨을 발견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예상한다는 건 뻔한 것일 경우가 많고 경쟁도 많아 이미 늦은 것입니다. 물론 거기서도 승자가 되고 이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남들이 가치를 못찾고 있거나 가치를 부여하고 있지 않는 것에 긴 안목으로 투자하는 것, 그게 지금은 비록 느릴지 모르지만 성공가능성도 더 높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더 큰 길이라 생각합니다."

사법연수원 19기인 김 사장은 지난 93년 서울형사지법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했다. 엘리트 판사였지만 답답했다. 판결을 내리는 것도 의미있었지만 세상을 바꾸는 더 큰 일을 하고 싶었다. 그가 생각한 것은 '기업'이었다. 3년의 짧은 판사직을 뒤로 하고 LG그룹에 입사해 사내변호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세상을 바꾸는 더 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 중요하다 생각한 것이 기업이었습니다. '사기업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성장시키는 데 큰 일을 할 것이다. 해외로 나가는 사업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자 떠오른 것이 대기업이었습니다. 96년 당시에는 법조인들이 기업으로 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 LG그룹으로 옮기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이전에 갖고 있던 기득권과 혜택은 모두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LG그룹에서 10년간 일하며 상임고문변호사에서 구조조정본부 법률고문실 팀장으로, 부사장인 법무팀장으로 승진했지만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은 그를 괴롭혔다.

"10년이 지나니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대기업의 중요성을 알게 됐습니다. 한 군데 너무 오래 있었다는 생각에서 오는 매너리즘, 지루함이랄까 안주하는 마음? 그때 스티브 잡스에 관한 책을 보게 됐는데 잡스가 펩시콜라 CEO였던 존 스컬리를 영입할 때 '평생 설탕물이나 팔면서 사시겠습니까, 아니면 세상을 바꿀 기회를 잡으시겠습니까?'라고 말했던 부분을 보면서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인에게 '저도 애플처럼 세상을 바꾸는 회사에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더니 그 분이 '그럼 가시면 되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너무 큰 충격이었습니다. 막연히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생각이 났을 때 다른 것 다 제쳐두고 '해보자'며 뛰어드는 것. 마음먹기의 차이지만 한없이 큰 차이였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다시 세상을 변화시킬 회사를 찾다 NHN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NHN에 입사한 뒤 경영고문, 경영관리본부장, 대표이사(사장)로 매년 승진을 거듭하며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처음엔 인터넷 서비스도 잘 모르고 IT관련 용어도 몰라 고생도 많이 했다. 공학도가 아닌 법조인 출신 CEO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법조인 출신 특유의 집중력과 분석력으로 헤쳐나갔다. 관련 서적을 독파하고 수많은 회의를 통해 업무를 익혀 나갔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이 주력한 것은 바로 '소통'이었다.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해 밤새워 게임도 하고, 블로그도 쓰고, 지식iN에 답변도 달고 카페에 가입도 했다. 특히 사내 인트라넷에 직원들과의 대화창구인 'CEO다이얼로그'를 개설해 2년간 꾸준히 관리했다.



"취임 일성도 썼고, 주말에 읽었던 만화이야기도 썼습니다. 최근에는 안드로이드용 스마트폰 운영체제와 관련해 구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회사 안팎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이젠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나 식당에서 저를 만나면 사진을 찍어 '대표님 직찍'이란 글도 올립니다. 그럼 '뒷모습이니 무효'라는 댓글도 달아봤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잘 이해하려는 마음, 그리고 정성인 것 같습니다. 노력해야 소통이 됩니다. NHN이 추구하는 방향성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을 연결(connect)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결국 누군가 닿아있기를 희망합니다. 연결의 가장 최우선은 소통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SNS'바람도 역시 이런 인간의 기본적 요구를 채워주기 때문에 힘을 받는 것입니다."

어릴 적 문학에 관심이 많아 교내외 백일장을 휩쓸고 배재고 재학시절 친구들과 함께 폐지됐던 문학반까지 부활시켰던 그는 "단 한번도 법조인을 꿈꿔 본 적이 없다"면서도 "법조경험이 갖는 잠재력은 큰 자산"이라며 법조계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급변하는 법조계 안팎의 상황에 대해 우려하시는 걸로 압니다만 경영인의 길을 걷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후배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컴퓨터 공학박사인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뜻밖에도 '법적인 리스크'와 관련된 것입니다. 기술에 대한 질문보다 그 회사의 서비스 예컨대, 스트리트 뷰라던가 책 저작권과 관련된 권리침해에 대한 구글의 방향성을 묻습니다. 또 지난해 916억원의 연봉을 받아 미국 최고로 기록된 바이어컴의 CEO 필립 다우먼도 컬럼비아대로스쿨 출신의 법조인입니다. 세계 2위 매출규모의 제약회사인 머크사도 지난해 말 변호사 출신인 케너스 프레이저를 CEO로 선임했습니다. 산업이 생겨나고 질서가 재편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언제나 전문적인 법적 지식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앞으로 법조인 출신들이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변호사로서의 독점적 이익을 보장받는 시대는 지났을지 몰라도 전문적인 법률지식과 법조경험이라는 자산은 여전히 중요하고 또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거대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 대해 "우리에겐 그 자체로 위기이면서 또 기회다. 계속 안주하지 않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 스트레스도 되지만 활력도 된다"고 말하는 김 사장. 법률시장개방을 앞두고 있는 우리 법조계가 김 사장의 도전과 용기, '개척자정신(Frontier Spirit)'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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