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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홍의 영화이야기

[고석홍의 영화이야기] '사이코(Psycho)'와 '저주의 카메라(Peeping Tom)'

고석홍 부장검사

히치콕 감독의 공포 영화는 '사이코(Psycho)'(1960) 1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최고 걸작 공포영화로 꼽힌다. 다중인격 살인을 충격적으로 표현한 사이코는 소재와 표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지금까지도 호러, 스릴러 영화 표현의 정석이 되었다.  

여주인공 크레인(Janet Leigh 분)이 유부남과 살겠다는 동기로 직장에서 4만 달러를 횡령하고 차로 도주하면서 시작되는 영화 초반부는 그녀가 폭우를 피해 인적 없는 길가 여관에 투숙하면서 중심으로 진입한다. 착해 보이는 여관 주인 청년 노만 베이츠(Anthony Perkins 분)와 그의 어머니가 함께 사는 여관 옆 노만의 집 2층 창가로 노만 어머니의 그림자가 비춰지고 크레인을 질투하는 노파의 목소리가 들린다. 크레인이 욕실에서 샤워할 때 노파의 모습이 커튼을 통해 비춰지고 크레인은 부엌칼로 수없이 난자당한다. 이때 그 유명한 날카로운 바이올린 음악(Bernard Hermann 작곡)이 끔찍함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크레인의 비명 지르며 저항하는 모습, 욕조 안으로 흐르는 피, 내려치는 칼, 커튼을 잡아당기면서 욕실 바닥으로 쓰러지는 그녀, 피가 빠지는 욕조 구멍이 클로즈업되면서 죽은 그녀의 눈동자로 변하는 장면은 불멸의 고전이 되었다. 영화 절반을 넘기기도 전에 여주인공이 살해당하고 폐부를 찌르는 음악 속에 묘사된 구체적인 살인 장면은 당시로서는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그 충격에 기절하는 관객도 발생했다. 시대를 앞서간 탓에 평론가들의 반응은 저조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대미술가 앤디 워홀이 팝아트시대를 예견한 것처럼 이 영화는 정상인의 모습을 한 살인마를 소재로 하는 영화의 봇물을 열었다.

사이코에 대한 후배 감독들의 오마쥬(homage)는 대단해서, 'Good Will Hunting'(1997)의 거스 반 샌트 감독은 당시의 각본, 미장센, 의상, 소품 등을 그대로 베껴 같은 제목으로 1998년 영화를 선보였고, 'Mission Impossible'(1996)로 유명한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은 비슷한 내용으로 'Dressed to Kill'(1980)이라는 영화를 선보였다.  

사이코가 객관적 관점에서 정신분열의 살인범을 다룬 것이라면, 1960년 그해 천재 감독 마이클 파웰(Michael Powell)은 불멸의 공포영화 걸작 '저주의 카메라(Peeping Tom)'를 통해  변태 살인마의 탄생과 그의 심리를 주관적 관점에서 묘사하였다. 실험도구로 자식을 학대한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 아버지와 계모에 대한 증오를 카메라를 통해 여성을 관음하고 살해하면서 피해자의 공포에 찬 얼굴을 촬영하여 이를 즐겨보는 변태 살인마 마크(Karlheinz Boehm 분)에 대한 이 영화는 주인공의 눈으로 관객이 대신 살인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지금이야 이러한 기법이 흔하지만 당시에는 충격적인 것으로 이를 접한 평단과 관객은 이 영화를 악마의 영화로 매도했고 그로 인해 파웰 감독의 커리어도 끝이 났다.

하지만 파웰 감독의 혁신성과 비전은 후세 많은 영화에 너무나 큰 영향을 주었다. 존 맥노튼 감독의 '헨리 : 연쇄살인범의 초상(Henry : Portrait of a Serial Killer'(1990)과 메리 해론 감독의 'American Psycho'(2000), 리들리 스콧 감독의 'Hannibal'(2001)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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