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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산책

[클래식 산책] 명연·명반

하죽봉 변호사(서울변회 클래식동호회장)

몇 년 전부터 국내에 오는 해외 유명 연주자나 오케스트라의 연주에는 가지 않는 데 최근 다녀간 오케스트라의 연주에도 몇 번 망설이다가 가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사십만원이 넘는 금액에도 반감이 들었지만 그간 다녀간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 무슨 큰 차이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국내에 와서 명연주를 했다면 음반이 나왔을 터인 데 지금까지 그러한 예는 없었다. 이웃 일본의 경우 해외 오케스트라의 연주 중에서 음반으로 나와 있는 것이 더러 보이는데 어느 정도 명연주라는 평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주는 1회성이므로 연주의 호·불호, 즉 명연인지 여부는 녹음에 의한 매체(레코드, CD, DVD)에 의하여 명반인지가 가려진다.

새삼 명연·명반에 대하여 생각하게 만든다. 독주악기를 연주하는 분들로부터 들은 얘기로 2·30분 넘는 곡의 경우 미스 터치가 한 자리 수 이내이면 성공적인 연주로 친다고 한다. 하나의 실수없이 마음먹은 대로 끝내는 연주는 몇 십번에 한번 있을까 말까라고 덧붙인다. 수십 개의 악기가 합주하는 관현악(교향곡이 그 대표적인)을 보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라고 해서 기본적인 레퍼트와임에도 연습 없이 공연에 나서지 아니한다. 많은 리허설을 거쳐도 모든 주자가 정확하게 음을 내거나 박자를 맞추기는 지난한 일이라고 한다. 따라서 서예가가 일필휘지하듯,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 듯 사람과 악기가 혼연일체가 되어 나오는 명연은 흔하지 아니하다.

어떤 곡에서 결정적인 명연주가 나오고 이것이 음반이 되었다면 입문자에서부터 전문 평론가까지 이 음반만 찾아 들을 것이고 다른 곡을 낸 음반회사는 문을 닫을 것이다. 음악에 발을 들이면 예외 없이 명연, 명반에 집착한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든 명반 찾기에 골몰한다. 레코드나 오디오 잡지는 쉴 새없이 구극의 연주, 역사적 명반, 현대의 명녹음, 이 하나의 음반,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의 명반, 심지어 연대별 명반 등으로 제목을 바꾸어 달면서 명반 찾기의 안내를 한다. 명연·명반 찾기가 지속되는 이유는 반어적으로 명연, 명반이 아직까지 없거나 만인이 공감하는 구극의 연주를 찾지 못한 데 있는 게 아닐까.

20여 년 전까지 베토벤의 9번은 푸어트뱅글러의 51년 바이로이트 실황판이 전무후무하다고 고집하였다. 지금은 열 몇 개가 넘는 9번 중에서 손이 가는 대로 뽑아들으면서 이렇게 연주(지휘자의 해석방법)할 수도 있구나, 이 연주도 괜찮은 데, 이 판의 테너와 저 판의 베이스가 같이 섰더라면 더 좋았지 않았겠나 하고 태도가 바뀌었다.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연주자의 연주로서 유명 음반사에서 나온 것이라면 명반의 대열에 넣어도 된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신이다.

즉 명연·명반의 결정은 듣는 개인에게 달린 것이다. 본인이 명연이라고 인정하면 그만이고 평론가의 명반 추천은 참고자료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 같은 곡이라도 많은 연주를 들어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에 이르고 만다. 컴퓨터에 밝은 분은 불과 몇 천원만 들인다면 음반회사의 배신 사이트에 들어가서 명반을 찾거나 또는 유명 오케스트라의 연주조차 실시간으로 바로 듣거나 따로 저장하여 두고 틈나는 대로 즐길 수 있으므로 자기류의 명연·명반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