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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산책

[클래식 산책] 변주, 편곡, 표절

하죽봉 변호사(서울변회 클래식동호회장)

클래시칼 음악의 역사에서도 표절이나 모방의 논란은 다른 예술 분야와 마찬가지였다. 브람스의 헝가리무곡은 헝가리 집시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피아노 연탄곡으로 작곡된 것인데 표절이라는 심한 비난을 견딜 수 없어서 관현악 버전으로 바꾸고 작곡이 아닌 편곡이라고 겸손을 보임으로써 소송까지 가는 사태를 막았다고 한다. 음악에는 이러한 편곡이나 변주곡이라는 작곡방식이 있어서 표절이나 모방의 문제와는 달리 취급되고 있다. 연혁적으로 먼저인 변주곡부터 보자.

16세기 초 포르투갈의 젊은이들이 전혀 새로운 가락의 음악에 따라 추는 춤이 대유행이 되어 인접한 스페인과 이탈리아로까지 퍼지게 되자 어른들은 음악과 춤의 퇴폐성을 개탄하면서 그 가락을 라 폴리아(La Folia)라고 불렀다. 폴리아의 의미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바보스럽게라는 뜻으로 영어의 fool과 통한다고 한다. 시대에 따라 고전의 범주가 달라지듯이 라 폴리아는 얼마 되지 않아 정통 작곡가들에 의하여 변주곡의 주제로서 대환영을 받게 되었고 바로크 작곡가들이 고전이 된 동명의 변주곡을 남기고 있다. 바이올린 곡도 좋지만 사발의 비올라 다 감바에 의한 연주에 묘미가 넘친다(Alia Vox라는 생소한 레이블이 좋음).

이런 변주곡은 다른 작품의 주제를 리듬, 선율, 화성 등에서 변화시켜 만든 곡으로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을 이어 모차르트부터 현대 작곡가들까지 넘나들고 있다. 모차르트는 후배들에게 변주곡의 주제를 많이 주었지만 스스로도 "어머니께 말씀드리지요"(반짝반짝 작은 별), 뒤포르의 주제 변주곡 외에도 여러 피아노 변주곡을, 베토벤은 디아벨리 변주곡, 마술피리 변주곡(소르에 의한 곡도 유명)을 남겼고 , 브람스의 하이든 주제 변주곡,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주제 변주곡, 레거의 모차르트 주제 변주곡,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은 관현악 연주시 자주 들을 수 있다.

편곡은 다른 작곡가의 작품을 악기 편성 등으로 변형시킨 것으로 원작의 다른 악기 버전이다. 무소르그스키의 피아노곡인 전람회의 그림을 라벨이, 베버의 무도회에의 초대라는 피아노 원곡을 베를리오즈가 관현악곡으로 변형시킨 편곡이 대표적이다. 바하의 토카타와 푸가, 파사칼리아는 오르간으로 들어도 좋지만 스토코프스키에 의한 관현악 버전도 필청반이다. 피아노의 넓은 음역을 최대한 살린 리스트는 베토벤의 교향곡과 베르디의 유명 아리아들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하여 베토벤, 베르디에게 오마쥬를 나타내었다. 리스트의 리골렛토 패러프레이즈(paraphrase)는 리골렛토, 질다, 공작과 술집여인이 창문을 사이에 두고 부르는 "사랑하는 아름다운 아가씨여"라는 오페라의 4중창 중 고금독보인 이 곡을 "쉽게 풀어 보면 이렇습니다"라는 의미인데 피아노 편곡의 극치가 아닌가 한다.

변주곡이나 편곡은 주제의 출처(작곡가)가 명백히 드러나 있고 나아가 독자적인 작품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표절이나 모방이라든지 또는 아류의 비난을 면한다. 한시의 경우 화운이나 차운이라는 제명을 달고 있으면 원작 시인에의 오마쥬이면서 창작이기도 하다. 명화나 법첩을 그대로 베끼며 실력을 키우는 회화나 서예의 경우와 같이 자기류를 확립할 때까지 변주곡이나 편곡의 습작을 계속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모차르트는 작곡의 기초도 모르면서 모방을 일삼는 행태를 비꼬는 '음악의 희롱'이라는 관현악곡을 남기고 있다. 음대 졸업 작품 발표회나 신인 작곡 발표회에서 듣는 작품은 상당수가 쇤베르크의 아류나 모방으로 느껴지는데 차라리 명작을 변주하거나 편곡하는 게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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