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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홍의 영화이야기

[고석홍의 영화이야기] 영화 '마더', '밀양', '박쥐' 동시 분석

고석홍 부장검사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3명이 비슷한 시기에 관객의 주목을 받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봉준호 감독은 '마더(Mother)'로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맹목적이고 극단적인 사랑을, 이창동 감독은 '밀양(Secret Sunshine)'으로 아들이 유괴 살해된 미망인의 종교적 구원을, 박찬욱 감독은 '박쥐(Thurst)'에서 타락, 중독, 죽음이라는 주제를 묘사했다.

세 작품 모두 은유와 상징이 훌륭하다. 우선 '마더'의 첫 장면, 김혜자가 춤추는 장면이 자아내는 의아심은 마지막 춤추는 장면을 보면서 '아∼하!'하는 끄덕임으로 바뀐다.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아들에게 범죄의 악몽을 망각시킬 수 있는 비밀 침(針) 자리를 권유한 김혜자 자신이 오히려 그 침 자리가 절실하게 된 아이러니 등, 봉 감독은 온갖 복선을 교묘하게 연결했다.

'밀양'의 은유는 치밀하고 완벽하다. 첫 장면, 밀양 가는 길목, 고장 난 자동차 운전석에서 유리창을 통해 앞을 바라보는 전도연의 모습은 그녀가 갈망하는 구원의 기다림을 암시한다. 그 차량을 수리하고 그녀에게 격의 없이 다가서는 송강호는 어려울 때마다 곁에 있어주는 하나님의 분신을 의미한다. 햇살이 하나님의 사랑에 비유되므로 밀양은 하나님의 사랑이 충만한 곳이지만 전도연은 그 의미를 잘 모른다. 그녀는 가장 소중한 존재인 외아들을 소홀히 하고 자신의 과시한 잘못으로 아들의 죽음을 맞이한다. 그녀는 현실의 고통을 벗어나게 해준 종교생활을 진정한 신앙으로 착각하고 원수마저 사랑할 수 있다고 자만한다. 하지만 하나님으로부터 죄를 용서받았다고 주장하는 살인범을 보고, 그녀 마음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을 고루 사랑하는 하나님의 본질에 대하여 분노한다. 그녀가 하나님에게 저항해보지만 그렇다고 마음의 평화와 구원을 얻을 수 없다. 그러나 그녀 곁에는 그녀가 모르는 하느님의 분신, 송강호가 있다.

'박쥐'는 세 작품 가운데 상징성이 돋보인 작위적인 영화로서 시간, 장소 모두 비현실적이다. 같은 뱀파이어 소재의 '드라큘라'가 타락과 퇴폐풍조에 대한 19세기 유럽인들의 두려움을 은유적으로 묘사하였다면, '박쥐'는 순교도 불사할 정도의 최고의 신앙심을 상징하는 신부가 흡혈 중독을 극복하지 못해 계율을 어기고 범죄를 저지르면서 괴로워한다. 다행히 그는 구원을 위해 죽음을 결행할 의지는 있지만 그에게 전염된 우리와 같은 범인(凡人)인 김옥빈은 그럴 의지도 없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에서 '친절한 금자씨', '올드 보이'처럼 구도, 음영, 색상 부조화 및 대비, 기괴한 소품 등을 통해 20세기 초 독일 표현주의의 전통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세 작품 모두 살인, 어머니와 아들과의 관계가 공통점인데, '마더'에서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살인(Murder)도 서슴지 않는 동물인 어미를, '밀양'에서는 자신의 과실로 자식을 살해당한 비통한 어미를, '박쥐'에서는 버릇없이 키운 아들이 어미의 업보로 살해당하고 자신은 몸까지 마비된 어미를 각각 묘사하고 있다. 굳이 작품의 우열을 가리자면 '밀양'을 최고로 꼽고 싶은데 내 생각에 이창동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칼 드라이어, 장 르노와르, 로버트 브레송 같은 거장 감독에 근접했다고 보고 싶다. '밀양'에서 전도연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올해는 같은 영화제에서 '시'라는 영화로 우리의 염원인 작품상을 수상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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