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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화 검사의 채식사랑

[김주화 검사의 채식사랑] 선택과 용기

김주화 부산동부지청 검사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매일 매시간 선택하는 지점에 선다. 그리고 선택을 하고자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한다. 우리는 보통 '나'라는 개인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내 생각'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나'라는 개인에게 떠오르는 생각들은 사실상 일정한 의식 수준에서 우세한 '생각들'에 불과하다고 한다.

마치 바다 속에서 수심에 따라 다른 종류의 물고기들이 모이는 것처럼 사람은 자신이 속하는 수준의 의식의 장으로부터 비슷한 생각들을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선택을 위해 고심한 생각들이 그저 그 의식 수준에서 우세한 것들 불과하다면, 과연 우리가 얼마나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게 된다.

내가 처음 채식을 선언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의아해하기도 만류하기도 했다. 어디든 '남의 살'을 음식으로 파는 곳이 즐비하고, 채식 식당을 찾기는 쉽지 않다. 저녁 무렵 거리 곳곳에는 고기 굽는 냄새가 흔하다. 일반 식당에서 동물성 재료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채식 요리를 주문하기도 쉽지 않다. '채식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도 종종 받는다.

그러나 채식은 나에게 매우 즐거운 일이다. 음식을 통해 다른 생명에게 가하는 고통을 최소화 시켰으니 그런 음식을 먹으면 마음도 편하고 건강에도 좋다. 갈 만한 식당이 드물어 불편할 때도 있지만, 음식을 선택하면서 외부의 시선이나 분위기에 영향 받지 않으니 오늘 내가 거부하는 한 조각의 '남의 살'은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진정한 자유를 상징한다.

나 역시 한때는 육식을 당연하게 생각했었고 즐겨 먹었다. 어차피 죽은 동물의 살이니 어떻게 살다가 죽었는지, 어떤 경위로 식탁에 올라왔는지 좀 꺼림칙한 마음이 들어도 관심을 끄려 했고, 이미 식탁에 올라온 것이니 버리면 아깝다는 생각에 먹어 치우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무관심과 타협은 육식을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의식 수준에서 주입된 것에 불과하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은 두 손으로 태양을 가리는 것과 같았다. 진실을 발견하는 그 어느 날에는 머리를 감싸 안고 울지도 모른다.

약 50년 전 미국 남부에서는 식당이나 버스 등의 백인 전용 좌석에 흑인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앉아 있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곧바로 체포될 것을 알았지만 용감하게도 그저 '앉아 있기'를 감행했고, 하나 둘 시작하던 비폭력 운동은 남부를 휩쓸었다. 그 후 인종 차별 정책들은 깨뜨려졌고, 이제는 대통령의 피부색도 바뀌었다.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여 집단의 양심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개인보다 더 강력한 것은 없다"는 어떤 평화운동가의 말이 떠오른다.

나 한 사람이 채식을 한다고 큰 변화가 있겠나 싶겠지만 그럼에도 실천하는 한 사람이 되어 보자. 자신의 양심에 따라 '그럼에도'를 실천하는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를 바꾸고 미래를 바꾸는 원동력이 아닐까.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