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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홍의 영화이야기

[고석홍의 영화이야기]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혼의 감독

고석홍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부장검사)

21세기에 들어서고도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20세기가 낳은 수많은 거장 감독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갔지만 그 뒤를 잇는 새로운 거장은 드문 요즘, 70살을 넘긴 나이에 비로소 거장에 반열에 진입하여 21세기에 우뚝 선 감독이 있다. 올해 81살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다.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2009)', '체인질링(2008)', '그랜 토리노(2008)', '아버지의 깃발(2006)',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2006)',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미스틱 리버(2003)', '블러드 워크(2002)', '스페이스 카우보이(2000)', '트루 크라임(1999)', '미드나잇 가든(1998)', '앱솔루트 파워(1997)',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 '퍼펙트 월드(1993)', '용서받지 못한 자(1992)', '추악한 사냥꾼(1991)', '후계자(1990)', '버드(1988)', '승리의 전쟁(1986)', '페일 라이더(1985)', '더티 해리4 - 서든 임팩트(1983)', '고독한 방랑자(1982)', '파이어 폭스(1982)', '브롱코 빌리(1980)', '건틀릿(1978)', '무법자 조시 웰스(1976)', '아이거 빙벽(1975)', '브리지(1973)', '황야의 스트렌저(1972)', '어둠속에 벨이 울릴 때(1971)'라는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아카데미나 칸 영화제의 작품상, 감독상 등을 수상하고 또 세간에 논란을 야기한 영화가 많다.

그는 인간의 영혼과 본질을 심오하게 탐구한 감독이다. 많은 감독들이 인간을 묘사하였지만 이스트우드 감독만큼 관객들로 하여금 영혼의 성숙을 느끼게 만드는 감독은 드물다. 존 포드, 프랑크 카프라, 데이비드 린, 캐롤 리드, 빌리 와일더, 윌리엄 와일러, 미조구찌 겐지, 구로자와 아키라, 로버트 브레송, 맥스 오펄스, 장 르노와르, 빔 벤더스, 밀로스 포먼 감독 등 인간을 묘사한 다른 거장들보다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에서는 선악의 상대성, 죽음과 업(業), 불편한 진실이 더 깊이 느껴진다. 아마도 60살을 넘겨 본격적으로 영화를 감독하고 70살이 넘어서야 세계적인 감독이 되는 특이한 경력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는 '그랜 토리노', '밀리언 달러 베이비', '퍼펙트 월드'에서 이름뿐인 가족보다 진정한 대체가족을 중시하고, '체인질링', '앱솔루트 파워'에서 국가와 인간의 존엄성을 논하며,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불편한 진실을 밝힌다. '버드'의 고독, '퍼펙트 월드'의 한(恨), '미스틱 리버'의 업(業) 외에도 많은 영화에서 선악의 상대성이 묘사된다. 개인적으로는 '미스틱 리버'를 제일 좋아한다. 어린 시절 납치되는 친구(팀 로빈스)를 돕지 못한 친구(숀 펜, 케빈 베이컨)들의 죄의식, 그 죄의식이 낳은 의심과 이로 인한 비극, 믿지 못한 자(팀 로빈스 부인)의 절망이 잿빛 영상과 함께 영혼 깊이 남는 영화이다.

2010년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인으로 선정된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사상 유일하게 70살이 넘어서 거장이 된 그는, 다가올 전 세계 고령화 사회에서 귀감이 될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