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고석홍의 영화이야기

[고석홍의 영화이야기] 영화로 본 검사의 모습

고석홍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부장검사)

검사는 영화 속에서 어떻게 묘사될까? 한국에서는 대부분 긍정적이지만 미국에서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검사 영화라면 나는 강우석 감독이 먼저 떠오른다. 강 감독은 '공공의 적 1편'에서 검사를 경찰수사나 간섭하는 모습으로 묘사하였지만 '공공의 적 2편'에서 정의의 화신이자 열혈 검사로 묘사하여 많은 인기를 얻는다. 또다른 감독으로 장진 감독을 들고 싶다. 그는 '기막힌 사내들', '킬러들의 수다'에서 검사를 묘사하더니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명예와 승부욕이 강한 검사를 주연으로 묘사한다. 고민하는 검사라면 '이태원 살인사건'을, 안달 내는 검사라면 '진실게임'을, 집요한 검사라면 '야수'를 꼽고 싶다. 화끈한 검사라면 '넘버 3'의 마동팔 검사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강력부 마 검사는 자신이 보복을 당하는 순간에도 '네가 나를 죽여도 다른 검사가 계속 나타나 너희들을 쓸어버릴 것이다'라는 명대사를 쏟아 붓는다. 코믹한 모습으로는 '보스상륙작전'에서 검찰이 룸싸롱까지 차려 검사를 웨이터로 변장시키고, '2424'에서 이삿짐까지 운반하는데, '이거 너무한 것 아니야'라는 생각도 들지만 코믹한 연기 속에서 친밀감도 느껴진다. 멋있는 검사로는 일본영화 '히어로'의 강 검사(이병헌 분)인데, 일본검사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훌륭한 사무라이처럼 묘사된다. 그 외 '가을로', '비열한 거리' 등 이래 저래 검사를 묘사한 영화가 꽤 된다. 하지만 '검사와 여선생'만큼 우리 국민에게 각인된 영화 속 검사가 있을까? 60년 전 무성영화임에도 많은 국민에게 각인된 것을 볼 때 우리 국민은 피고인의 억울함까지 밝혀내는 공익의 대변자로서의 검사 모습을 강하게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와 달리 미국영화에서 검사의 모습은 어쩐지 한수 아래이다. 'Witness for the Pro-secution'(1957), 'My Cousin Vinny'(1992), 'Murder in the First'(1995)에서 검사는 똑똑한 변호사에게 물먹고, 'Primal Fear'(1996), 'Fracture'(2007)에서는 영리한 범인에게 시종 농락당하는 한심한 존재로 그려진다. 'Presumed Innocent'(1990)에서는 동료 여검사와 불륜이나 저지르고 살인범으로 몰려 재판받고, 'True Believer'(1989)에서는 죄를 뒤집어씌우는 부패한 존재이며, 'Sleepers'(1996)에서는 친구와의 의리가 조직 윤리보다 더 앞선다. 'The Dark Knight'(2008)에서는 정의의 화신인 검사가 개인감정을 억제 못해 악인으로 몰락하고, John Grisham 소설을 영화화한 'Client'(1994), 'A Time to Kill'(1996)에서는 언론이나 좋아하고 정치 성향을 띄는 존재로 묘사되더니 'The Bonfire of the Vanities'(1990)에서는 아예 정치꾼의 모습이다. 그나마 제대로 된 검사는 'J.F.K.'(1992)에서이고 그 외 'A Place in the Sun'(1951), 'Anatomy of a Murder'(1959), 'Shawshank Redemption'(1994) 정도에서 볼 수 있을 뿐이다.

우리와 외국이 영화 속에서 검사를 다르게 묘사하는 데는 사회적 위상과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며, 한 나라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묘사가 달라진다. 그 점에 비추어 8년 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주임검사로서 내가 수사했던 '수지 김 살해 및 정보기관 은폐조작 사건'이 다가올 미래에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묘사될까 사뭇 궁금해진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