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클래식 산책

[클래식 산책] 좋은 오디오란

하죽봉 변호사(서울변회 클래식동호회장)

수입 자유화 이후 세계 각국의 오디오 명기 명품이 넘쳐나고 있다. 개중에는 몇억원대의 초고가가 있는 반면 백만원도 안 되는 제품도 보인다. 오디오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므로 선택의 폭이 넓은 듯하면서도 좁기도 하다. 스피커만 보더라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등에서 만들어내고, 나라별로 다수의 제조업체가 다수의 품목을 만들어내므로 종류만도 수백 가지에 이른다. 그뿐인가. 앰프나 스피커를 자작으로 만들어 동호인에게 사용하게 하는 매니아도 많으므로 오디오 기기의 숫자는 얼마나 많은 지 셀 수 없지만 선택은 하나일 뿐이다.

취미용품의 선택은 성능, 가격 및 디자인에 좌우되지만 오디오는 이에만 한정되지 아니한다. 첫째, 빈티지와 최신형의 선택이다. 빈티지의 선호는 와인에만 맞는 말이고, 자동차, 카메라, 오디오는 아니라고 단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토키시대에 극장에서 사용되던 웨스턴 일렉트릭 사운드가 최고이니, 탄노이 오토그라프를 능가하는 소리가 어디 있느냐든지, 마란츠 7과 9는 단종된 지 30여년이 되어도 여전히 높은 값으로 거래되는 것을 보면 빈티지 애호가는 의외로 많다. 오디오는 과학과 기술 발달에 따라 원음재생을 목표로 진화를 해오고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말해 빈티지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오토그라프 등 빈티지 기기 복각품이 인기가 없는 것을 봐서 빈티지의 한계가 있다고 하겠다.

둘째, 중후장대형과 경박단소형의 차이다. 대는 소를 겸한다는 논리에 따라 앰프나 스피커는 크고 무거워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허나 중소형 외제 앰프나 스피커 중 대형에 못지않은 성능을 발휘하면서 가격은 그 몇 분의 1도 되지 않는 예외도 많다.

셋째, 모니터 형이 이상적인가 라는 물음이 있다. 모니터는 문자 그대로 검청용으로서 프로의 작업에 사용되므로 외관(디자인)에는 돈을 쓰지 아니하여 디자인도 선택 기준의 하나로 치는 아마추어의 입장에서는 선호될 수 없다. 그러나 요즘 일반 소비자용이면서 모니터라는 이름을 붙이고, 모니터도 일반 소비자용으로 출시되므로 구별할 근거는 사실상 없어졌다.

넷째, 수치는 믿어야 하는가도 논란이 된다. 오디오에는 출력, 주파수대역(특성), 임피던스, 음압레벨, 댐핑지수 등 성능을 표시하는 수치가 여럿 있다. 이중 수치와 성능이 일치하는 것도 많지만 그렇지 아니한 것도 있으며, 기계적 수치가 좋다고 음감(음색, 음촉 등 주관적 느낌의 총칭)이 뛰어나지는 않다고 하는 예도 있다. 하지만 전자기학의 결정체인 현대 오디오에서 성능의 표시인 수치는 일차적 기준이다.

다섯째, 특정 장르에만 뛰어난 제품이 있는가. 70년대까지 현악은 탄노이, 재즈는 제이비엘라든가 클래식은 영국제, 비클래식은 미국제라는 정론 아닌 중론이 있었다. 이름난 브랜드의 제품은 그 나름대로 장점과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뛰어난 성능으로 인하여 클래식용과 재즈용의 구별은 물론, 성악, 현악, 피아노의 어느 하나에 뛰어나다는 구분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오래 듣게 되면 오디오는 주인에 잘 따르는 애완견처럼 된다는 게 지론이므로 느긋하게 오랫동안 자기류로 길들이면 명기가 따로 없을 것이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