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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홍의 영화이야기

[고석홍의 영화이야기] 박찬욱 감독 복수3부작 3편 '친절한 금자씨'

고석홍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부장검사)

출소를 환영하는 전도사에게 ‘너나∼ 잘 하세요’, 기도로 천사를 부르면서 ‘저∼ 왔어요’, 후배 여 수형자에게 ‘죽어, 그리고 새로 태어나. 기도는 이태리 타올이야. 때를 벗기면 속살이 나와’, 자신의 콩팥을 동료 여수형자에게 기증하고 감사를 표시하는 그 동료에게 ‘씨발년, 재수없게’, 출소후 자신의 집을 찾아온 전도사를 지칭하면서 관리사무소에 ‘개나 소나 집에 찾아오는 것 싫어요’, 자신을 수사해온 형사에게 ‘살인자 말이라고 안 믿나요?’, 근무하는 제과점의 남 종업원에게 ‘나 사람 하나 더 죽이려고 한다.’라는 이금자(이영애)가 유행시킨 유명한 대사(臺詞), 집단처형 현장에서 ‘왜 유괴살인을 저질렀느냐?’는 유족 물음에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백한상(최민식)의 어처구니 없는 대사, ‘친절한 금자씨’는 대사 하나만으로도 내가 본 한국영화 중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대표적인 영화이다.

자신의 어린 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유아유괴살인사건의 진범인 백한상 대신 거짓 자백하고 14년을 복역한 금자가 계획에 따라 출소 후 복수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부모들이 백한상을 칼, 도끼, 가위 등으로 찔러 복수할 때 영화는 절정에 이른다. 사적 복수와 제도적 응보에 관한 피해자 부모들의 논의 장면에서 프리츠 랑 감독의 걸작 ‘M’(1931)을, 집단처형 장면에서 시드니 루멧 감독의 ‘오리엔트 특급살인사건(Agatha Christie’s Murder on the Orient Express)’(1974), 피터 하임즈 감독의 ‘이중 함정(The Star Chamber)’(1983)을 생각나게 한다. 복수를 상징하는 핏빛은 금자의 립스틱과 아이 샤도우에서 시작하여 집단살인으로 흘린 백한상의 피를 버켓에 모으는 장면에서 극에 달하고, 구원(救援)을 암시하는 흰색은 두부쟁반에서 시작해서 집단살인이 눈 덮힌 산골 폐교에서 이루어지는데서 최고조에 이른다.

속죄와 구원(救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영화 전편에 흐르는 유머, 위트, 풍자, 조롱이다. 백한상을 살해하는 상상을 엄숙한 기도로 가장하는 장면, 자신의 딸과의 필사적인 영어 대화 장면, 교도소에서 여간첩 노인·성 도착증의 ‘마녀’ 등 독특한 수형자들과의 엉뚱한 대화 장면, 자신의 딸이 호주의 하늘에서 보는 ‘I have no mother’ 모양 구름이 금자를 만난 후 ‘I have mother’로 변하는 장면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친절한 금자씨’는 박찬욱 복수 3부극 중 복수의 카타르시스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희극이다. 하지만 영화 초반의 기발함, 영민함, 신선함은 후반 집단 처형 부분부터 느슨해지는데 끝까지 편집에 진력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던 것으로 보여 못내 아쉽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