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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홍의 영화이야기

[고석홍의 영화이야기] 박찬욱 감독 복수3부작 2편 '올드보이'

고석홍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

2003년 칸 영화제에서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할 때 영화제 심사위원장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가 박찬욱 감독을 거명하면서 흥분된 표정을 지었던 모습이 생각난다. 타란티노의 태도는 자신의 영화 ‘Plup Fiction’, ‘Jacky Brown’, ‘Kill Bill’과 다른 아주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를 만나는 기쁨과 놀라움으로 보였다.

주인공 오대수(최민식 분)가 15년간 감금당한 이유를 찾아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오디세이를 펼칠 때, 잿빛·핏빛·보랏빛·연두빛 색깔들이 도시를 상징하며 서로 부조화스럽게 대조되는 장면들은 관객들의 시신경을 몹시 거슬린다.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의 암울한 미래 영화 ‘Blade Runner’(1982)와 같은 몽환적인 불빛 아래서 현악기의 섬세한 선율이 폭력장면의 율동과 어우러져 관객의 귀를 두드릴 때 더러운 연못에 피어난 하얀 연꽃를 보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다. 복수극의 희생양으로 친딸을 상간하고 오이디푸스의 비극처럼 괴로움에 미쳐 자신의 혀를 베어내는 오대수, 근친 애인의 자살에 대한 죄책감을 오대수의 희생으로 대속(代贖)하여 결국 자신을 응징하는 이우진(유지태 분), 이 두 사람의 관계에서 앞 뒷면이 없는 뫼뵈우스 띠처럼 타인에의 복수=자신에의 응징이라는 이상한 등식이 성립한다.

감방 벽에 그려진 프랑스 화가 루오(Georges Rouault)를 연상케 하는 그림과 그림 옆 ‘웃어라 그러면 모두 웃을 것이고, 울어라 그러면 너만 울 것이다’라는 글귀에서 현대인들이 느끼는 꽉 막히고 억울한 마음을 은유한 장면, 납치된 장소가 재개발로 고층아파트가 되고 그 옥상에서 트렁크를 열고 탄생하듯 오대수가 튀어나오는, 격변(激變)을 묘사한, 기발한 장면, 오대수가 고교생이 된 또다른 자신을 유령처럼 뒤쫓아 학교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진실을 엿보는 장면, 혀가 불행의 시작이고 기억은 그 촉진제이며 그 불행은 망각으로만 치유될 수 있다는 우화를 최면술을 도입하여 표현한 종반 장면 등 참신하고 인상적인 장면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올드보이’는 ‘복수는 나의 것’과 달리 단순하면서도 치밀한 구도속에서 종착점을 향해 빠르게 전개되는 게임이며, 살인·약취·중상해·감금·명예훼손 등 범죄를 대량으로 투입하여 관객의 도덕심에 도전하고 마침내는 오대수에게 씹어먹힌 낙지가 관객의 신세임을 느끼게 만든다. ‘올드보이’는 ‘복수는 나의 것’과 같이 비극도 아니고 ‘친절한 금자씨’와 같이 희극도 아니며, 아마도 카프카처럼 현대인의 악몽을 괴이하게 표현한 이상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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