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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산책

[클래식 산책] 봄의 음악

하죽봉 변호사(서울변회 클래식동호회장)

춥고 소산한 겨울이 지나고 새싹이 나면서 천지가 녹색으로 덮이고 갖가지 색의 꽃이 피어나는 봄이 오면 예술가는 그 느낌을 작품으로 나타내고 싶을 것이다. 레코드 목록에서 봄을 찬양하는 작품을 찾아보니 많지 않아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작품은 널리 알려진 비발디의 4계 중 첫 곡인 ‘봄’이다. 이 작품은 4계를 1곡씩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된 협주곡집이다. 즉 제1곡이 봄이라고 제명을 부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서 고금의 명 바이올리니스트는 바로크 시대에 연주하던 소규모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것이 통례인데 대표적인 연주로 꼽는 이 무지치의 경우 바이올린 독주자만 바꾸어서 낸 연주마다 명연으로 꼽히며, 2007년 장영주(사라장)가 오르페우스 실내 관현악단과 같이 한 연주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하이든이 오라토리오로 만든 4계도 유명하다. 모두 39개의 곡으로 성악 부분이 훌륭하다고 평이 나 있는데 그의 ‘천지창조’에 가리어서 빛을 보지 못하지만 한 번은 들어보아야 할 작품이다. 교향곡으로서는 슈만의 제1번이 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정신병원에서 사망한 불행한 슈만이 클라라 비크와 결혼하여 행복에 겨워할 때인 1841년 아돌프 베트커의 시를 읽고 영감을 얻어 작곡하였다고 한다.

관현악곡으로서는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 ‘봄의 축제’가 유명하다. 이 발레가 파리에서 출연되었을 때 관객들은 음악기법의 독창성 및 안무의 대담함에 놀라서 찬반, 호오가 완전히 갈라져 소동이 일어날 지경이었다고 하는데, 요즘 들어보면 천재는 기존 틀(형식)을 깨뜨리는 데서 시작되는구나 하고 이 곡의 색다른 아름다움과 스트라빈스키의 천재성을 찬탄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존경하고 존경하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5번의 봄을 빼놓을 수 없다. 밝고 화사한 느낌을 주는 제1악장은 제목에 그대로 들어맞지만 제2악장으로 들어가면 듣는 사람을 침잠시키게 하고 끝내는 아련한 느낌까지 들도록 한다. 기쁨과 슬픔, 화려함과 소박함과 같이 양립할 수 없는 것 같은 데도 조화를 이루어 내는 모순의 역설이 있는 것처럼 이 곡의 진짜 묘미는 밝고 빛나는 봄을 느끼는 마음 한 가운데 까닭없이 일어나는 잔잔한 슬픔을 조용히 어우르게 하는 데 있으므로 제2악장이 이 곡의 하이라이트라고 한다면 과언일까?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봄,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봄, 슈만의 교향곡 1번 봄,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 봄의 축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 이상 5곡은 장르도 골고루 나눠져 있다. 경쾌한 봄 기운을 좋아하면 비발디를, 성악으로 봄을 느끼려면 하이든을, 이국적인 봄을 맛보고 싶으면 스트라빈스키를, 북구의 봄 냄새를 맡고 싶으면 슈만을, 홀로 앉아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라면 베토벤을 듣는 것이 어떨까 한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