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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법령 속 '여성차별' 아직도 수두룩

여성계,민법781조 父性강제조항·830조 부부별산제 대표적 지목
성폭력범죄의 객체를 여성으로 한정하는 형사법 규정들도 꼽아
남·여 가족수당 수령범위 달리하는 공무원수당 규정도 남성우월

“우리 법령 곳곳에 여성차별적 요소들이 숨어있다.”

우리 법률체계에 대한 여성법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여성부와 법제처를 중심으로 여성차별적 법률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 적지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법제도 깊숙히 스며든 남성우월적 사고를 바로 잡기엔 아직도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3월8일은 101번째 ‘세계 여성의 날’이다. 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 법률속에 남아 있는 여성차별적 조항들을 하나씩 짚어 봤다.

여성부에 따르면 2005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여성권리확보 및 남녀차별 개선작업 차원에서 이뤄진 입법 또는 개정된 법규정은 모두 263건에 이른다. 29개 법률이 개정됐고 시행령 41개와 시행규칙 193개가 바뀌었다. 특히 2007년 4월 호적법이 폐지되고 양성평등을 기반으로 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은 최대 성과로 손꼽힌다. 여성계는 가부장적 사고의 제도적 장치를 뿌리째 뽑아냈다며 환영했다. 민법상 약혼과 혼인연령을 18세로 통일한 것도 성과다. 이 조항은 ‘여자는 일찍 시집가는 것이 좋다’ 또는 ‘남자는 가장이므로 일정연령까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고리타분한 남존여비사상이 발현된 대표적인 법률조항으로 지적돼왔다.

◇ 아직도 남아있는 성차별규정= 정부와 여성계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령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성차별 요소는 아직도 적지 않다. 여성계가 지목하고 있는 대표적인 성차별 법률은 민법 제781조 부성강제조항과 제830·831조의 부부별산제 조항이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은 “비록 부부가 협의해 자녀의 성을 결정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은 마련됐지만 여전히 원칙은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이라며 “이는 부계혈통주의 사고를 고착해 여성을 부수적 존재로 각인시키는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일본과 독일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부부간 협의로 자녀의 성을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한다.

여성계가 부부별산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혼인 중에 형성한 재산인데도 중요재산은 남편의 명의로 하는 현실에서 아내가 남편의 일방적인 재산처분을 막거나 지분을 주장할 법적근거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조 상담위원은 “재산의 처분에 배우자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혼인 중에도 재산분할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폭력범죄의 객체를 여성으로 한정하고 있는 형사법 규정들도 여성차별법률로 꼽힌다. 이는 형법상 강간죄(297조)와 업무상위력에의한 간음죄(303조),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죄(305조), 해상강도강간죄(340조) 등 형법 뿐만 아니라 특별법인 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제7조), 군형법상 전시강간(제84조) 등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라는 시각도 많다. 대법원도 “사회적, 도덕적 견지에서 부녀를 보호하려는 것”(67도1 판결)이라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개정론자들은 “남성간의 성폭력을 여성에 대한 강간과 달리 취급하는 것은 아직도 보호법익을 ‘성적 자기결정권’이 아닌 ‘여성의 정조’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며 “결국 여성의 임신가능성과 그로 인한 피해여성의 아버지나 남편에게 끼칠 악영향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고 있다.

성차별적 요소를 없애라는 지적에 따라 개정작업을 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법규정도 있다. 과거 결혼한 여성공무원의 경우 시부모의 재산을 등록하도록 한 구 공직자윤리법이 그것이다. 이 법률은 여성법조인들을 중심으로 한 여성계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지적하자(법률신문 2008년5월26일자 1면 참조 - ▼하단 관련기사) 친부모의 재산을 등록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하지만 부칙에서 적용대상을 신규로 재산등록 하는 여성공무원으로만 한정해 이미 재산등록을 한 기혼여성은 여전히 시부모 재산을 등록하도록 남겨 남녀차별 시정조처로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면 결과적으로 친가와 시댁 재산을 모두 공개하는 것이 되고, 재산의 연속적 증감현황을 파악해야 하는 재산신고제도의 취지상 부칙규정을 둘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의 남녀차별이 더욱 고착화되고 여성공무원들간의 형평성에 문제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겉으로는 여성보호, 실제는 남성우월= 겉으로 보기에는 여성을 우대한 조항 같지만 사실상 남성우월적 사고를 지닌 법령들도 다수 발견된다. 남성과 여성의 경우 가족수당 수령범위를 달리 정하고 있는 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이 대표적이다. 공무원은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속 중 60세 이상이 있으면 가족수당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여성인 경우에는 55세 이상이라도 수령이 가능하다. 여성에게 해택을 준 규정으로 보이지만 “생계부양자는 남성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배어 있다. 유사한 조항은 국민연금법을 비롯해 별정우체국법, 종합소득세법, 국가유공자지원법 등에 산재해 있다. 여성법 전문가들은 “이 조항은 여성은 일찍 경제능력을 잃고 부양되어야 하는 존재라는 고정관념을 생산할 수 있음로 여성차별적 법률의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차별규정 개선은 난망= 여성부는 성차별법령으로 발굴됐지만 개선되지 못한 법령 110건을 오는 2010년까지 개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개정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명박정부 들어 여성부의 예산이 지난해 1조1천억원대에서 539억원으로 곤두박질친데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대결이 치열해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여성차별법률 개정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19대 국회들어 성차별 해소를 목적으로 발의된 법안은 형법개정안 3건과 군형법개정안 3건이 전부다. 이 마저도 우선순위에 밀려 제대로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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