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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홍의 영화이야기

[고석홍의 영화이야기] 박찬욱 감독 복수3부작 1편 '복수는 나의 것'

고석홍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

박찬욱 감독이 ‘공동경비구역 JSA’(2000)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난 뒤 발표된 영화 ‘복수는 나의 것’(2002)은 그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어두운 면이 부각됐다는 이유로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 영화인들에게 빼어난 감독이 탄생했음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고 이는 칸 영화제에서 ‘올드보이’(2003)가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는 밑거름이 됐다.

영화를 볼 무렵 나는 ‘나라야마 부시코’, ‘우나기’ 등으로 유명한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감독의 동명(同名) 영화(1979)와 비슷한 내용으로 예상했는데 극악한 범죄를 다룬 것만 비슷했지 박찬욱 감독 작품이 사회적 통찰력과 철학적 깊이에서 더 훌륭하다고 생각됐다.

청각장애자 류(신하균 분)는 신부전증을 앓는 누나를 위해 장기밀매단에게 자신의 신장과 전재산 1,000만원을 넘겨주고 타인의 신장을 받기로 했으나 사기당한 것을 알게 된다. 한편 누나에게 적합한 신장을 찾아냈다는 병원의 연락을 받았으나 류에게는 수술에 필요한 돈 1,000만원이 없다. 수술 기회를 놓치게 돼 괴로워하는 류에게 애인 영미(배두나 분)는 아이를 유괴한 후 돈만 받고 돌려보내자고 제안한다. 일행은 우연히 알게 된 중소기업체의 사장 동진(송강호 분)의 딸을 납치했으나 류의 범행을 알게 된 누나가 자살하고 동진의 어린 딸도 사고로 강물에 빠져 죽는다. 일에만 몰두해 이혼당하고 회사마저 부도에 몰리면서 딸에게 생의 전부를 걸어온 동진은 딸의 죽음을 보며 복수를 결심한다. 류 역시 누나의 죽음과 자신을 파멸로 이끈 장기밀매단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그렇게 폭력은 폭력을 부르고, 복수는 복수를 낳으면서 주인공 모두는 비극적 운명을 맞이한다.

충격적 소재 만큼이나 영화에는 당시 보기 힘든 충격적인 장면이 대단히 많다. 특히 회색 배경에 피색, 초록색, 노란색, 파란색 등 원색과 대조되는 영상은 오랫동안 각인될 정도로 강렬하다. 동진이 류의 발 뒷꿈치를 칼로 베어 강물이 핏빛으로 물들어 가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장기밀매, 사기, 약취유인 및 인질강도, 특수협박(동진의 종업원이 칼로 자신의 배를 그어 협박), 중체포감금(동진이 납치한 영미를 상대로 전기고문), 장기밀매 등 영화 전편은 범죄로 그득하며 희망도 없다. 소통없는 사회, 소외된 삶, 필사적인 운명 속에서 복수는 복수를 끊임없이 부르고 정의는 박물관의 박제품에 불과하다. ‘복수는 나의 것’은 빈곤과 절망이 범죄의 주요한 동인(動因)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처절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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