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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홍의 영화이야기

[고석홍의 영화이야기] 존속살인과 영화미학

고석홍 부산지검 부장검사

영화 ‘반지의 제왕(Lord of Rings)’ 3부작으로 알려진 피터 잭슨(Peter Jackson) 감독은 1994년 고국 뉴질랜드에서 존속살인 실화를 소재로 ‘Heavenly Creatures’(한국명 천상의 피조물)라는 탁월한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 영화는 그 해 전 세계 10대 베스트 영화로 꼽혔고 그 명성으로 그는 미국으로 진출하여 이후 ‘King Kong’(2005)이라는 영화를 만들게 된다.

1953년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도시 크라이스트쳐치(Christchurch)에서 여고생 2명이 공모하여 그중 1명의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착한 여고생 Pauline(Melanie Lynskey)은 아버지를 따라 결핵 요양차 영국에서 뉴질랜드로 전학 온 Juliet(Kate Winslet)를 만나 급속도로 친해진다. 괴팍한 반항아 Juliet과 그녀의 영향을 받은 Pauline은 함께 기괴한 환상소설을 쓰고 성악가 Mario Lanza의 음악을 들으며 우정을 넘어 동성애 수준까지 발전시킨다. 당시 동성애는 영화 ‘Brokeback Mountain’(2005)에서 보듯 절대적 금기였다. 두 여고생 부모는 둘을 떼어 놓으려하고 그러는 와중에 Juliet는 부모의 이혼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이주해야 하는 처지에 이른다. 친구를 따라 타국으로 까지 함께 가려는 Pauline과 이를 반대하는 그녀의 어머니, Pauline은 자신의 어머니가 Juliet과의 우정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고 친구와 살인에 이르게 된다.

영화 전편에는 아기자기한 재미와 아름다움이 충만하다. 연기자들의 연기도 탁월하다. 영화 ‘Titanic’ 여주인공 Kate Winslet의 광적인 연기도 훌륭했지만 사춘기 여고생의 심리를 연기한 Melanie Linskey는 너무나 탁월했다.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전경이 공중 촬영되고, 살인과정에서의 거친 절규의 음향 효과는 탁월했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Mario Lanza의 노래는 그들의 행복과 비통을 고스란히 표현해준다. Juliet의 입원 등의 고통과 현실도피로서의 환상을 CG(Computer Graphic)로 표현한 장면은 이후 ‘Lord of Rings’과 같은 작품을 만들게 되는 원동력이 된 듯하다. Melanie 부모와 그 집 하숙생들, 주변 사람들이 펼치는 유쾌하고 따스한 장면들, 아름다운 뉴질랜드의 풍광들로 인해 영화 말미 존속살인 장면이 더욱 처절하고 끔찍하게만 느껴진다. 절경(絶景)으로 어머니를 유인한 두 소녀가 스타킹 속에 벽돌을 넣어 번갈아 가격하며 살해하는 장면은 너무나 쇼킹해서 숨이 멎는 듯하다. 슬로우 모션으로 순박한 어머니를 형장(刑場)으로 이끄는 장면에서 흐르는 Puccini의 ‘The Humming Chorus’ 선율, 살인후 피범벅이 된 두 소녀의 얼굴, 그리고 ‘Mommy is terriblly hurt’라고 거친 숨소리로 절규하는 그 장면은 평생 잊기 어려운 장면이다.

존속살인과 아름다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주제지만 미학적으로 이 영화보다 아름답게 묘사된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 천재 감독 David Cronberg도 정신분열 소년이 자애로운 어머니를 어머니를 내쫓은 창녀로 생각하고 살해한다는 내용으로 ‘Spider’(2002)를 만들어 충격을 주었지만 영화미학적으로 ‘Heavenly Creatures’에는 못 미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