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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산책

[클래식 산책] 베토벤의 합창

유현정 변호사 (서울변회 클래식동호회)

벌써 연말이다. 연말에는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올 새해를 계획하며 약간은 들뜨고 흥분되기 마련인데 올 연말은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로 여느 해에 비해 조용한 것 같다.

연말 송년음악회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 중 하나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다. 이 곡은 1824년 초에 작곡된 것으로, 베토벤의 교향곡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정식 표제는 ‘실러의 송가(頌歌) 〈환희에 붙임〉에 의한 종결합창을 수반한 관현악, 독창 4부와 합창을 위한 교향곡 제9번’이고, ‘합창교향곡’이라고 불린다. 네 사람의 독창과 대합창이 교향곡에 사용된 최초의 작품으로 교향곡의 역사, 나아가서는 서양음악사에서 금자탑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특히 제4악장의 합창부분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멜로디로 기쁨과 희망과 환희를 느끼게 해준다.

이 곡을 작곡할 때 베토벤은 청력을 완전히 잃고 작곡가로서 가장 중요한 음향의 세계와 단절되어 있었으며, 경제적 어려움과 병마로 인해 무한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와 같은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 베토벤은 기존의 형식을 답습하지 아니한 채 교향곡에 신이 주신 가장 위대한 악기라 할 수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사용하고, 교향곡의 표준 순서에서 제3악장에 있어야 할 스케르초를 제2악장에 집어넣었으며, 마지막 제4악장에서 제1·2·3악장의 주요 주제를 재현하는 등 기존 교향곡의 체계에 변화를 주는 도전을 감행하였다.

베토벤은 1824년 5월 빈에서 이 곡을 직접 지휘하여 초연하였는데, 당시 청력을 완전히 잃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던 상태였기 때문에 마지막 악장을 마쳤을 때 청중의 엄청난 박수가 쏟아지는 것도 듣지 못하다가 알토 독창자가 알려주어 청중이 박수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창조한 소리이지만 실제로 전혀 들어볼 수 없는 상황에서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였던 곡에 대한 청중들의 열렬한 반응을 확인한 베토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살아가면서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 처하더라도 이에 굴하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사람을 볼 때 사람의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만인에게 기쁨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작품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 베토벤은 요즘과 같이 변화와 도전보다는 현상을 유지하거나 위축되기 쉬운 시기에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춥고 긴 겨울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들으며 희망과 환희를 생각하고 그 삶의 여정을 통해 우리의 삶을 반추하고 미래를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