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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홍의 영화이야기

[고석홍의 영화이야기] 영화로 본 강간죄

고석홍 부산지검 부장검사

강간죄는 신체적으로 약하고 심리적으로 섬세한 여성의 자존감과 명예를 무참히 짓밟아 피해자를 충격, 공포로 전율케 한다는 점에서는 고문(拷問)과 유사하지만, 범죄로 입은 회복하기 힘든 수치심으로 인해 평생 고통 받고 또 그 고통이 극복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문을 능가하며, 다른 어떤 범죄보다 살아있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무자비하게 유린하기 때문에 살인죄에 이어 강도죄와 함께 그 처벌이 무겁다.

강간을 소재로 하거나 표현한 영화는 의외로 상당히 많은 편인데, 강간당한 여성이 범인들을 고소하고 법정 증언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실화를 그린 Jodie Foster 주연의 ‘The Accused(1988)’, 강간 피해자가 겪는 환청, 환영, 정신이상 등 고통 및 이로 인한 살인을 그린 Roman Polanski 감독의 걸작 ‘Repulsion(1965)’ 강간 피해자 아버지의 복수살인 및 법정투쟁을 그린 Joel Schumacher 감독의 ‘A Time to Kill(1996)’, 피해자 남편의 복수 살인에 대한 재판을 그린 Otto Preminger 감독의 ‘Anatomy of a Murder(1959)’, 강간 피해자의 소심한 남편의 복수 과정에서 나타나는 무자비함을 묘사한 Sam Peckinpah 감독의 ‘Straw Dogs(1971)’, 강간범으로 인한 가정 파괴와 복수를 그린 신승수 감독의 ‘달빛사냥꾼(1987)’, 사형을 앞둔 강간살인범의 고백을 그린 Sean Penn 주연, Tim Robbins 감독의 ‘Dead Man Walking(1995)’, 살인, 엽기적 강간 등을 자행한 가정파괴범에 대한 교화정책을 통쾌하게 풍자한 거장 Stanley Kubrick 감독의 ‘A Clockwork Orange(1971)’, 강간당한 여인, 살해당한 남편, 범행을 자행한 불한당이 벌이는 진실게임을 통해 주관주의, 이기주의를 묘사한 Kurosawa Akira 감독의 걸작 ‘Rashomon(1950)’, 강간당한 여인의 굴욕과 복수를 그린 Roman Polanski 감독의 ‘Tess(1979)’, 기타 강간이 묘사된 Sergio Leone 감독의 ‘Once Upon a Time in America(1984)’, Steven Spielberg 감독의 ‘Color Purple(1985)’ 등이 있다.

강간사건을 수사할 때, 범인이 자백하면 피해자의 고통을 감안하여 가급적 소환을 자제하고, 피해자의 진술이 미덥지 않을 경우를 제외하고 대질조사는 삼가는 편인데 이는 강간죄의 특징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량한 피해와 달리 의외로 무고가 많은 것도 강간죄이다. 자신의 외도를 숨기기 위해, 헤어진 애인을 복수하고 또는 되찾기 위해 무고하는 경우 외에도 최악의 경우 합의금을 노린 무고까지 존재하여 일반 피해자에 대한 인식마저 나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세태로 볼 때 강간죄의 요건인 폭행, 협박을 대폭 완화하여 의사에 반하는 성교 대부분을 강간으로 보려는 일부 여성단체들의 주장은 강간죄의 본질을 생각할 때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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