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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산책

[클래식 산책] 클래식 연주자와 법률가

유현정 변호사(서울변회 클래식동호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곡이다. 무언가에 집중해야 할 때나 이런저런 고민이 있을 때, 벅찬 흥분으로 가슴이 뛸 때 들으면 더욱 어울리는 곡이다.
최근 이 곡을 각각 다른 두 연주자의 연주로 들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쇼팽콩쿨에 빛나는 임동민의 연주이다. 백건우는 작년 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에서, 임동민은 몇 주 전 있었던 리사이틀에서였다.

두 연주자 모두 국내외적으로 대단한 명성과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실력있는 연주자들이다. 같은 재료라도 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 듯 같은 곡으로 다른 사람이 연주하니 느낌이 많이 달랐다.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는 예순이 넘은 노장답게 경험이나 연륜이 묻어나는 풍부하고 여유로운 연주였고, 20대 후반인 임동민은 정확하고도 긴장감이 묻어나는 섬세한 연주였다.

재미있는 것은 연주의 느낌이 두 사람의 외모와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백건우는 맘씨 좋은 아저씨 같은 인상에 몸집이 매우 크고 손도 굉장히 크고 두텁다. 연주회가 끝난 후 오래도록 줄을 서서 사인을 받고 악수를 하는 영광을 누렸는데 그렇게 크고 두터운 손은 처음이었다. 임동민은 가냘프고 여려 보이는 인상에 백건우에 비해 희고 가늘고 긴 손가락을 가졌다.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백건우에 비해 몸의 움직임이 크고 팔에 더 힘을 주어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이었다. 좀 더 역동적이라고 할까.

서로 다른 모습과 느낌으로 하는 연주를 통해 큰 감동을 누리는 기쁨을 맛보았다. 같은 곡에 대한 다른 해석이 더욱 풍부한 감상의 세계로 우리를 이끄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감동은 철저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연주자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입혀져서 가능한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변론을 진행하다 보면 재판장인 법관이나 변호사에 따라 재판의 분위기나 전개과정이 각양각색이다. 같은 종류의 사실관계로 거의 대동소이한 증거방법을 선택하고 진행하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모습이 클래식 연주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법률가들이 감동을 주는 재판과 업무처리를 한다면 얼마나 멋지겠는가. 사실관계에 대한 정교한 파악과 정확한 법리의 적용은 당연하게 갖추어야 하는 기본기이고, 거기에 사건관계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법률가 개개인의 고유한 인간미와 논리 외적인 설득력까지 갖추고 있다면 법률가로서 충분히 멋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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