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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산책

[클래식 산책] 음악감상 LP인가 CD인가

하죽봉 변호사 (서울변회 클래식동호회장)

고전음악이라는 예술을 공연장이 아닌 음악감상실이라는 공간에서 즐기는 예는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있지 않나 싶다.

재즈의 경우 음악감상실은 레코드 감상만이 아니라 실제 연주를 겸하기 때문에 미국은 물론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줄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몇 년전 서초동에서 두 분 변호사님이 고전음악감상실을 열었다가 짧은 기간에 문을 닫고 말았는데 오디오가 독일제 빈티지 시스템이었고, 레코드 컬렉션도 상당하여서 틈나면 들락거렸는데 얼마 가지 못하여서 문을 닫아 아쉽기 짝이 없다.

음악감상실이 없어지게 된 원인은 개인이 집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 데 있으리라. 즉 좋은 기기와 원하는 레코드를 구비할 수 있기 때문이었지 않나 싶다. 특히 CD라는 획기적인 음악소스의 영향이 절대적이지 않나 생각된다.

재생장치 즉 오디오의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말하기로 하고, SP, LP를 거쳐 1982년 CD의 출현은 고전음악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문자 그대로 하늘로부터 내려온 혜택에 다름 아니었다.

LP는 제조나 재생에서 접촉식이므로 원판이든 라이센스판이든 한정된 수량만 찍을 수 있고 판자체로 수명이 있어서 LP시대에서 소위 명반은 희소가치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물건이었다.

CD는 비접촉식이어서 제조수량이나 판의 수명에 제한이 없으므로 이른바 명반의 희소성은 사라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70년대 숄티의 ‘니벨룽의 반지’ 전집은 일본에서도 마니아 중의 마니아만 소장하였지만, 현재 필자의 책에는 CD지만 숄티는 물론 카라얀, 크나퍼츠부쉬, LD로 르바인, DVD로 바렌보임 판이 꼽혀있을 정도이다. 고전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컬렉션은 기본일 것이다.

CD의 기본적인 장점은 디지털 처리방식에 있으므로 무한 복사 및 영구보존이라고 할 것이다. LP가 아날로그 방식이어서 음악성이 더 뛰어나다면서 최근 LP붐이 다시 일어나고 있지만 복고심리에 편승한 것으로서 결코 CD를 능가할 수는 없다고 본다.

나아가 재생에서도 LP는 미소한 음량을 카트리지에서부터 증폭시켜야 하므로 턴테이블의 조작이 결코 쉽지 않았으나, CD는 조작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점도 차별이 된다. 마지막으로 LP는 개인의 의한 복사가 불가능하지만 CD는 전문점에서는 물론 전자기기에 약간의 조예만 있으면 얼마든지 원하는 판을 빌려 복사 보유할 수 있다는 점과 한 면에 길어야 30분 정도인 LP에 비하여 CD는 75분까지도 가능하여 말러의 한 두 개 교향곡이나 오페라를 빼고는 판을 바꾸지 않고 한 곡을 단번에 들을 수 있는 점도 뛰어난 메리트라고 할 것이다.

최근 CD가 나온 후 지금까지 26년이 지나면서 과거의 명반이 모두 CD로 복구되어 나오고 신보를 빼고는 가격도 너무 싸져서 손에 넣기에 부담이 가지 않는다.

한 면의 재생시간이 5분 정도인 SP와 지지직거리는 잡음에 신경이 쓰이는 LP만 즐기는데 그친 선배들의 세대를 생각한다면 지금의 우리는 고전음악을 즐길 수 있는 혜택을 너무나 많이 받았다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