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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홍의 영화이야기

[고석홍의 영화이야기] 영화'Pickpocket'와 절도범

고석홍 부산지검 부장검사

1998년 트럭까지 동원하여 전국을 무대로 한 연쇄 소도둑 사건의 범인을 직접 조사한 적이 있었다. 소 도둑질로만 여러 번 복역한 30대 후반의 범인은 절도를 끊으려는 악착같던 자신의 노력을 열거하면서 우연히 소를 보게 되면 ‘한 건 하면 이 고생 없어도 돈이 들어오는데’라는 유혹에 사로잡힌 자신을 책망했다.

절도는 수법, 피해대상, 습벽에 따라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인 자신의 숙련도에 따라 취득하는 재물의 양과 질이 달라지고 그 ‘성취감’ 또한 대단하기 때문에 생활태도 및 가치관으로 쉽게 침착되어 근로정신이 말살되는 마약과 같은 무서운 범죄이다. 하지만 절도는 그 과정 자체의 모험성과 스릴로 인하여 많은 영화의 소재가 되어 왔다.

낭만적 절도에 관해서는 Michael Curtiz 감독의 걸작 ‘The adventures of Robinhood’(1938)를 꼽을 수 있다. 범행과정의 모험과 스릴이 강조된 오락물로서는 2001년부터 연작 형태로 제작되어 온 Steven Soderbergh 감독의 ‘Ocean’s Eleven’, ‘Ocean’s Twelve’, ‘Ocean’s Thirteen’이 대표적이다. 또한 시대를 바꾸어 가면서 리메이크한 작품으로는 ‘Italian Job’ (1969, 2003), ‘Thomas Crown Affairs’ (1968, 1999), ‘Getaway’(1972, 1994), ‘The Ladykillers’(1955, 2004)가 유명하다. 한편, 처절한 삶의 수단인 절도에 관하여는 Vittorio De Sica 감독의 1948년 걸작 ‘Bicycle Thief’ 이 대표적이고 비록 영화 내용의 일부지만 거장 David Lean 감독의 ‘Oliver Twist’(1948), Carol Reed 감독의 ‘Oliver!’(1968), ‘Les Miserables’(1998)에서도 빈궁범을 잘 묘사하고 있다.

거장 Ernst Lubitsch 감독은 1932년 걸작 코미디 ‘Trouble in Paradise’에서 ‘인생은 서로 속이고 또 훔치는 과정인가?’라는 심오한 질문을 즐겁게 묘사하였고 이러한 방식은 Jamie Lee Curtis 주연의 ‘A Fish Called Wanda’(1988)에서도 그대로 채택되었다. 하지만 Woody Allen 감독은 ‘Take the Money and Run’(1969)에서 절도마저 실패한 안타까운 인생 낙오자를 묘사한다. 거장 Alfred Hitchcock도 은퇴한 절도 거물을 상대로 절도 행각을 벌이는 내용의 코미디 ‘To Catch a Thief’(1955)을 제작하였는데 이후 장르를 달리하여 ‘Marnie’(1964)에서 강박적 절도의 원인을 탐구하였다(두 영화의 흥미로운 점은 Grace Kelly, Tippi Hedren라는 미녀를 절도범으로 등장시킨다는 것이다).

절도를 묘사한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 Jules Dassin 감독의 1955년 작 ‘Du rififi chez les hommes’ 일명 ’Rififi’와 거장 Robert Bresson 감독의 1963년 작 ‘Pickpocket’를 꼽고 싶다. ‘Rififi’는 공모합동절도의 음모, 연습, 실행, 발각까지 전 과정을 숨 막힐 정도로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고, 특히 천장을 뚫어 훔치는 약 40분의 롱 테이크 장면은 감히 다른 거장 감독조차 따라하기 힘들 정도이다. ‘Pickpocket’는 소매치기범의 범죄와 구원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다룬 작품으로서 소매치기 숙달 과정을 그린 장면은 섬뜩할 정도로 치밀하고 정확하다.

영화와 달리 현실의 절도범들은 어떨까? 내 경험으로 그들은 의지가 박약하여 청산하지 못하고, 언제 잡힐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살며, 잘 살기는커녕 대부분 궁핍하고, 심적으로 주변 사람들과 단절되는 등 영화 속 낭만, 모험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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