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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家 상속재산 분쟁] ‘상속인 간 합의의 적법성’ 주요 쟁점으로… ㈜LG 주식 성격에 대한 주장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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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에서 불거진 상속 분쟁에서 ‘상속인 간 합의의 적법성’이 가장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 등 세 모녀 측은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합의한 구 선대회장의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지난해 3월 알게 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를 이유로 4인 간 상속분할협의를 무효로 볼 수 있는지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경영에 필요한 ㈜LG 주식의 법적 성격을 두고도 재판에서 다퉈질 전망이다.


◇ ‘상속인 간 합의의 적법성’ = 구광모 회장 측은 지난 10일 회사 차원의 입장문을 내고 “가족 간 합의로 4년 전 적법하게 상속이 완료됐다”며 “구 선대회장의 별세(2018년 5월 20일) 이후 5개월 동안 가족 간 수차례 협의를 통해 법적으로 완료된 지 4년이 넘어 이미 3년의 (상속회복청구권)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고인 세 모녀 측에선 대리인을 통해 “상속 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상 문제를 이제라도 바로 잡기 위해 소를 제기했다”며 당시 합의가 적법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했다.

 

민법상 상속재산 분할은 상속인들이 공동상속관계를 종료시키고 상속분에 따라 구체적 상속재산을 확정하는 것을 말한다. 피상속인은 유언으로 상속재산의 분할 방법을 정하거나 이를 정할 것을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유언이 없는 경우에도 공동상속인들은 언제든지 협의에 따라 상속재산을 분할할 수 있다. 다만 분할 협의도 민법상 계약으로서 착오·사기·강박에 의해 이뤄졌을 경우 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가사사건을 주로 다루는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분할협의에 따라 상속분할이 완료됐더라도 그 합의가 적법하다면 더 이상 다툴 것이 없고, 분할합의 과정에서 사기나 착오 등 하자가 있었다면 합의에 대한 효력이 없어진다”며 “원고 측이 확실한 침해행위에 대해 입증한다면 제척기간 등도 문제가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사 분야에 정통한 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원고 측이 실제 유언장이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입증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며 “상속분할협의에 대한 처분문서가 있는 상황에서 그 효력을 부인하는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선 매우 강한 정도의 입증이 필요한데, 그에 대한 입증이 이번 사건의 관건이 될 것이고 현실적으로는 입증에 굉장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지상(44·35기)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도 “일반적으로 유언장이 있었다고 한다면 유언에 따라 상속재산 분배가 이뤄진다. 적어도 유언을 확인하고 유언장의 효력대로 하지 않더라도 그에 따른 협의를 통해 상속재산 분할 절차를 취한다”며 “원고들 모두 성인이고,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인데 협박이나 기망을 당했다거나 착오를 일으켰다는 주장이 일반적이지는 않아 보인다”고 했다.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3년이라는 점도 문제다. 민법 제999조 제2항에서는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을 상속권이 참칭상속권자로 인해 침해된 것을 안 날로부터 3년으로 정하고 있어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원고 측이 알게 된 시점이 중요하다. 이미 협의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제척기간이 도과됐는데, 원고 측에서 유언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시점을 법정에서 입증해야 한다.

 

윤 대표변호사는 “만약 기망이나 착오가 인정된다면 상속재산분할 협의 자체가 없던 것이 된다”며 “사기나 착오에 의한 취소가 인정된다면 기한 문제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의 배경을 두고 원고들 중 한 명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연관돼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윤 대표는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사모펀드 운영사 ‘벤처캐피털 블루런벤처스’의 창업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법조 일각에선 원고 측 대리인으로 강일원(64·14기) 전 헌법재판관을 선임한 것을 두고 위헌 주장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 “가산” 대 “다른 주식과 달리 볼 이유 없어” = 이번 소송에서는 ㈜LG 주식의 성격도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 측은 구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LG 주식이 LG그룹 경영에 필요한 ‘가산(가문의 재산)’이라는 입장이다.

 

구 회장은 2004년 LG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됐다. 구 선대회장이 1994년 사고로 아들을 잃게 되면서 두 딸만 있었는데, 장자승계 원칙을 지키기 위해 가족회의에서 양자 입적이 결정된 것이다.

 

이후 구 회장은 LG그룹의 지주사인 ㈜LG 지분을 꾸준히 늘려갔다. 2003년 말 구 회장이 가진 ㈜LG 지분은 0.27%에 불과했지만, 양자 입적이 알려진 2004년 말에는 2.75%로 높아졌다.

 

2018년 5월 20일 구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구 회장은 선친이 보유했던 ㈜LG 지분 11.28% 중 8.76%를 상속하면서 기존 6.24%에서 최대주주에 해당하는 15%가 됐다. 당시 재계에서는 새롭게 시작할 구 회장 체제의 회사 경영에 필요한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때 구 선대회장의 장녀 구연경 씨는 2.01%를, 차녀 구연수 씨는 0.51%를 각각 분할 상속했다.

 

세 모녀의 소송 제기에 대해 ㈜LG 측은 “LG의 회장은 대주주들이 합의하고 추대한 이후 이사회에서 확정하는 구조이며, ㈜LG 최대주주인 구광모 대표가 보유한 ㈜LG 지분은 LG家를 대표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반면, 소송을 제기한 세 모녀 측은 기업의 주식에서 ‘가산’이라는 것은 없고 처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업 경영권을 위한 주식이더라도 처분할 수 있고, 상속회복청구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에서는 분분한 의견이 나온다.

 

엄경천(50·34기) 법무법인 가족 대표변호사는 “구 회장 측에서는 LG그룹과 가문을 위해서 지분이 나눠지면 안 된다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며 “다만 그와 같은 주장은 경영적 판단에 있어 가능한 논리일지 몰라도, 피상속인의 유언증서가 있거나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작성되지 않는 한 법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사사건을 주로 다루는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대부분 대주주들의 주식을 처분하기 위해선 필요한 공시를 해야 하는 등 여러 과정이 필수적이어서 실제 처분 등을 혼자 결정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다.


◇ 상속에서 양자는 동등한 법적 지위 보장 = 구 회장은 1978년 1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2004년 12월 LG가의 장자승계 전통에 따라 큰아버지였던 구 선대회장의 양자로 입적됐다. 구 회장은 양자로 입적될 당시 이미 26세 성인이었기 때문에 일반입양 양자에 해당한다. 친양자 제도는 2005년 민법 개정으로 도입됐을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임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어 구 회장에게 적용되진 않는다.

 

김상훈(49·33기)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는 “양자의 경우에도 민법에 따라 상속에 있어 친자와 같은 지위를 가진다”며 “이번 상속 분쟁에서도 구 회장이 양자로 입적했다는 점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1960년 1월 1일 민법이 처음 시행되기 이전에는 상속에 관해 조선민사령이 적용됐다. 대법원은 이 시기 상속에 관해 “호주가 사망하면 그의 전재산이 호주상속인에게 이전되고 차남 이하의 상속인들은 호주상속인에 대해 재산의 분배를 청구할 권한만이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87다카1877). 즉, 1960년 민법 시행 이전 시기에는 원칙적으로 호주인 장남이 제사권, 호주권, 재산권을 단독으로 상속받았다. 그러다 1960년 제정민법 시행 이후부터 1978년까지는 원칙적으로 남성들이 공동으로 상속받되 호주상속인은 고유지분에 5할이 가산됐다고 한다. 이때 여성들의 상속분은 남성의 절반에 해당했다. 이후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상속분은 남녀균등으로 바뀌었으나 호주상속인은 그대로 상속분에 5할이 가산됐다. 1991년 1월 1일 시행된 민법에 이르러 법정 상속은 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의 비율로 이뤄져 왔다.

 

 

이용경·한수현 기자 yklee·sh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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