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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조건부 급여의 통상임금성에 관한 판례의 향방

[2022.12.23.]



약 9년 전인 2013. 12. 18. 대법원은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정립하면서,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성’ 및 ‘고정성’을 결여한 것이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대부분의 하급심들은 재직조건부 급여가 통상임금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은 취지로 판단하여 왔으며, 2017년에는 대법원이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다시 확인하면서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함으로써 위 판례 법리는 정착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6다238120 판결,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7다232020 판결 등. 특히 2016다238120 판결의 원심인 광주고등법원 2016. 7. 8. 선고 2015나15497 판결은 재직조건부 방식의 임금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사적자치에 따라 유효하다고 명시적으로 인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위 2017년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재직조건부 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들이 일부 선고되어 왔고, 그 중에는 현재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어 있는 사건도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8. 12. 18. 선고 2017나2025282 판결, 현재 대법원 2019다204876호로 계류중). 그러다가 가장 최근인 2022년 11월에는 위와 같은 취지의 하급심 판결에 대한 피고 측 상고가 심리불속행 기각됨으로써 대법원이 재직조건부 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사례까지 나오게 되었는바(대법원 2022. 11. 10.자 2022다252578, 232592, 252585, 252608 판결), 이와 관련하여 현재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대법원 2019다204876호 사건에서 2013 전원합의체 판결이 번복될 것인지 그 귀추가 크게 주목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재직조건부 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하는 판결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1) 재직조건은 유효라고 보면서도 정기상여금의 부지급 사유로 정한 퇴직은 개인의 특수한 사정에 불과하다는 등의 이유로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유형과 (2) 아예 재직자 조건 방식의 임금지급은 그 자체로 무효라고 선언함으로써 논리 필연적으로 해당 임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유형이 그것입니다.


먼저, (1) 재직조건을 부가하는 것 자체는 유효라고 하면서도 통상임금성은 인정되어야 한다고 본 판결로 서울고등법원 2020. 12. 2. 선고 2016나2032917 판결이 있습니다. 위 판결은 재직조건의 효력에 대하여 이를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고, 중도 퇴직 시 계산상의 편의를 위해 미지급이나 초과지급 상여금을 정산하지 않기로 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어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판결은 고정성과 관련하여, ① 정기상여금은 연간 지급액이 월 기본급의 800%로 확정되어 있고 그 지급액은 연간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연간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추가조건의 성취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되는 임금인 점, ② 휴직자, 복직자, 징계대상자 등 개인적인 특수성을 고려하여 지급을 제한하는 임금도 정상적인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임금지급의 일률성이 부정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재직조건은 ‘퇴직’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임금 정산의 편의를 위한 방안일 뿐 이로 인해 추가조건 성취(퇴직) 여부에 따라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고, 정상적인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확실한 조건인 점 등을 근거로, 고정성을 인정하였습니다.


한편, (2) 재직조건 자체를 무효로 보아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로는 서울고등법원 2022. 5. 4. 선고 2019나2037630, 2019나2037647, 2019나2037654, 2019나2037661 판결이 있습니다. 이 판결은 ① 정기상여금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수개월간 누적하여 후불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지급일 이전에 퇴직하는 근로자도 퇴직 전 근로에 상응하는 정기상여금에 대하여는 지급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하는 점, ② 재직조건은 이미 발생한 임금을 그 이후의 지급일에 재직이라는 사실에 따라 지급 여부만을 정하는 지급에 관한 조건이므로, 이미 발생한 임금에 대한 부지급을 선언하거나 근로제공의 대가로 지급받아야 할 임금을 사전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무효인 점, ③ 정기상여금은 기본급에 준하는 임금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데, 기본급에 재직자조건을 부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는 이상 적어도 고정급 형태의 정기상여금에 재직자조건을 부가하여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하는 것은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재직조건을 무효로 보았습니다.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고 2017년 후속 대법원 판결이 이를 확인할 때만 해도 재직조건부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닌 것으로 판례 법리가 정리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보듯 상당 수 하급심 판결이 재직조건부 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비록 심리불속행 기각된 것이기는 하지만)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까지 선고되었습니다. 머지않아 이 쟁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정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상당 수 기업들이 그간 ‘재직조건부 급여’임을 근거로 통상임금 소송을 방어하거나 관련 리스크를 관리하여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만약 대법원이 위와 같은 전향적인 하급심 판결의 논거를 받아들일 경우, 이와 관련된 통상임금 소송전이 다시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각 기업에서는 현재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사건의 향방을 주시하면서 관련된 통상임금 관련 리스크를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종현 변호사 (johkim@shin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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