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김준현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 변호사는 2017~2018년 뉴욕 남부 연방지방검찰청 검사장 직무대리를 지냈다. 지검장은 차관보급으로, 한국계 검사 중 최고위직이다.
뉴욕남부지검은 '월가 저승사자'로 불린다. 주가조작을 포함한 화이트칼라 범죄 수사를 진두지휘해서다. 93개 미국 연방 검찰청 중에서도 필두로 꼽힌다. 세계적인 은행·증권·보험회사 등이 있어 복잡한 금융범죄 수사가 많기 때문에 한국으로 치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해당한다.
두 차례에 걸쳐 글로벌 로펌과 뉴욕 연방남부지검을 오간 그의 커리어는 연방검사를 국가 변호사로 보는 미국에서도 이례적이다. 1997~2000년 클리어리가틀립 변호사로, 2000~2006년 뉴욕남부지검 검사로, 2006~2013년 클리어리 가틀립 변호사로 일했다. 2018년까지 뉴욕남부지검에서 일하다 클리어리가틀립으로 복귀했다.
김준현 전 뉴욕남부지검장 직무대리는 누구
한국계인 김준현 전 뉴욕남부지검장 직무대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김재성 전 요르단 대사, 형은 김용현 전 한화자산운용 대표다. 김 전 대표도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미국변호사로, 지난해부터 임팩트 투자사에서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다.
김 전 직무대리는 1993년 스탠퍼드를, 1996년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1997년부터 3년간 글로벌 로펌인 클리어리 가틀립에서 일했다. 로스쿨 2학년이던 1995년 여름 인턴을 했던 로펌이다.
그는 검사 시절 마약범죄·총기범죄·테러범죄·자금세탁범죄·조직범죄·증권사기범죄·탈세범죄 등을 수사하고 기소했다. 2000~2006년 뉴욕 연방 남부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일했다. 2006~2013년 클리어리 가틀립으로 돌아갔다가 검찰 지휘부의 요청으로 다시 합류했다.
2014년 뉴욕남부지검 형사부 부장검사를 맡았다. 2015년 7월 부검사장(Deputy U.S. Attorney)으로 승진했다. 조직범죄 특별대응팀에서 4년간 일하면서 마피아와 아시아 갱단을 상대로 '조직범죄와의 전쟁'을 벌였고, 뉴욕 마피아 조직 '감비노 패밀리'의 두목 피터 고티를 기소했다. 2017년 3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리트 바라라 당시 뉴욕남부지검장을 해고했는데, 김 전 직무대리는 이듬해 1월까지 8개월 간 지검장 대행을 맡아 주요 수사를 이끌었다.
그는 현재 클리어리 가틀립에서 일하고 있다. 복잡한 민사소송과 국제중재, 형사 및 규제와 관련된 문제에서 주요 금융기관과 글로벌 기업집단, 회사 고위간부들을 많이 대리했다. 2021년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 성추행 조사 책임자로 선임돼 또다시 주목 받았다.
Q. 검사가 된 이유
A. 어린 시절부터 국가와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로스쿨에서 검사 두명이 공동수업하는 '연방 형사 기소' 과목을 들으며 매력을 느꼈다. 졸업 직후 뉴욕 남부 지방법원에서 연방판사보(law clerk)로 일하면서 연방검사들이 일하는 모습을 직접 매일 보게 됐다. 법정에 선 젊은 검사들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감명 받았다. 연방검찰은 대체로 로스쿨 졸업생을 바로 임용하지 않기 때문에 3년간 변호사로 일하다 지원했다.
Q. 뉴욕 남부지검을 설명해달라
A. 뉴욕 남부에는 맨해튼과 월스트리트가 있다. 세간의 이목을 끄는 범죄와 규제 문제가 많다. 연방지검은 해당 지역의 모든 형사 기소 뿐만 아니라, 미국을 대리해 수행되는 민사소송 감독도 한다. 뉴욕에서는 폭력단 단속, 테러범죄, 사이버범죄, 화이트범죄 수사, FCPA 조사 참여 관련 결정, 환경소송, 파산·세금 분쟁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지검장 대행 시절 중요한 민형사상 결정을 같은 날에 처리하는 경우도 많았을 정도다. 특히 뉴욕남부지검은 1789년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만든 미국 최초의 검찰 조직이다. 법무부보다 먼저 생겼고, 안으로나 밖으로나 검찰 독립성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지검장 대행 시절 맨해튼 트럭 테러, 마피아 조직범죄, 터키국유은행의 이란 제재 위반 사건 등을 처리했다.
Q. 기억에 남는 사건은
A. 미국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뉴욕에 두 차례 테러공격이 있었다. 2017년 10월 31일 핼러윈데이에 이슬람 테러집단 ISIS 지지자가 맨하탄 서쪽 보행자 보도에 트럭을 몰아넣어 8명이 숨졌다. 또다른 ISIS 지지자가 폭탄을 가슴에 묶고 항만청 버스정류장에서 터뜨린 일도 있었는데, 이때는 사망자가 없었다. 두 경우 모두 FBI 등과 긴밀히 협력해 곧장 조사하고 기소했다. 고향인 뉴욕시를 안전하게 지키고 뉴욕을 공격하려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역할을 한 것은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의미가 있다.
"사실을 수집하고
객관적이고 일률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이
검사 역할"
Q. 조직을 지휘할 때 중점을 둔 바는
A. 상호작용이다. 하급 검사들에게 변호인은 당신의 적이 아니라는 말을 자주 했다. 변호인 역시 피고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이며, 당신의 일만큼 중요하다고 했다.
젊은 검사들에게 경찰과 FBI 요원을 존중하도록 지시했다. 이들은 사실 검찰의 '고객'이다.
검사들에게 판사는 항상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판사 역시 인간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판사 또한 실수를 할 수 있고,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존재다. 그러므로 재판관을 존중하되 두려워하면 안된다. 판사가 틀렸다고 생각하면 그 이유를 정중하게 설명하면 된다.
Q. 변호사로 기억에 남는 업무는
A. 클리어리 가틀립에서 리보(LIBOR·London Interbank Offered Rates) 및 기타 이자율 조작 혐의에 대해 전 세계 당국이 수행하는 다양한 조사에서 시티뱅크를 대표하는 선임 변호사였다. 세계적으로 금융기관이 직면한 많은 규제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데 보람과 성취감을 느꼈다. 공화당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러나고 민주당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에서는 화이트칼라 수사 실무가 바빠지고 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성추행 수사를 맡았다. 뉴욕주 법무부장관의 임명을 받아 5개월간 수사했다. 보고서(Report)를 낸 지 일주일만에 쿠오모는 사임했다. 한국 기업과 관련해서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ITC 소송 대리인을 맡았다.
Q. 검사를 포함한 청년 법조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
A. 검사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진실성과 독립성이다. 사실을 수집하고 객관적이고 일률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이 검사의 역할이다. 누군가는 검사를 비판한다. 어떤 사람은 너무 공격적이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너무 공격적이지 않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검사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다. 검사가 법과 사실에 근거해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수사를 받고 기소된 모든 사람은 동일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부자와 권력자를 위한 사법제도,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위한 사법제도가 따로 있어서는 안된다. 단 하나의 사법제도가 존재해야 한다.
강한·박선정 기자 strong·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