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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양형전문가 한 자리에… '양형 합리화 방안' 논의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의 합리화 방안: 현황과 과제' 국제 콘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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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의 합리화 방안과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양형 전문가들이 모여 심도 깊은 논의를 펼쳤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 전 대법관)
는 28일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양형의 합리화 방안: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국제 콘퍼런스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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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콘퍼런스에서는 우선 제1주제인 '양형 합리화 방안의 현주소'에 대해 세계 주요국에서 양형의 합리화를 위해 추진해 온 주요 방안과 성과, 과제, 개선 방향이 논의됐다. 최승원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고법판사, 줄리안 로버츠(Julian ROBERTS) 영국 옥스퍼드대 법학부 교수, 매튜 클레이만(Matthew KLEIMAN) 전미 양형위원회 협회 부회장이 제1세션 주제인 '세계 각국의 양형 합리화 방안(1)'을, 구라토 타노이(Kurato TANOI) 일본 최고재판소 형사국원(판사), 요하네스 카스파(Johannes KASPAR)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 교수가 제2세션 주제인 '세계 각국의 양형 합리화 방안(2)'을 발표했다.


최 고법판사는 한국의 양형위와 양형기준 제도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서, 양형기준 제도 시행의 성과로 △양형기준 설정 작업의 지속적 수행을 통한 양형기준 설정 범위의 확대, △양형기준을 존중하는 재판실무의 정착, △양형 과정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 제고, △양형이유의 충실한 설명을 통한 재판의 설득적 기능 제고, △양형에 대한 국민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의 반영 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형제도 발전을 위한 향후 과제로서 △양형기준의 체계적 일관성 확보, △집행유예 기준의 보완, △양형기준 적용 현황의 지속적 분석과 양형기준의 수정, △국민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을 반영한 양형기준의 수정, △양형심리의 활성화, △양형조사 제도의 본격 시행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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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로버츠 교수는 비교법적 관점에서 양형기준제의 발전 상황, 영국 양형기준의 주요 내용과 성과, 영국 양형위와 양형기준의 과제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양형위의 다수가 사법부로 구성돼 있고, 양형기준 설정에 판사들이 많이 관여하는 경우 양형기준은 사법부에 받아들여진다"며 "양형기준은 반드시 상당 수준의 사법적 재량을 허용해야 한다. 양형기준은 양형 결정의 투명성과 양형의 일관성을 향상시키지만, 실형률과 재범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클레이만 부회장은 펜실베니아 주 양형위의 데이터 기반 양형 정책과 실무를 소개하며 "성공적인 양형위는 양형 편차를 줄이고 예측가능성을 높이며, 책임의 비례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데이터 기반의 양형 정책과 실무'에 중점을 둔 객관적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제2세션 발표를 맡은 구라토 판사는 한국의 국민참여재판과 유사한 일본의 재판원 재판에서는 양형편차를 줄이고 양형의 적정성과 공정성,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양형 참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양형 통계 그래프를 이용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카스파 교수는 "독일의 양형 체계는 법적 안정성과 형벌의 예측 가능성이 아닌 사법적 재량과 유연성에 중점을 둔다. 양형기준이나 양형위의 도입을 포함한 양형법의 근본적인 개혁은 부결돼 현재 논의되지 않고 있지만, 독일에서 양형편차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 학계는 양형 편차를 줄이기 위해 구속력 없는 연방 양형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도입을 지지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의 도입에는 불투명성과 차별, 편향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견해가 많다. 실증적 연구를 바탕으로 권고안을 제시하는 실무자와 학자로 구성된 양형위가 독일에도 도입돼야 하고, 한국의 사례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제2주제인 '양형 합리화를 위한 주요 과제' 시간에는 제1세션 주제로 '재범의 위험성 판단의 객관화'가, 제2세션 주제로 '법인에 대한 형사처벌'이 논의됐다.


제1세션 발표를 맡은 요르크 킨지히(Jorg KINZIG) 독일 튀빙엔대 교수와 멀리사 해밀턴(Melissa HAMILTON) 영국 서레이대 교수 등이 재범 예방이라는 형사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보다 객관적·합리적으로 재범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방식을 논의했다.


킨지히 교수는 "독일의 양형은 피고인의 책임에 따라 정해진다"며 "범죄전력은 양형을 정하는데 있어 매우 제한적으로만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증적 연구결과에 따르면, 독일은 지역별로 상당한 양형 편차가 존재하지만 양형기준제는 채택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법관의 판단을 조력하기 위한 인공지능의 사용에 대해 우려하는 견해가 많다"며 "피고인의 재범위험성 평가에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등 전문가 의견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이에 대한 몇몇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재범 위험성이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밀턴 교수는 "재범위험성 평가 결과는 그 자체로 특정한 중요성을 갖거나 권고되는 것이 아니라, 법관이 고려할 증거의 하나"라며 "재범위험성 평가도구는 평가자의 개인적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 않으며 분석을 재현할 수 있는 방법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류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 또는 집단의 재범 위험성 수준을 과대 또는 과소 예측하도록 하는 편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권미연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판사)도 "통계적 방식에 기초한 위험성 평가도구는 양형에 관한 의견을 뒷받침할 자료 중 하나인 것이지, 법관의 판단 그 자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법관으로서는 여전히 그 평가결과를 다른 요소와 종합해 규범적으로 판단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결국 양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객관화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성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장진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현재 세계 대부분의 법률은 법관이 전문가의 재범위험성 판단을 참고하도록 할 뿐이지 전문가의 판단 결과에 구속당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법률의 내용은 타당하다"며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법관의 직관적인 판단에 의해서만 재범위험성이 판단되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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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제2세션에서는 '법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주제로 산업재해 등 법인의 불법행위를 통제하기 위한 외국의 사법제도와 양형정책, 개선 방안 등이 논의됐다.


브랜든 개럿(Brandon GARRETT) 미국 듀크대 로스쿨 교수는 "미국 연방 양형위의 법인에 대한 양형기준은 판사로 하여금 법인의 존립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인 사형 조항(corporate death penalty provision)'과 함께 △효과적인 준법윤리경영 프로그램, △자율 신고, 협조 또는 책임의 수용을 통해 형을 감경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법인 범죄의 효과적인 예방과 처벌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통제하기 위한 미국 기소협상 실무는 법인 범죄 예방에 효과적이지 않다"며 "법인의 법규준수에 대해 철저한 검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표를 맡은 김웅재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현행 양벌규정에 의한 법인 형사처벌의 규율방식은 △법인의 대표자가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성립하는 행위책임과 △대표자 외의 종업원이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성립하는 감독책임의 이원적 체계로 해석된다"며 "행위책임과 감독책임을 양형에 있어서도 차별 취급할 것인지, 감독책임의 요소인 감독과실의 판단기준을 어떻게 합리화할 것인지 향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토론에 나선 권보원 대전지법 홍성지원 판사는 "법인을 운영하는 주체들이 어떤 행위가 범죄로 평가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며 "법인에 대한 형사처벌이라는 강력한 제재수단은 행위불법과 결과불법이 모두 큰 '중대사고형'에 집중함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행위와 책임능력이 동시에 존재할 것을 전제로 하는 형사절차는 법인의 본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법인 처벌을 일반화하기보다는 제한된 영역에 한해서 효과적으로 법인을 제재할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혜경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양벌규정은 형사정책적 의도에 의해 개별 법률에서 특히 법인처벌을 목적으로 둔 예외규정에 불과할 뿐인데, 법인의 범죄능력을 기본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정책적 규정에 근거해 법인의 범죄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형위는 이번 콘퍼런스에 대해 "발표와 토론 결과를 양형기준과 이와 관련된 양형 정책의 개선과 발전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향후 비교법적 자료 수집과 연구 등을 위한 해외 양형위와 해외 사법부와의 교류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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