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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변호사]《여성, 경찰하는 마음》(주명희 외 著, 생각정원 펴냄)

남초 집단 속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분투와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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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변호사 중에 경찰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고소 대리한 사건은 왜 이렇게 제대로 수사를 안 하는 것 같은지, 또 피의자를 변호하는 사건에서는 왜 우리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등 어느 쪽이든 수사기관을 설득해야 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경찰은 늘 못마땅한 존재인 것 같다.

그런데 ‘여성’ 경찰의 이야기는 어쩐지 들어보고 싶다. 변호사로서 상대해야 하는 수사기관의 일원으로서 이야기가 아니라, 남초 집단에 속한 소수자로서 여성의 이야기일 테니 말이다.

《여성, 경찰하는 마음》은 23명의 여성 경찰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순히 수적으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뿐만 아니라, 자질 측면에서도 ‘남성적’일 것을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직업인 만큼 그 어려움이 얼마나 클지 제목만 봤을 때부터 마음이 일렁였다.

책에는 이제 막 경찰에 들어온 저년차 20대 경찰부터 15년 이상의 고위직 경찰까지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직급의 여성 경찰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다 다르지만, 그 속에 비슷한 스토리 라인(?)이 존재했다. 대부분 나름대로 큰 꿈을 갖고 경찰에 들어오는데, 이러한 희망찬 기대는 대부분 입직 초반에 실망감으로 바뀐다. 여성 경찰에 대한 편견은 외부에서뿐 아니라 경찰 내부에서도 존재하며, 여성 경찰들은 이미 ‘경찰’이 되었음에도 줄곧 ‘경찰’로 인정받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남성’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력을 인정받아 승진해도 편견과 차별적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는커녕 부정적 수식어만 따라붙는다.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일해서 승진하면 '직원들을 달달 볶았다'라거나 '독하다', '이기적이다'라고 하고, 눈에 띄지 않는 성실함으로 승진하면 '한 일도 없는데 여경이라 특혜를 봤다'고 한다. 이러니저러니 욕을 먹을 테니 나는 갈 데까지 가보자 싶었다."

《여성, 경찰하는 마음》 211쪽, ‘권력, 제가 탐해도 되겠습니까?’ 중


"이를테면 신임시절, 남경 선배들은 '너는 여경이니까 얼른 결혼하고 애 낳으려면 내근직으로나 가라'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그래놓고 뒤에서는 "여경들은 내근만 하려 든다"며 비난했다. 일부 현장에서 나를 배려해주는 척 배제시키고는, '뒤로 빠져 있는 여경'으로 만들었다."

《여성, 경찰하는 마음》 231쪽, '함께 하면 오래 멀리 갈 수 있다' 중


누군가는 여성 경찰의 장점을 살려 여성이 필요한 일을 찾아 나서 실력을 인정받고, 누군가는 경찰 내에서도 금녀의 영역으로 인식되는 여경 불모지를 개척해나간다. 이들 여성 경찰은 이렇게 자신에게 맞는 나름의 방식으로 경찰 조직에서 ‘여성’ 경찰이 아닌 ‘경찰’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한편으로, 이러한 분투 못지않게 마음이 뜨거워졌던 부분은 모두가 서로의 대표가 되어 동료, 선후배 여성 경찰이 조금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일에 임하고 있는 점이었다. 보이지 않는 여성들의 연대인 것이다.

이쯤에서 법조계를 들여다봐 보자. ‘한국여성변호사회 30년사 백서’에 의하면, 2020년에도 여성변호사의 비율은 27.83%이다. 2008년도까지 여성변호사 비율은 10%가 채 되지 않았으니, 그래도 여성 변호사가 많이 증가한 셈이다. 그러나 위 수치가 보여주듯, 법조계 역시 여전히 남성 편중이 심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여성 변호사들은 모두 안녕하신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여성 경찰들이 겪는 ‘여성이라서’, ‘젊은 여성이라서’ 겪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대우는 우리가 여성 변호사로서 일하며 겪었던 일들과 너무나 닮아 있다. ‘어떻게 하면 여성이라고 얕잡아 보이지 않을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어떻게 의연하게 대처할지’ 등 우리가 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 같은 이러한 고민들이 떠오른다. 언젠가 ‘여성, 변호사하는 마음’이라는 주제로 동료, 선후배 여성 변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김소리 변호사(법률사무소 물결·밝은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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