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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강사 관계자, 공정위서 범행 부인하다가 검찰서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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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 철근 공공입찰 담합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제강사 직원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는 모두 범행을 부인하다가 일부가 담합 혐의를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가담한 개인도 처벌하는 무관용 원칙을 굳힘에 따라 조직적 기업 담합 행위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7대 제강사 고위직까지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제강사 고위직으로 수사 확대
“담합은 제강업계 고질병” 지적


◇ 임직원 수십명 소환조사…'철근 담합 지시' 경영진 겨누는 검찰 = 25일 법률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최근 현대제철·동국제강·대한제강·한국철강·와이케이스틸·환영철강공업·한국제강 등 7대 제강회사 고위직 임원들을 검찰의 요청에 따라 고발했다. 공정거래법 제129조는 부당공동행위를 하거나 하도록 한 사람, 공정위 조사를 거부·방해 한 사람 등은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검찰은 고발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음을 공정위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고발을 요청할 권한이 있다.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는 고발해야 한다.

공정위가 7개 법인과 전현직 직원 9명을 8월 고발하자, 검찰은 곧장 수사에 착수했다.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한 철근 연간단가계약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물량을 배분하고 투찰가격을 합의한 혐의다. 검찰은 추가증거 확보를 위해 10월 12일 7개 철강회사 본사 등을 압수수색 했다. 이후 한달에 걸쳐 관련자 수십여명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업계에 만연한 담합에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기업 고위직도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직접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앞선 조사에서는 일부 실무 직원들이 담합 가담 혐의 등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찰에 참여한 제강사들은 매번 일정 비율로 낙찰을 받고, 입찰 담당자들은 비정기 모임을 갖고 낙찰 물량 배분 등을 협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6년간 투찰률은 98.9~99.9%에 달했다.

미국, 법무부 산하 반독점국에서
가담 개인도 적극 처벌

OECD,
‘경성카르텔 형성 행위자 제재 수단 강화’
권고

“회사와 하급자에 책임 떠넘기는
영업형태 용납돼선 안돼”


◇ '담합 하면 큰 손해' 경영진에 인식 퍼져야 = 검찰 수사를 받는 7대 제강사 중 일부 제강사들은 과징금 처분 취소소송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경영진을 겨냥한 검찰 수사나 공정위 조사가 본궤도에 오를 경우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제기해온 이같은 소송이나 정부·지차제가 제강사를 상대로 제기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의 조직적 담합 혐의는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반복된다는 비판이 많았다. 공정위 조사를 받는 동안 유사한 담함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2018년 6월 공정위는 2015~2016년 민수시장 철근 판매가격 담합을 한 혐의로 6개 제강회사에 과징금 1194억 원을 부과했다. 이가운데 업계 1위 현대제철 등 5개 법인만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1월에는 현대제철 포함 7개 제강회사가 2010~2018년 8년에 걸쳐 철스크랩 구매 기준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적발해 과징금 3000억8300만 원을 부과했다. 이가운데 4개 법인과 조사방해 혐의를 받는 직원 3명만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공정위 출석요구에 불응한 전현직 임직원 3명은 각 2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검찰 안팎에선 "제강업계에서 담합사건은 고질적인 질병 수준"이라는 말이 나온다.

반면 자본주의가 발달한 일부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부정한 시장독점을 막기 위해 이익을 상회하는 수준의 과징금을 매기는 한편, 가담·지시한 개인까지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공정위에 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아닌 법무부 산하 반독점국에서 주도적으로 조사하고, 가담한 개인도 적극적으로 처벌한다. OECD는 2019년 6월 한국을 포함한 회원국에 '경성카르텔을 형성한 행위자 개인 제재를 수단을 신설·강화하라'고 권고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가기관인 조달청 입찰의 피해는 국고와 국민세금에 돌아간다"며 "회사와 하급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회사를 키우는 영업형태가 용납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했다. 한 로스쿨 교수는 "담합이 고질병을 넘어, 당연한 영업수단으로 굳어버린 업계가 많다"며 "흉내만 내는 처벌을 반복한 관계당국의 직무유기이자 간접 유착"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