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무부

(단독) ‘전자팔찌 끊고 도주’ 김봉현 외에도 13명 더 있다

올해 전자보석 대상자 522명 가운데 2.7% 달해

183188.jpg

183188_0.gif


1조 6000억 원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라임 사건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11일 전자장치를 끊고 사라져 논란인 가운데 올해 전자보석대상자 522명 중 전자장치를 훼손하거나 도주한 피고인이 14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자보석이 집행된 피고인 100명 당 2.7명은 사법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전자장치를 훼손한 것이다. 전자보석 허가 요건을 보다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과 더불어 피고인의 위치정보 수집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감독하던 전자보석제도의 사후 관리 시스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전자장치를 훼손하거나 도주한 전자보석대상자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행 첫해인 2020년에는 전자보석이 집행된 146중 1명이, 교정시설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교정시설 과밀 수용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자보석제도를 확대 시행했던 2021년에는 집행자 474중 8명이, 올해는 11월 현재까지 522명 중 14명이 장치를 훼손하거나 도주했다.


2020년 도입된 전자보석제도는 불구속 재판을 확대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교정시설의 과밀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권친화적인 제도로 평가받았지만 시행 초기부터 보석 피고인의 도주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보호관찰관 1명이 평균 17명의 전자장치 부착자를 감독하는 등 관리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보호관찰 인력과 예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부착 대상자만 늘린다면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감시 사각지대 줄여야 
전자보석대상자들은 형이 확정된 이후 집행하는 전자감독대상자들과 달리 보호관찰 대상은 아니지만 재판에 불출석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손목에 부착한 전자장치를 통해서 위치정보를 파악하거나 보석조건 이행 여부를 확인한다. 이 업무 또한 보호관찰관들이 맡는다. 가석방과 보석으로 전자장치 부착 대상이 확대되고 최근에는 법원이 조건부 석방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부착자들에 대한 감시 사각지대를 줄일 입법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논란의 핵심이 된 김 전 회장의 경우 도주 전력이 있고, 그가 전에도 중국 밀항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법원의 보석 결정이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11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손목형 전자장치를 훼손한 뒤 행적을 감춘 김 전 회장은 앞서 지난 2020년 5월 구속됐지만 지난해 7월 보증금 3억 원과 주거제한, 도주 방지를 위한 전자팔찌 부착 등을 조건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이후 검찰은 그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김 전 회장이 3년 전 구속영장 심사를 앞두고도 도망쳐 5개월 간 잠적했을 정도로 도주 의지가 명확했다는 점도 법원의 결정에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주요 경제 사범의 경우 도주 가능성을 면밀히 평가하고 보석 허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도주 유인을 억제하기 위해 경제 사범에게 고액의 보석금을 물리는 미국처럼 김 전 회장에게 보석금을 더 높게 책정했어도 효과가 있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도주 가능성 면밀히 파악

김지선 한국 형사·법무 정책 연구원 선임 연구원도 전자보석제도에 대해서는 사후 감독보다는 보석 대상자를 선별하는 과정에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기본적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을 범죄자로 단정하고 보호관찰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도주의 우려 등으로 일신을 구속하게 되는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석방시키는 제도가 보석이다. 도주나 증거인멸 등에 대한 우려는 모든 보석 제도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맹점인데, 결국 보석 결정 이전에 여러 사법절차를 거치며 이들의 도주 가능성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전자장치가 만능의 도구는 아니므로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전자발찌 부착과 더불어 보석의 조건을 세분화해서 상세히 규정해 위치추적장치로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봉현, 전자장치 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왜? 

보석 허가 기준에 대한 엄격한 적용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과 더불어 전자보석제도 대상자의 경우에도 장치를 훼손할 경우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전자감독대상은 발찌를 훼손한 경우 전자장치부착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지만, 전자보석의 경우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살인, 강도, 성폭력, 미성년자 유괴 등 4대 범죄를 저질러 형 집행이 종료된 후 전자장치를 부착한 전자감독대상자가 이를 손상시키면 전자정치 훼손죄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처럼 피고인이면서 전자장치를 착용하는 조건으로 석방된 사람은 현행법상으로 처벌할 수 없다.

 
다만 피고인이 보석 조건을 위반하면 검찰과 법원에 통지해 보석결정이 취소되도록 조치할 수 있다. 법무부는 대신 김 전 회장에 대해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전자장치가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라는 점에서 공용물건 손상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자발찌로 일부 대체 검토

법무부는 전자장치 훼손 방지 대책에 대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중요사건 피고인의 경우 훼손이 비교적 쉬운 손목형 전자장치 대신 발목형 전자장치를 부착시키는 방식으로 훼손 시도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전자보석제도 대상자가 아닌 전자감독대상자의 전자장치 훼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폭력 등 고위험 대상자에 대한 고위험군 전담제, 1대1 전자감독 등 밀착 관리감독을 실시하는 한편 고위험자용 전자장치를 개발하겠다고도 했다.


법무부는 구체적으로“전자보석 대상자의 형사절차상 지위를 고려해 원칙적으로 일반 전자감독대상자와 구별되는 손목형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있지만, 중요사건 피고인, 수시 경보발생 등의 사유가 있는 대상자에 대해서는 훼손이 어려운 발목형 전자장치 부착을 확대하고, 충전의무 위반 등 경보 발생 시 신속하게 검찰·법원에 통지해 보석취소를 검토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전자감독대상자의 장치 훼손 예방책으로, "관리역량이 우수한 직원을 선발해 1인당 6명 내외의 고위험자를 집중 관리감독하게 하고, 19세 미만 대상 성범죄자 중 재범위험성이 현저히 높은 사람을 보호관찰관 1명이 전담 관리하고 있다"며, "전자장치 스트랩 내장재를 기존 대비 2.5배 대폭 강화하고 금속프레임 기반의 외형을 갖춰 훼손이 어려운 고위험자용 전자장치를 올해 안에 개발해 내년도에 시범운영을 거쳐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