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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난방’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일관된 기준 필요

비슷한 사안에도 경찰 처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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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등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정보를 상대에게 보냈을 때 성립되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담당하는 수사기관의 처분이 제각각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비슷한 내용의 사안인데도 송치와 불송치 결정이 갈리는 경우가 있어 일관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 변호사는 최근 여러 건의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이 가운데 20대 남성 B 씨 사건도 있었다. B 씨는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게임 상대방의 모친에 대해 외설적인 표현을 했다는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경찰은 조사 끝에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A 변호사가 맡은 비슷한 다른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에서 송치 결정이 나왔다. 욕설의 대상과 표현방식, 수위가 매우 유사했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A 변호사는 "많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사건을 담당해왔는데, 전후 사정, 표현 문구와 정도가 거의 비슷한데도 (경찰 처분) 결과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며 "'복불복'도 아니고 어떤 기준을 가지고 처분을 내리는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상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와 달리 특정성을 요하지 않으며, 징역형이 선고되는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상 신상등록대상자가 되는 성범죄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사건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활동이 늘게 된 2020년부터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분기별 범죄동향리포트에 따르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발생 건수는 2020년 2071건에서 지난해 5102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1분기 2243건, 2분기 2784건이 발생해 상반기 발생 건수만으로 지난해 연간 수치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사건은 폭증하고 있지만, 유사한 사안인데도 경찰에서 전혀 다른 처분 결과가 나오거나, 표현 방식과 수위가 더 심한데 오히려 불송치 결정이 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김형민(사법연수원 41기)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경우에는 수사기관마다 결론이 중구난방이고 관서, 수사관마다 판단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에서는 '어느 경찰서는 처분이 잘 나오고 어디는 안나온다'와 같은 정보들이 서로 공유되기도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게임 등에서) 욕설을 유도한 후 이를 빌미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이른바 '통매음 헌터'들도 생겨났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관된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수사받는 사건을 보면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의 여부가 주로 문제가 되는데, 이러한 목적을 객관적으로 밝히는 것이 어렵다보니 주로 사용한 단어, 표현들을 가지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그런데 한국 욕설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성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단순한 모욕으로 볼지,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볼지 여부에 있어서 수사관 등 개인의 시각이 반영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판단 간의 차이를 줄여나가기 위해 보다 유형화되고 구체적인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