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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중견·중소기업 승계, 신탁제도와 공익재단 활용해 뚫어야”

[2022. 10. 14.]



- 신탁 전환기능 활용해 주식분산 방지 및 유류분 다툼 예방 가능

- 기업승계 목적 신탁주식 의결권제한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 필요

- 공익재단법인 주식취득 및 보유 규제 완화해 ‘한국의 파타고니아 사례’ 만들어야


신탁과 공익법인을 결합한 상속설계가 꽉 막힌 기업승계를 뚫어 줄 유력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탁을 통해 불필요한 상속분쟁(유류분)을 피하고, 공익재단으로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창업자의 기업가정신을 중단없이 승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바른 조웅규 변호사(사법연수원 41)는 최근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국회에서 개최한 제2차 중견기업 혁신성장 정책 포럼에서 기업승계 제도 활성화 방안발제를 통해 성공적인 기업승계는 기업의 가치와 경영 노하우 전수는 물론 국가산업기반과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경직된 상속제도와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기업을 유지할 최소한의 유인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실적 대안으로 신탁과 공익재단법인을 보다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현행 기업승계 제도와 세제의 문제점…유류분 다툼 상존하고 최대 60% 상속세율에 발목 잡혀

현행 상속제도 중 기업승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법정상속, 유언상속 및 유류분이 지적되고 있다. 법정상속의 경우 상속재산분할 협의 등을 통해 특정인을 후계자로 인정하고 회사 주식을 몰아주는 게 가능하지만, 상속인들간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는데다 기업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의 주식취득을 위해선 상당한 보상이 따라야 해 경영권분쟁 발생 가능성이 상존한다. 유언상속은 창업주의 유언으로 상속재산을 받을 자를 정할 수 있지만, 우리 법원은 법으로 정한 사항에 한해 법이 정한 방식으로만 효력을 인정하고 있어 분쟁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유언은 언제든 철회할 수 있어 창업주 사망전까지 불확정한 법률상태가 지속된다는 문제가 있다.


유류분의 경우 기업을 승계할 후계자로 지목된 상속인은 나머지 상속인들의 유류분 합계 상당을 제외한 주식만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상속 증여세 재원확보를 위해 회사주식 상당수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유류분 문제가 갖는 심각성은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우리 민법은 피상속인 의사와 무관하게 상속인에게 법정상속분의 1/2 내지 1/3을 유류분으로 인정해 유류분이 부족할 경우 부족한 한도에서 재산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제도 기업승계를 어렵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의 경우 최고 50%에 달하는 과도한 상속세율(할증시 60%)과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세율을 결정하는 유산세 방식이라 실제 부담하는 세금이 늘어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대개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자산을 갖고 있는 만큼 세금납부를 위해 주식을 처분할 경우 경영권유지가 어렵게 된다. 과도한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도입해 운영중이지만 사전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엄격한 사후관리 요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이용을 꺼리고 있다. 지난7월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 및 공제한도를 확대하고 사후관리 요건 완화를 포함하는)은 업계의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한 면이 있다. 제도의 한계와 높은 세율과 함께 가족에로의 기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인식하는 부정적인 시각도 기업승계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조변호사는 “당장 또는 조만간 승계가 이뤄져야 하는 기업이라면 제도와 세제개편을 기다릴 게 아니라 현 제도권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대안은 신탁과 공익재단법인을 결합한 승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신탁을 통하면 유류분 분쟁을 피해갈 수 있어 불필요한 상속분쟁을 겪지 않아도 되고, 공익법인으로 상속세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 다만, 공익법인을 통한 절세는 몇 가지 제한적 요소를 입법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 ‘신탁’ 활용법 … 전환기능 통해 후계자와 상속인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상속설계 가능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기업에서 후계자가 기업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주총 등에서 의사결정권한을 가지는 게 관건인데, 이를 위해선 상당한 수의 주식을 후계자에게 넘겨야 한다. 그런데 후계자가 기업지배권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주식을 생전증여 등으로 취득하는 데 나머지 상속인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유류분 반환청구 등 경영권분쟁이 불가피하게 된다.


그런데 신탁의 전환기능을 활용하면 주식을 후계자에게 집중시키지 않고도 나머지 상속인들에게 충분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게 가능해진다. 기업승계를 위해 신탁을 활용하게 되면 주식을 의결권과 이익으로 구분해 각각 수익권 대상으로 정한 후 의결권은 수탁자가 의결권행사 지시권 형태로, 이익은 배당이익 수령권 형태로 분리할 수 있다. 창업주 상속재산 중 주식 비율이 절대적이라 하더라도 모든 상속인들이 수익권을 받았기 때문에 유류분 침해가 없어 유류분 분쟁의 원인을 차단할 수 있다. 설령 나머지 상속인들이 상속재산 분배 결과에 불만을 가지더라도 유류분 침해가 발생하지 않아 유류분 반환청구를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신탁을 기업승계에 활용할 경우 ① 위탁자인 창업주의 주식을 수탁자가 보유하게 돼 주식분산을 방지할 수 있고, ② 창업주가 생존해 있는 동안 수익자를 창업주로 하면 기업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③ 창업주의 갑작스런 유고시에도 공백 없이 신속하게 후계자에게 경영권이전이 가능하고, ④ 유언이 아니므로 후계자 지정을 둘러싼 다툼을 상당부분 피해갈 수 있다.


다만, 기업승계를 목적으로 한 주식신탁의 경우 수탁자가 신탁업자 이더라도 수탁자의 의결권 행사가 위탁자나 수익자 지시에 따라 이뤄지는 때에는 자본시장법 제 112조 제3항 제1호 의결권제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법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주식신탁의 경우 피상속인이 보유하던 주식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므로 가업상속공제 특례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문제될 수 있고, 이 때문에 신탁을 활용한 기업승계를 포기하게 될 우려가 있는 만큼 명확한 입법이 필요하다.



■ ‘공익재단법인’ 활용 법 … 창업주 주식 재단출연으로 상속·증여세 절감할 수 있어

공익법인은 재단법인 형태를 취하게 되는데, 창업주의 주식 일부를 공익재단에 출연하는 방법으로 상속세와 증여세 일부를 절감할 수 있고, 공익에 기여하게 돼 국민들로부터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공익법인으로 기업 지분을 출연해 경영권 안정화와 기업승계를 하는 장치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발렌베리 그룹, 폭스바겐 그룹, 베텔스만 그룹, 칼짜이즈 그룹, 보쉬 그룹 등은 재단법인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상속세도 크게 절감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영속성을 확보한 대표적 사례다.


공익재단법인을 통한 기업승계는 상속세를 절감하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매우 유익한 방안이다. 그런데 사익적 목적의 재단법인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법체계상 기업승계를 위한 공익재단법인은 태생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일부 대기업집단이 공익법인을 통해 유리한 세제혜택만 받고 실질은 대주주 등의 사적 이익을 위해 악용되어온 사례 때문에 주식취득과 보유에서 제한을 둔다거나, 운용상의 제한, 의결권행사에 제한을 두는 등 엄격한 규제와 감시가 적용되어 와 기업들이 활용하지 못했다.


조웅규 변호사는 “이러한 규제 필요성은 대기업 집단에 대한 것이고, 중소·중견기업도 동일하게 규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법 개정을 통해 활로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주가 사망할 경우 지나친 과세로 인해 기업의 규모와 가치를 유지하면서 운영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를 통한 절세 방안마저 원천 봉쇄하는 것은 중소기업들의 영속 가능성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에는 공익재단법인의 주식취득 및 보유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 내지 폐지하고, 출연된 주식이 실제로 공익활동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공익법인 활동에 관한 감독 및 사후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방식으로 법개정을 해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이본 쉬나드 회장은 최근 기업 전체를 기부했다고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파타고니아 주식 중 98%, 약 4조 2000억원 어치의 의결권 없는 주식을 환경단체에, 나머지 2%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파타고니아 목적 신탁(Patagonia Purpose Trust)’에 출연했다. 파타고니아는 매년 일정 금액을 98%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환경단체에 배당하지만, 계속해서 영리기업으로 운영하고 전체 기업의 의사를 결정할 의결권 있는 주식 2%는 여전히 이본 쉬나드 회장 또는 그가 임명한 사람이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이본 쉬나드 회장은 지구를 위해 4조2000억원을 기부함과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후계자를 통해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받게 된 것이다. 만약 그가 주식을 자녀들에게 상속했다면, 2025년 이후 미국에서 납부하게 될 연방세 등의 상속세는 2조 2400억원에 달했을 것이다. 파타고니아 사례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기업의 영속성을 확보한 대표사례로 기억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선 주식기부를 통해 공익에 기여하고 상속세도 줄이는 방식의 기업승계가 현행 법체계에선 불가능하다.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부를 창출하고 지속해서 세금을 납부하며 일자리를 마련하는 국민경제의 핵심적인 구성요소다.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성공하면 큰 부를 쌓지만, 실패하면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어려움 끝에 기업을 성장시키더라도, 창업주들이 사망하면 기업은 큰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영업용 자산을 매각하거나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한다. 창업주가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하던 기업이 그 가치를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조변호사는 “많은 창업주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자신이 평생 일궈온 기업이 영속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기업승계를 희망한다. 자신이 축적한 기업가치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일부 부도덕한 행위를 한 기업 때문에 전체 기업인들이 공익재단법인을 부정한 목적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확증편향은 경계해야 한다”며 “공익재단법인의 주식 취득 및 보유에 관한 엄격한 규제를 완화해 많은 기업들이 파타고니아처럼 기부를 통한 사회적 책임과 기업의 영속성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입법보완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웅규 변호사 (woongkyu.cho@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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