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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재판 활성화 신호탄 될까

‘영상재판 불허 결정 취소’ 법조계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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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법 민사2부(재판장 최인규, 김진환, 주심 차기현)는 20일 영상재판을 불허한 결정을 취소하고 신청인 A 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본안 사건의 변론기일, 변론준비기일, 심문기일에 대한 A 씨의 출석을 인터넷 화상장치에 의해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다(2022라1116). 법원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이 영상재판 활성화의 신호탄이 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 항고심 결정문 보니 = A 씨는 영상재판을 열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자 불복해 올해 7월 26일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A 씨는 "직접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여서 일반적인 소송 당사자보다 직업상 코로나 환자 또는 전파 가능성 있는 사람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전파매개체가 될 위험성도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광주고법은 먼저 △당사자의 영상재판 신청이 항고의 대상이 되는 '소송절차에 관한 신청(민사소송법 제439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 뒤 △영상재판 신청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판단했다. 민사소송법 제439조는 '소송절차에 관한 신청을 기각한 결정이나 명령에 대하여 불복하면 항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영상재판 관련 민사소송법과 민사소송규칙의 관련 규정을 체계적으로 해석하면 영상재판의 신청과 그에 대한 허부절차는 당사자가 이유를 붙여 신청을 하면 재판장등 또는 법원이 그 이유를 심사해 (반드시 재판서의 형태로 그 결정 이유를 밝힐 것까지는 요하지 않더라도) 허가 또는 불허가의 결정을 하거나, 아무런 응답을 않음으로써 간주 규정에 의해 신청을 배척하는 효과를 주는 작용을 하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절차의 진행과정은 당사자가 그에 대해 이의가 있을 경우 불복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헌법은 재판청구권을 명시하고 있고, 그 권리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공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구성요소로 하고 있으며, 영상재판 제도를 민사 변론기일과 변론준비기일·심문기일에 널리 적용하도록 한 민사소송법 개정법률안의 개정이유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라며 "입법자는 영상재판의 도입과 확대를 국민의 헌법상 재판청구권 보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민사소송법을 마련했고, 입법목적을 고려하면 개정 민사소송법에 도입된 당사자의 '영상재판 신청권'을 '법원의 직권 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간단히 치부해버릴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장등의 기일지정에 대해 당사자에게 불복권한이 없다고 해석하는 기존 판례를 고려하면 영상재판의 신청은 그 법적인 신청권을 인정하고 그에 대해 볼복할 경우 항고법원이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사자의 재판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며 "영상재판의 신청이 가능하다고 했을 경우, 요즘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모바일 장비 등을 통한 인터넷 화상장치로 영상법정에 출석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굳이 기일지정 자체를 다투지 않고서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3의 길'이 있는 것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폭넓게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기일지정 그 자체에 대해 불복할 수 없다고 보는 기존 해석론을 유지하려면 반대로 영상재판의 신청에 관해선 이를 항고로 불복이 가능한 '소송절차에 관한 신청'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영상재판 신청에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면방식의 기일 출석으로 인해 혹시라도 감염병을 법정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킬 염려가 있다고 했는데, 이러한 이유는 개정 민사소송법에서 영상재판 제도를 도입하거나 확대하면서 입법 취지로 내세운 것 중 첫 번째로 꼽은 내용이므로 법원도 그 법을 해석·적용하는 과정에서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 법원이 변론기일 등을 영상재판으로 진행할 것을 명하더라도, 정부의 감염병 대응 위기경보 단계가 떨어지고 감염확산 우려가 해소될 경우, 본안사건의 재판장등은 기일 종류에 따라 영상재판으로 진행할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살펴 그렇지 않으면 대면방식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명령 또는 결정이 가능하므로 재판장등 또는 법원의 소송진행상 권한을 과도하게 제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당사자 재판청구권 폭넓게 보장”
“공개재판주의·직접주의 후퇴”


◇ 법원 안팎 반응은 = 법원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이 영상재판 활성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 부장판사는 "당사자의 재판청구권에 대해 넓게 인정한 사례"라며 "민사소송법과 민사소송규칙에는 관련 규정이 없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재판청구권 및 영상재판 신청권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입장을 내놓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결정문에서 밝힌 것처럼 민사소송에서의 영상재판 도입 등 취지를 들어 영상재판 불허에 대한 결정을 소송절차에 관한 신청으로 보는 것과 A 씨의 사례 등에 있어 영상재판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코로나19 상황과 영상재판 확대 등 사회·정책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올바른 판단"이라고 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도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 보호 차원에서 보면 결정문의 취지와 결론은 당연하다"며 "법원에서도 코로나19 상황 이후 영상재판 확대해 나가려는 기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히 이러한 사유에 대해서는 영상재판을 허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아직 영상재판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재판부에서도 우려하는 부분이 많아 영상재판 신청을 불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완전한 상태는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영상재판을 진행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채워 나가는 방향으로 영상재판을 활용하는 것이 앞으로의 영상재판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영상재판은 판사 대면권 혹은 당사자의 직접 대면 변론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와 직접주의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헌법상 공개재판주의 침해 문제가 있어 코로나 팬데믹 등 불가피한 경우 공개재판과 직접주의를 후퇴시키며 택하는 차선책이지 헌법상 권장되는 재판의 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며 "공개재판 원칙, 직접주의, 자유심증주의에 제한을 가져오는 영상재판 방식을 제일 우선 보장해야 할 정책적 지향점으로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상재판을 재판부가 저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상재판을 통하면 온전한 심증형성이 곤란해지기 때문이고 변론을 몰래 녹음·녹화하여 악용하거나 증거원본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정확한 의사 확인이 곤란하고 심지어 제3자에 의한 소송 관여 등 여러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며 "상급심의 영상재판을 허가한다는 주문이 하급심에 기속돼 계속 영상재판을 해야 하는지, 안 하면 절차가 위법해지는지 의문이며 헌법, 민사소송법 등 다른 원칙들과의 조화보다 감염병을 이유로 한 것과 관련해 영상재판 신청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박수연·한수현 기자   sypark·sh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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