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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폭행 누명 국가배상책임 인정 대법원 판결에 검찰 내부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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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이 성폭행 누명을 썼다 무죄로 풀려난 대학생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에 대해 당시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였던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와 박철완 당시 충주지청장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4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사의 객관의무 위반을 이유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례 소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검찰의 일부 증거 누락으로 성폭행 누명을 썼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소개했다.

 
앞서 2016년 검찰은 성폭행 혐의로 대학생 A씨를 기소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했지만 검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 여성에게서 A씨의 정액이 발견됐다는 성폭력 진료기록 등을 제시하자 자백했다.

 
추후에 국과수 유전자 감정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음이 드러났지만 검찰은 피고인 측 변호사의 요구가 있기 전까지 유전자 감정서를 법정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씨가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A씨의 가족은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했다.

 
대법원 제1부는 지난달 16일 이 사건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감정서는 원고의 자백이나 부인, 소송 수행 방향의 결정 또는 방어권 행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자료로 볼 수 있다”며 “검사가 원고에 대한 공소제기 당시 위 유전자감정서를 증거목록에서 누락하였다가 원고 측 증거신청으로 법원에 그 존재와 내용이 드러난 이후에 증거로 제출한 것은 검사가 직무를 집행하면서 과실로 증거제출 의무를 위반한 것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임 부장검사는 글에서 무죄 확정 판결 이후 A씨 가족이 검사와 수사관을 징계하라며 낸 세 차례의 진정을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은 사실을 언급하며 “2019년에 제기된 진정사건에서 검찰이 제대로 사과를 했다면 국가배상소송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죄 피고인의 어머니에게 이 판결문을 검찰 내부망에 올려 동료들과 같이 성찰하고 반성하겠노라고 약속드렸다”고 썼다.

 
그러자 당시 진정사건의 주임검사였던 박철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댓글로 당시 담당검사를 징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해명하며 이 사안은 검사의 객관의무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박 연구위원은 “비록 주임검사가 유전자 감정서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변호인 동석 하에 자백한 점, 감정서 내용을 검찰피신 작성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알려준 점 등에 비추어 검사가 고의로 감정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안이 아니므로 징계사안이 아니라는 결정을 했다”며 진정사건을 조사 결과 주임검사가 채취된 감정물이 샤워 등으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과실로 증거를 제출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까지 검사에 대해 객관의무위반을 이유로 징계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이어 박 연구위원은 “제가 검토한 법리와 결론에 반해 임 검사의 의견에 따라 해당 검사의 객관의무위반을 인정하고 징계를 개시했어야 한다는 것이냐”며 임 부장검사에게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권기대 광주지검 목포지청장도 A씨 사례와 유사한 다른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며 검사가 증거를 과실로 누락한 사실을 대법원이 인정했을지라도 검사가 A씨를 구속하고 공소제기한 사실 자체가 위법했는지는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권 지청장은 (형사사법절차에서) 검사의 판단은 사후에 잘못된 것으로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그 판단 시점의 자료에 비추어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위법하다는 게 기존 판례이론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임 부장검사는 이러한 검찰 내부의 반론 제기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