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선거 과정에서 많은 국민들, 특히 청년들이 정치권의 유혹과 선동에 흔들리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인슈타인은 위급한 상황에서 1시간밖에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면 '어떤 질문들을 제기할 것인가'에 55분을 쓸 것이라고 했다. 일단 적절한 질문을 찾을 수만 있다면 문제 해결은 5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가르침이다. 질문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첩경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이 책, 《헌법의 자리》를 발간한 이유도 정치와 민주시민 교육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성장한 젊은 세대들에게 헌법정신과 가치에 대한 의문을 스스로 제기하고 올바른 가치판단 기준과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오늘날 전 세계는 사회적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승자독식의 자본주의는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하고 정치적 포퓰리즘과 '죽고 살기'식 경제전쟁을 초래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고 사회안전망이 약화되면서 자유민주주의의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경쟁적 포퓰리즘과 이전투구식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정치 문제와 갈등을 극단적 파행 상태로 만든 다음 사법의 영역에 해결을 떠맡기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정치의 과도한 사법화는 사법의 정치화 또는 신뢰 약화를 초래하고 결국 헌법시스템의 약화와 훼손, 국가공동체의 위기라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러한 복합적 위기 상황에서 헌법의 우위를 실현하고 헌법수호의 책무를 지니고 있는 헌법재판소로서는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확고히 지키고 헌법적 가치를 철저히 구현해야 한다. 헌법재판이란 무엇일까? 헌법재판의 본질은 질문이다. 문제 된 헌법적 쟁점과 헌법가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헌법재판이다. 질문을 하다 보면 우리의 정치 현실과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마련이다. 아울러 인간의 존엄,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는 보편적 가치, 우리 자신의 실존적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도 함께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치가 충돌하는 현실에서 그 해답을 구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헌법은 역사와 시대정신의 반영이자 정치세력 간의 타협의 산물로서 무엇보다 실천이 필요한 규범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헌법재판이란 직선과 곡선, 그리고 색채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음악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풀어서 말하면 국가와 사회의 지속성을 의미하는 직선, 공동체의 발전에 필요한 창의성을 뜻하는 곡선, 그리고 의견과 가치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색채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헌법재판이 고된 현실에 부대끼는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희망을 주는 선율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는 국민들이 정치에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기도 하다. 이 책을 미래 세대에게 바친다. 박한철 석좌교수(제5대 헌법재판소장·동국대 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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