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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이전행위의 강제집행방식에 관한 독일 뒤셀도르프 고등법원 결정

OLG Düsseldorf, Beschluss vom 19.1.2021 - I-7 W 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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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0.9 비트코인(단위: BTC)을 이전하라는 소를 묀헨글라트바흐 지방법원(LG Mönchengladbach)에 제기하였다. 법원은 채무자에게 0.9 BTC를 채권자의 (정확하게 표시된) 특정 지갑주소로 이전하도록 하는 판결(LG Mönchengladbach, Urteil vom 3.12.2019 - 11 O 331/19)을 선고하였다.

판결을 집행하기 위해 채권자는 채무자의 비용으로 채권자 또는 채권자가 위임한 제3자에 의한 대체집행 방식으로 비트코인을 이전하게 할 권한을 자신에게 부여해 달라고 지방법원에 신청하였다. 채권자는 위 판결로 확정된 의무는 채권자 또는 임의의 제3자가 0.9 BTC를 수령하여 채권자 자신의 지갑주소로 이전함으로써 이행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비트코인 이전이 비트코인 보유자의 개인키가 저장된 장소를 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이는 제3자가 알 수 없기 때문에, 독일 민사소송법 제888조에 따라 집행해야 하는 부대체적 행위라는 이유를 들어 채권자의 신청을 기각하였다(LG Mönchengladbach, Beschluss v. 14.04.2020 - 11 O 331/19). 이에 채권자는 채무의 목적인 행위가 대체적 행위라는 이유를 들어 뒤셀도르프 고등법원(OLG Düsseldorf)에 즉시항고 하였고, 즉시항고는 인용되었다.


대상 결정에 따르면 비트코인 이전행위의 대체성 여부의 판단은, 사실관계에서 채무의 목적이 구체적이고 특정한 비트코인 내지 지갑의 이전(부대체적 행위) 인가 아니면 특정되지 않은 비트코인 단위 그 자체의 이전(대체적 행위)인가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나 대상 결정이 비트코인 이전행위가 항상 대체적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대상결정은 비트코인 이전행위의 대체성 여부를 일률적으로 단정하지 않고 법원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정하도록 판단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쟁점 및 법원의 판단]
Ⅰ.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 및 강제집행방식
1.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

독일 은행법(Kreditwesengesetz) 제1조 제11항 제4문은 암호자산(Kryptowert)의 개념을 '중앙은행 또는 공공기관이 발행하지 않았거나 보증하지 않으며 통화 또는 금전의 법률상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자연인 또는 법인이 합의 또는 사실상의 관행에 근거하여 교환 또는 지급수단으로 인정하거나 또는 투자목적에 기여하며, 전자적 방식으로 이전되고 보관되며 매각될 수 있는 자산의 디지털 표현'이라고 정의한다.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에 관해서는 학설 대립이 있지만, 비트코인이 위 은행법상의 암호자산에 속하는 것으로, 독일 민법상 물건도 아니고 금전도 아니며, 다만 기타 목적물(동법 제453조 제1항) 중 '무형의 이익'이라는 점에 관해 폭넓은 합의가 존재한다. 대상결정에서는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에 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대상결정도 비트코인 이전행위가 금전지급이나 유체동산의 인도에 관한 강제집행의 대상이 아니라고 함으로써, 비트코인을 금전 또는 유체동산으로 보고 있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2. 비트코인 이전행위의 강제집행방식 및 결정 요인

강제집행에 관한 독일 민사소송법 제8권은 우리 민사집행법과 유사하게 집행할 채권 및 집행 대상이 되는 재산에 따라 강제집행 방식을 분류한다.

대상결정은 비트코인 자체가 금전 및 유체물이 아니므로 비트코인을 이전할 채무는 금전지급이나 유체동산의 인도가 아니라, 그 밖의 행위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였다. 비트코인의 이전이 기타 행위로서 특히 독일 민사소송법 제887조(대체적 행위, 우리 민사집행법 제260조에 상응)에 따라 집행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같은 법 제888조(부대체적 행위, 우리 민사집행법 제261조에 상응)에 따라 집행되어야 하는지는, 채무에 해당하는 행위가 대체적인지 여부, 즉 제3자도 이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였다.

Ⅱ. 비트코인 이전이 대체적 또는 부대체적 행위인지 여부
1. 원심의 판단

원심결정은 비트코인의 이전은, 비트코인 보유자의 개인키가 저장된 장소를 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제3자는 이를 알 수 없으므로, 부대체적 행위라고 보았다.

2. 대상결정의 판단

반면 대상결정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근거를 들어 비트코인을 이전할 의무가 대체적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첫째, 채무에 해당하는 행위가 대체적 행위, 즉 제3자도 할 수 있는 행위이기 위해서는,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누가 그 행위를 하는지가 경제적으로 무관해야 하고,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채무자 자신이 아닌 다른 자가 그 행위를 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대상결정은 비트코인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채권자의 '지갑'으로 이전하는지는 채권자에게 있어 경제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보았다. 채권자에게는 비트코인 그 자체를 자신의 지갑으로 이전받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라고 하였다.

둘째, 대상결정도, 비트코인이 오직 채무자만이 접근할 수 있는 바로 그 채무자의 '지갑'에서만 유래해야만 한다면, 채권자 자신이나 제3자가 해당 비트코인을 대신 이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정확하게 채무자의 지갑에 있는 것이어야 하고, 다른 방식으로 생성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점은 묀헨글라트바흐 지방법원의 판결주문에서는 도출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셋째, 대상결정은 채권자의 소장에서 채권자가 정확하게 채무자에게 위탁했던 바로 그 비트코인 일부를 반환할 것을 청구하지 않고, 물건의 소비대차와 마찬가지로 동종, 동질, 동량의 비트코인을 청구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3. 소결

요컨대 대상결정에 따르면 비트코인 이전행위의 대체성 여부의 판단은, 사실관계에서 채무의 목적이 구체적이고 특정한 비트코인 내지 지갑의 이전(부대체적 행위) 인가 아니면 특정되지 않은 비트코인 단위 그 자체의 이전(대체적 행위)인가에 따라 좌우된다. 대상결정의 사실관계에서는 채권자가 동종, 동질, 동량의 비트코인 이전만을 청구하였고, 따라서 구체화되지 않은 일정 단위의 비트코인 이전만이 중요할 뿐이며, 비트코인의 특정한 개인키의 인도는 문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의 이전행위를 대체적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대상결정이 비트코인 이전행위가 항상 대체적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사실관계에 따라 비트코인이 오직 채무자만이 알고 있는 개인키만으로 접근 가능한 채무자의 '지갑'에 있는 비트코인을 이전하는 것이 중요할 때에는, 채권자 자신이나 제3자가 해당 비트코인을 대신 이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하여 비트코인의 이전행위를 부대체적 행위로 볼 수 있는 가능성도 인정하고 있다.

대상결정은 비트코인 이전행위의 대체성 여부를 일률적으로 단정하지 않고 법원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정하도록 판단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대상결정의 의의]
1. 독일 실무 및 학계의 반응

독일 학계에서는 비트코인의 이전행위가 대체적 행위라는 학설과 부대체적 행위라는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 대상결정은 비트코인 이전행위가 대체적 행위인지 부대체적 행위인지를 판별하는 기준 및 비트코인 이전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집행권원의 강제집행방식에 관한 최초의 독일 상급법원 결정이라는 점에서 실무 및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대체적 행위로 볼 수도 있고 부대체적 행위로도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어 어느 학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취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2. 대상결정 이후의 독일 판례 동향

대상결정이 선고된 이후, 2021년 3월 3일 하일브론 지방법원 결정은 비트코인 이전행위를 대체적 행위로 본 대상결정의 입장을 확인하였다(LG Heilbronn Beschluss v. 3.3.2021 - Sa 8 O 368/20=비공개). 이 사건에서도 특정되지 않은 비트코인 단위 자체의 획득만이 문제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해 4월 7일 베를린 지방법원 판결에서는 암호자산(이더리움)의 처분권을 독일 민사소송법 제888조(부대체적 행위)에 따라 강제집행을 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LG Berlin, Urteil v. 7.4.2021 - 66 O 20/21). 이 사건에서 채권자에게는 특정되지 않은 암호자산 그 자체가 아니라, 아주 특정한 '지갑'과 채무자만이 알고 있는 개인키가 중요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암호자산을 특정한 지갑으로 인도하는 것이 암호자산에 대한 접근권한(개인키)을 보유한 자만이 가능하므로(부대체적 행위), 그 자(서비스기업의 담당자인 자연인)를 대상으로 집행하도록 하였다.

베를린 지방법원 판결은 대상결정과 사실관계를 달리 하였기 때문에 상이한 결론에 이르기는 하였지만, 암호자산 이전행위가 부대체적 행위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대상결정과 동일한 취지를 유지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3. 연방대법원의 입장

대상결정에서 법원이 채무자에게 재항고를 허가하였음에도 유감스럽게도 채무자는 재항고를 하지 않았다. 채무자가 연방대법원(Bundesgerichtshof)에 재항고를 하였다면, 암호자산의 강제집행이라는 미개척지 중 적어도 그 일부만이라도 종국적으로 해명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학계의 지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다만 대상결정의 이유가 설득력 있다는 점과 소송경제적인 면을 고려할 때 재항고심 역시 대상결정의 입장을 지지하였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4. 대상결정의 시사점

대체적 행위와 부대체적 행위의 구별은 강제집행법의 전통적인 문제이다. 대상결정은 최신의 기술적 발전에 따른 시의성 있는 구별 사례(비트코인의 이전행위)를 제시하며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강제집행법 실무 및 학계에도 참고가 되는 좋은 지침 및 사례라고 할 수 있다(이상에 관해서는, 사법정책연구원(연구책임자: 이혜정, 연구참여자: 김정환/서용성), 《가상자산에 대한 민사집행연구》, (2022. 8.), 264 이하(서용성 작성부분) 참조).


서용성 연구위원(사법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