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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만나는 법

[시인이 만나는 법] ‘수리남’ 민완 검사 모델… 김희준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한때 강력통으로 이름 떨친 검사 … 이제는 시골 변호사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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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공의 적2>에서 온갖 이권에 개입해 비리를 저지른 재단이사장을 영웅적으로 징치했던 다혈질 강력계 검사 강철중(설경구 분)의 모델, 그리고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돼 화제를 끌고 있는 <수리남>의 악명 높은 마약왕을 수사해서 기소한 민완 검사의 실제 모델. 김희준 변호사(55·사법연수원 22기)를 설명할 때 빼놓아서는 안 되는 레퍼런스다. 하지만 그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엘케이비앤파트너스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 받은 첫 인상은 강력통으로 이름을 날린 검사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그는 전라도 억양이 남아 있는 말투를 쓰는, 어떻게 보면 성실한 개척교회 목사님 같은 선량한 인상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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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력]

광주석산고와 전남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제22기로 수료한 뒤 1996년 대구지검 경주지청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법무부 송무과장,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검사, 광주지검 차장검사 등을 역임하며 21년 동안 검사로 근무했다. 2017년 변호사로 개업해 현재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에서 형사·수사 대응, 마약·성범죄 분야 자문 및 소송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광주로 유학을 갔다고 했다. 부모님은 함평에서 제법 규모가 큰 상회를 운영하는 상인이었는데 유난히 교육열이 높아서 어린 그를 슬하에서 떼어내 대처로 보낸 것이다. 하지만 워낙 영민했던 탓인지 그는 광주로 전학을 가서도 주눅 들지 않고 보이스카우트, 소년조선일보 기자 같은 대외적인 활동을 했고 곧 반장도 맡았다고 했다.

호남과 광주는 한국현대사의 상흔을 가진 곳이다. 국가권력이 자행한 폭력에 의해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양민들이 희생됐고, 그 과정에서 깊은 상처와 함께 골 깊은 후유증을 갖게 되었다. 호남 광주 출신들의 자의식의 기저에는 이처럼 고통스러운 역사의 문맥이 깔려 있다는 추정은 그래서 유효할 수밖에 없다. 김희준 변호사에게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호남 광주 출신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역사적 자의식이 국가 권력의 첨병 조직인 검찰에서 일하는 동안의 직업적 소명과 충돌했던 적은 없었냐고.

“검찰에서 23년을 일했는데, 주로 마약사건, 조직범죄 사건을 다루는 강력계에서 근무했어요. 서울지검에 있을 때도 그랬고 특수부에서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몇 차례 받기도 했는데, 특수부는 아무래도 정치적 사건을 주로 맡게 되잖아요. 그런데 그런 사건을 맡고 싶지 않아 전부 고사했어요. 정치적 입김에 휘둘릴 수 있는 여지나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고 싶지 않았던 거죠. 반면 강력부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보람을 느꼈는데 왜냐하면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손실을 입히는 사건들을 다뤄서 국민들의 실생활을 편안하게 해드릴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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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실력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던 그는 차장검사를 끝으로 2017년 여름 돌연 검찰을 떠난다. 불편할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그것이 특수부 근무 경력의 부재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건 아닌지를 물었다.

“특수부 출신들이 승진에 유리한 것은 비교적 근년에 나타난 일이에요. 예전에는 강력부, 특수부, 공안부가 검찰의 세 축을 이루면서 서로 견제도 하고 경쟁도 하고 그랬는데, 어느 사이에 특수부 독주 시대가 된 거죠. 지난 정부에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동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특수부 조직이 비대해졌고요. 그에 반해 공안부는 지난 정부가 진보적인 측면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역할이 줄 수밖에 없었고 강력부는 그동안 마약사건, 조직범죄를 열심히 다루면서 안정적인 성과를 낸 거예요. 그래서 그 후과로 마약, 조직범죄가 충분히 통제되고 있으니까 강력부에 힘이 실릴 계제 역시 사라졌죠. 실제로 강력부의 인력이 줄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특수부에 힘이 쏠린 거죠.”

비록 내용은 친정과도 같은 검찰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었으나 곡진한 표정과 어투에서 그가 검찰 조직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와 함께 그가 강력부 검사로 일하는 동안 좌고우면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뚜렷한 자긍을 하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다. 실제로 강력부 검사 시절 그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숱한 사건들을 진행했다. 3년 전 버닝썬 사건으로 화제가 되었던 ‘물뽕’을 작명한 것도 김희준 변호사다. 물뽕은 '감마하이드록시뷰티레이트'(GHB)로 액체 상태의 신종 마약인데, 미국에까지 감정을 보내 마약류라는 걸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적발한 것이다. 우유주사로 알려진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등재시킨 것도 그가 한 일이다. 그런 그가 자신이 검찰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소탈하면서도 허심탄회하게 밝히는데, 역시나 검찰에 대한 속깊은 애정이 그 말 속에 들어 있었다.

“제가 검찰을 나오던 5년 전만 해도 차장검사를 지내고 검사장 승진이 안 되면 용퇴를 하는 게 관례였어요. 어떤 검사가 자신의 전문적 경험을 바탕으로 수사를 더 책임감을 갖고 하고 싶은데, 그런 역할과 권한이 있는 자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 과정에서 실력과 경험이 풍부한 검사들이 퇴직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현직에 있을 때부터 왜곡된 인사구조를 타파해야 한다고 늘 말해왔어요. 어느 조직처럼 검찰 조직에도 이너서클이 존재해요. 그래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식으로 자리를 나누어 갖는 악습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거죠.”

드라마 ‘수리남’의 민완 검사의 실제 모델
검찰의 ‘3축’은 강력부·특수부·공안부
어느 사이에 특수부 독주 시대로 변해
정치도 어느 순간부터 진영·팬덤 정치로
노년은 시골에서…받은만큼 사회에 환원


그렇다면 그런 검찰 내부의 모순이나 문제점을 잘 아는 검찰 수장 출신이 대통령이 되었는데, 이와 같은 악습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을까. 다소간 기대를 품고 던진 질문에 그는 회의적인 답변을 내놨다.

“쉽지 않을 거예요. 국가 권력을 갖게 된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 통치 기구로서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게 검찰인데,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인사밖에는 없거든요. 인사를 통해서 자기들이 지향하는 정치적 목적을 이뤄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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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김희준 변호사와 내게서 동시에 한숨이 나왔던가. 적지 않은 수의 법률가들이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검찰개혁’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부터 한국 사회에 정치적 정의가 과잉되었고 그 결과 법적 정의가 명백히 정치적 정의에 의해 억압받는 상황을 맞이했다고 꼬집고 있는데, 이에 대한 김희준 변호사의 의견이 궁금했다.

“정치란 통합을 최우선적으로 지향해야 하는데요. 어느 순간부터는 진영 정치, 팬덤 정치를 하면서 갈등이 조장되고, 정치인들이 열혈 지지자들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고 있어요. 정치가 지나치게 사법화된 것도 문제예요.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무슨 일만 일어나면 소송을 하고 법원으로 가져가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직권남용의 처벌 범위를 너무 넓혀놨어요. 과거에는 직권남용은 거의 처벌하지 않고 기소하지 않았어요. 예전에는 명백한 부정부패, 횡령 등만 처벌했는데 지난 정부 때 국정농단 사건을 다루면서 분위가 바뀌었어요. 법원 역시 촛불혁명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고 할까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직자 입장에서는 공교롭게도 그때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처벌을 받는 일들이 생기는 거예요. 이걸 되돌리지 않고서는 법적 정의가 제대로 서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검찰에 대한 그의 진한 애정과 연민은 모든 말과 말의 이음새에서 묻어났다. 그는 검사라는 존재는 면밀히 꼼꼼하게 수사를 해서 기소를 하는 게 기본인데 그런 부분이 과거에 비해 약해진 것 같다고 했다. 예전에는 도제식으로 선배나 부장검사들이 후배 검사들을 혹독하게 가르쳤고 질정할 때는 엄하게 했는데 근년 들어서는 다면평가 같은 걸 도입해서 그런지 관여를 안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상호 평가를 주고받는 방식 때문에 안 좋은 얘기를 들을 수 있음을 의식한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에는 검찰 인사제도가 보직경로, 실적, 평가 등이 기반이 되어 이루어졌는데, 어느 순간 정권의 향방에 따라서 인사가 뒤집혀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들이 최선을 다하고 신명을 바칠 만한 동기부여가 사라져 버렸다고.

고등학생 때 본 TV 드라마 <보통사람들>에서 법대 고시생 역을 한 강석우가 멋있어 보여 법대를 지망하게 됐다는 김희준 변호사는 시골변호사로 노년을 보내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골변호사로 무료 변론 같은 봉사도 하면서 법률가 이전에 지식인으로서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돌려주고 싶다는 것이다. 여기엔 분명 낭만적 감정이 개입한 걸로 보이지만 가치의 왜곡과 전도가 심화된 한국 사회에서는 예외적인 지혜처럼도 보인다. 시인 백석은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라고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말했다. 세속화된 사회에서 인간의 선의는 너무나도 쉽게 훼손된다. 유혹과 욕망이 뒤엉켜 회오리친다. 공익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그걸 훈장처럼 내세우며 권력을 거머쥔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선의로 똘똘 뭉친 전남 시골 출신 변호사의 내면세계에선 Return to Nature!라는 지향이 생겼을 수 있다. 모두가 나아가기만 하려는 시대에서 그런 물러남이야말로 우리 시대 가장 귀한 진보적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도언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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