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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 - 형사사건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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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가상자산의 출현 이후 탈중앙화에 따른 긍정적 전망과 동시에 익명성을 악용한 자금세탁 및 탈세의 수단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공존하였으며,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가치와 별도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세탁 규모(블록체인 분석업체 Chainalysis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규모는 2020년 66억 달러, 2021년 86억 달러로 추정)는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도입 초기부터 적법성, 과세 여부 등에 대한 논란이 많았고, 2020년 3월경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에 대한 개념을 정립한 이후 2020년 12월 세법 개정을 통하여 가상자산 과세 근거 규정을 마련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가상자산을 둘러싼 다양한 형사범죄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이 집적되었고, 최근 참고할 만한 판례들이 있어 이를 토대로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Ⅱ.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
(1) 몰수의 대상

우리나라 형사 실무에서 본격적으로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이 쟁점이 된 것은‘가상자산이 범죄수익에 해당하여 몰수의 대상이 되는가’였다.

검사는 음란사이트 운영자를 기소하면서 피고인이 사이트 이용자로부터 대가로 지급받은 비트코인을 압수하여 몰수 구형을 하였다. 몰수의 근거 법령은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이었고, 위 법은 ‘범죄수익’을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으로 정의하였으며, 위 법 시행령은 ‘은닉재산이란 몰수, 추징의 판결이 확정된 자가 은닉한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형, 무형의 재산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①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인 점, ② 피고인은 음란물유포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이용자 및 광고주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대가로 지급받아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한 점을 근거로 피고인이 취득한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에 해당하므로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해당 판결은 가상자산(비트코인)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처음 인정한 판결로 평가되며, 이후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의 가상자산 정의 규정(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의 토대가 되었다.

또한, 위 판결을 계기로 수사기관은 가상자산이 범죄수익인 경우 몰수 및 추징 보전의 일환으로 피의자들의 거래소 계정에 대한 가압류 내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있다.

(2) 사기죄 - 재산상 이익 인정

사기죄의 객체는 ‘타인이 점유하는 타인의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6256호 판결 등 참조)’으로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는 한 가상자산이 사기죄의 객체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학계나 실무적으로 별다른 이론은 없었다.

참고할 만한 사례로, 이른바 ‘보스코인 사기 사건(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9855호)’에서 구체적으로 사기죄의 객체 중 재물에 해당하는지,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적이 있었다.

‘보스코인 사기 사건’은 가상자산의 일종인 보스코인 개발 과정에서 ICO(가상자산 신규발행을 위한 초기 투자자 모집)를 통해 모집한 비트코인을 가상자산 발행업체 이사진들의 다중서명계좌로 보관하던 중 피고인이 다른 이사진들을 기망하여 피고인 단독명의 계좌로 비트코인 6000BTC를 이체한 사건이었다.

검사는 비트코인을 재물로 평가하여‘197억 원 상당 비트코인(6000BTC)’자체를 편취한 것으로 기소하였으나, 1심 법원은 비트코인은 형법상 재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직권으로 ‘197억 원 상당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것으로 변경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유죄를 확정하면서 비트코인은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3) 횡령죄 - 재물성 부정

횡령죄의 객체는 재물에 한정된다. 가상자산이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최근 ‘가상자산 착오송금 사건’의 하급심에서 쟁점이 된 바 있었다.

피고인 명의 가상자산 지갑 계정으로 우연히 지급된 가상자산(비트코인)을 피고인이 임의 소비한 사안에서 검사는 주위적으로 횡령죄로, 예비적으로 배임죄로 기소하였다.

1심과 항소심은 모두 횡령죄와 관련하여 "이 사건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가 없으므로 유체물이 아니고, 또 사무적으로 관리되는 디지털 전자정보에 불과한 것이어서, 물리적으로 관리되는 자연력 이용에 의한 에너지를 의미하는 ‘관리할 수 있는 동력’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나아가 가상화폐는 가치 변동성이 크고, 법적 통화로서 강제 통용력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예금 채권처럼 일정한 화폐가치를 지닌 돈을 법률상 지배하고 있다고도 할 수 없어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재물성을 부정하고 횡령죄는 무죄 선고하였다(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0. 2. 14. 선고 2019고합56 판결, 수원고등법원 2020. 7. 2. 선고 2020노171 판결).

대신 1심 및 항소심은 모두 가상자산은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아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였는데, 검사는 횡령죄 무죄 부분에 대하여 별도로 상고하지 않아 재물성에 관한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위 1심 및 항소심 판단에 더하여 가상자산의 경우 ‘점유 이전’이라는 개념을 상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가상자산의 재물성은 부정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4) 배임죄 - 재산상 이익 인정

앞서 소개한 ‘가상자산 착오송금 사건’의 항소심은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였다(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그러나, 위 사건에서 대법원도 ‘가상자산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된 분산원장에 의하여 부여된 경제적인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라는 취지로 일응 배임죄의 객체로서의 성격은 인정하였다.

다만,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신임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거래내역이 분산 기록되어 있어 다른 계좌로 보낼 때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자산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는 점, 현재까지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는 점, 죄형법정주의 등을 근거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반면, 주로 가상자산 관련 배임죄 이슈가 발생하는 사안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가상자산을 위탁, 보관 중 임의소비한 경우인데, 실무적으로는 별다른 쟁점 없이 배임죄 성립이 인정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코미드 거래소 사건(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을 살펴보면, 대법원에서는 주로 형법상 사전자기록죄의 ‘위작’의 의미에 대하여 쟁점이 되었으나 피고인이 고객예탁금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한 후 개인적으로 소비하여 업무상배임죄로 기소되었고 대법원에서도 모두 유죄로 확정되었다.

사견으로는 대법원에서 ‘가상자산 착오송금 사건’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한 이유는 가상자산의 본질적 특성보다는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줄여나가는 법원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배임죄 관련 대법원 판결 등을 통해 형사사건에 있어서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은 전반적으로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이나 향후 실무적으로는 가상자산의 편취액 내지 이득액을 객관적으로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와 관련한 이슈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매우 크고, 일반 상장주식과 달리 다수의 거래소에서 유통되며 각 거래소마다 특정 시간의 거래 가액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Ⅲ. 향후 전망 - 편취액 및 이득액 특정(가상자산 평가방법)

최근 배임죄 관련 대법원 판결 등을 통해 형사사건에 있어서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은 전반적으로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이나, 향후 실무적으로는 가상자산의 편취액 내지 이득액을 객관적으로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와 관련한 이슈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매우 크고, 일반 상장주식과 달리 다수의 거래소에서 유통되며 각 거래소마다 특정 시간의 거래 가액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참고할만한 하급심 사례들을 소개해본다. 먼저 사기죄 관련하여 앞서 소개한 ‘보스코인 사기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시가를 다투지 않아 별도로 쟁점이 되지 않았으나, 최근 하급심은 가상자산 편취액 관련하여 직권으로 ‘가상화폐 당일 시세 중 피고인에게 유리한 최저가(빗썸 거래소 기준)’를 재산상 이익으로 특정하여 선고한 사례가 있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합604호).

반면 배임죄 관련하여, 일부 하급심(부산지방법원 2019고단4783호)은 ‘범행 당일 업비트 거래소 종가 기준’으로 특정한 사례가 있었다.


편취액 내지 이득액은 주요한 양형 요소일 뿐만 아니라 형법 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 적용의 판단기준이 되지만, 현재 명확한 대법원 판례는 없는 상황이고, 하급심에서도 다소 판단기준이 상이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참고할만한 기준으로 세법상 가상자산 평가방법을 적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2020년 12월 22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 및 2021년 2월 17일 시행령 개정을 통하여 세법은 가상자산의 평가방법과 관련하여 '① 국세청장이 고시하는 가상자산 거래소(2021. 12. 28. 기준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등 4곳)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은 평가기준일 전·이후 각 1개월 동안에 해당 가상자산사업자가 공시하는 일평균가액의 평균액, ② 그 밖의 가상자산은 위 4개 이외 가상자산 거래소 및 이에 준하는 사업자의 사업장에서 공시하는 거래일의 일평균가액 또는 종료시각에 공시된 시세가액 등 합리적으로 인정되는 가액'으로 그 기준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여전히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 가상자산의 경우 평가 방법 등에 대해서는 그 기준이 모호하므로 결국 향후 다양한 실제 사례 등을 통하여 실무적으로 기준이 확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홍열 변호사(법무법인PK·전 북부지검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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