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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따라 결론 제각각 … ‘불법파견 법리’ 정리 시급

파견근로자 지위 확인 관련 사건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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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대법원이 7년째 진행 중이던 포스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협력업체 근로자 측 손을 들어주며 법조계에서는 불법 파견과 관련된 법원 판결 경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파견 근로자의 근로자성 인정에 대한 법원 판단이 엇갈리며 근로자 파견 관련 법리에 대한 기준을 세부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자 파견 관계 인정 판결에 따라 중견 기업이 존폐 위기로 몰린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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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업무라도 재판부 따라 결론 제각각 = 먼저 현대자동차와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 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생산관리 업무(서열·불출 등)', '출고업무 중 수출선적 업무', '보전(생산설비 유지·보수) 업무' 등을 담당하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해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동일한 업무임에도 이들에 대한 근로자 파견 관계를 부정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진행돼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2022다217728). 현대자동차 사내 협력업체에서 탁송 업무와 시험 장비 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근로자들도 1심에선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받았다. 2심 재판부에선 이를 부정했다. 이 사건들도 대법원에서 각각 심리하고 있다(2020다299306, 2019다279344). 지난달 28일 대법원에서 선고된 포스코 사건도 마찬가지다. '크레인 운전'과 '제품창고 지원', '포장' 업무 등을 담당하던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1심에서 근로자 파견 관계가 부정됐으나, 2심 재판부는 이들의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했다(2016다40439, 2021다221638, 2022다225606).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형태가 비슷한 유형이지만 어떤 상태로 도급인이 관여하는지 따져봐야 하므로 업무상 지시·감독이 가장 중요하다"며 "매뉴얼을 직접 만드는지, 큰 틀만 정하고 수급인이 정하는지 등 구체적인 관여 정도가 다르다. 그 부분은 재판부가 보기에 정확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이어 "최근 포스코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유사 사례에 대해선 모두 파견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각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른 것이 당연하겠지만 자칫 사건을 일률적으로 보게 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로펌의 변호사도 "근로자지위확인 관련 사건은 대법원이 근로자 파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하는 5가지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되는데, 판사 개인마다 이를 다르게 판단할 수 있어 불확실성이 높다"며 "이는 노동법 자체의 특수한 사정"이라고 했다.

대형로펌 노동팀의 한 변호사는 "근로자 파견의 판단 기준을 다 갖췄다고 곧바로 불법 파견으로 결론 나지 않는다"며 "법원이 해당 기준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다 보니 언뜻 보기에는 업무 공정이나 프로세스가 비슷해 보여도 구체적 사실관계들이 사건마다 다를 수 있어 결론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5년 2월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돼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 5가지 요건을 제시하며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하급심 법원에선 전산을 통해 작업 내용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안전을 강화하는 '전산 장치를 이용한 생산관리시스템(MES: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을 두고 원청 기업이 사내 협력 업체 근로자들에 대해 업무 지시를 하는 '불법파견 징표'인지 혹은 '도급 완성을 위한 정보공유 수단'인지 판단이 엇갈리기도 했다. 독일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MES를 도급 관계에서 활용했더라도 불법파견으로 보지 않는다고 한다.

 

비슷한 유형 어떤 상태로

도급인이 관여하는지 따져 봐야


업무 비슷해도 구체적 사실관계는

사건마다 다를 수 있어


근로자 파견 관계 인정되면

협력업체의 사업 존폐 위기에


◇ 근로자 파견 관계 인정으로 중견 기업은 어려움 겪어 =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근로자 파견 관계가 인정되면서 협력업체 입장에선 소속 직원을 원청에 빼앗길 우려가 높다. 대기업과 민법상 도급 계약을 바탕으로 사업을 일궈 온 중견 기업들이 사업 기반 유지에 큰 타격을 입고 존폐의 갈림길에 몰리는 문제가 새롭게 제기된다. 외주화를 통한 상호 협력 및 보완 관계인 대기업과 중견 기업 관계에서 제조업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줄곧 법원은 명백하게 도급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아니면 모두 근로자 파견 관계로 평가함으로써 파견법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파견법은 당초 입법 취지와 정반대로 도급금지법 또는 외주화금지법으로 변질해 제조업 분야의 사내 도급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법원 판례 경향을 비판하는 일각에선 전문성과 독립적 실체를 갖춘 다수의 중견 기업들에 대해 '파견법을 잠탈한 파견사업주'라는 낙인이 찍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사내 도급 업무를 수행하던 중견 기업들은 소속 직원들이 원청으로 대거 이직할 경우를 우려했다. 한국지엠 등과 도급 계약을 맺고 서열·보급 업무 등을 담당하는 한 중견 업체는 한 재판에 제출한 공식 사실조회에서 '도급 업무 수행 중인 소속 직원이 한국지엠 등 다른 회사에 일거에 고용될 경우 미치는 파급효과'를 묻는 말에 "전체 직원이 일거에 이직 된다면 사전에 신규직원 교육이 충분하지 않을 시 업무수행에 차질이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포스코가 모든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해 직고용을 하면 중견 업체 입장에선 업무와 인력이 없어져 회사 자체가 폐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는 "협력업체의 경우 사업 운영의 독립성과 독자성 요건을 잘 갖추고 있다면 불법파견 판단을 안 받는 결론이 나야 맞다"며 "하지만 대체로 협력업체가 영세하다 보니까 독자적으로 경영 관리체제를 갖추고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불법 파견이라 판단을 받게 되면 소속 직원들의 이탈로 결국 폐업하는 수순을 밟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형사 사건 기소·불기소 여부 달라지기도 = 불법 파견 관련 형사 사건에선 검찰의 판단이 달라 기소 여부가 달라지기도 했다. 특히 자동차 제조업 분야에서 검찰은 현대자동차에 대해 직접·간접 생산공정 모두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했지만,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또 기아자동차에 대해선 직접 생산공정은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해 기소했지만, 간접 생산공정에 대해선 이를 부정해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한국지엠에 대해서도 완성차 생산공장 안에서 수행되는 직접·간접 생산공정 모두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해 기소했다. 하지만 완성차 생산공장 밖에서 수행되는 일부 간접 생산공정에 대해선 근로자 파견 관계를 부정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작업 내용 등 증거관계에 비춰 혐의가 인정되는 피의자들에 대해 기소하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불기소처분했다"고 밝혔다.



이용경·한수현·박수연 기자

yklee·shhan·sypark@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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