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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일제 강제징용피해자 구제 법적 쟁점

이장희 명예교수(한국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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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문

2018년 강제징용 피해자 대법원 원고 승소 판결 강제집행의 일환으로 한국 내 일본 전범 기업 현금화를 두고 한일 양국 정부가 2022년 8월 현재도 매우 예민하다. 이에 대한 한일 양국의 법적 쟁점을 재점검해 보고자 한다.

전경련 한일 국민 인식조사(2022. 8. 11. 뉴시스)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과거보다 미래 중시가 한국 53%, 일본 88%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과거사 문제에서 양 국민의 인식 차이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적으로 보면, 일본은 식민지 과거사를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최종 해결되었다고 본다. 한국은 1965년 청구권협정은 국가 차원의 외교적 보호권 포기에 불과하고, 강제노역 개인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불포함되고, 피해자 개인은 독립적으로 언제나 청구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과거사를 무조건 덮고 미래로 나가자고 강변한다.

2012년 한국 대법원과 2018년 한국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분명히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최근 '2021. 6. 7.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제34부 강제징용 피해자 원고패소 판결' 및'2022. 3. 23.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 손배소 원고 패소판결'은 일본 정부의 법적 논거에 기초를 두고, 2018년 한국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는 정면 상반되고 있다. 여기서 강제징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한일 간 법적 쟁점을 다시 점검해 본다.


Ⅱ. 일제강제노역 피해자에 대한 일본 측 법적 입장

일본은 일제강제노역은 합법이라고 본다. 일본 식민지 지배는 1910년 강제병탄조약의 합법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일제강제노역은 이에 기초한 1938년 강제동원령으로 전시 중 일어난 합법 행위라고 강변한다. 그리고 1965년 한일기본조약 제2조 1항 '1910. 8. 22. 이전 조약 및 모든 협정은 이미 무효로 한다'에서 무효 해석을 두고 일본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부터 무효이고 그 이전까지는 모두 유효하다고 본다. 반면 한국은 원천 무효로 본다. 또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 제1항(유무상 5억 달러), 제2항(최종·완전해결)의 해석에 대해서 일본은 유무상 5억 달러 지불로써 모든 것이 최종·완전해결되었다고 본다.


Ⅲ. 일제강제노역 피해자에 대한 한국 측 법적 입장

한국은 일제강제노역을 불법이라고 본다. 그 법적 근거로 1904, 1910년 강제병탄조약 등 일본 강제병합 행위 일체를 무효로 전제하고, 강제노역은 불법한 민간인 전쟁범죄로 본다. 19세기 및 1940년대 식민주의는 당시 유럽과 미국에서 한때 허용되었다 하더라도 일본의 상기 한일 강점지배의 법적 문서 체결 과정은 유럽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모든 상기 법적 문서가 개인대표에 대한 군사적 압력·강박하에서 이루어졌다. 조약의 성립요건인 자유로운 의사합치의 부재, 조약체결권자의 위조 인장 등으로 원천 무효이다. 또 상기 문서는 대한민국의 헌법 핵심가치(상해임시정부의 법통)에도 위배된다. 1965년 청구권협정은 국가차원의 외교적 보호권 포기와, 강제노역 개인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포함하지 않는다. 피해자 개인은 독립적으로 언제나 청구 가능하다고 본다.


Ⅳ. 1952년 샌프란시스코 체제: 일제식민지배 합법성 묵인
1.
1943년 카이로선언 '조선인의 노예상태에 유의하여…조선의 독립…'을 약속, 이를 1945년 포츠담선언에서 재확인하였다. 상기 두 국제 문서를 일본의 무조건 수락 및 1945년 9월 2일 항복 문서에 서명함으로써 두 문서는 일본에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카이로선언에서 '…조선인의 노예상태에 유의하여…'는 조선인의 인권 피해자(강제노역, 일본군 성노예 등) 구제의 국제법적 근거이다.

2.
그런데 미국의 트루먼 독트린(1947)이라는 국제 냉전 질서에 대비한 외교 정책 변화에 따라 1952년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은 트루먼 독트린의 대일 유화적 자세 그대로 수용하였다. 그래서 1952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체제는 카이로선언 정신인 국제합의(일본 식민지배 불법성, 전쟁범죄, 조선인의 인권보장)를 왜곡, 전범국 일본에 징벌조약이 못 되고 일본에 면죄부 조약이 되었다. 일례로 조선과 대만은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 당사국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3.
1965년 한일 협정체제 등장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 제4조, 종전으로 분리된 지역(조선, 대만)의 식민지 전쟁 피해자들은 양자 조약으로 해결을 명시하여, 1965년 한일협정체가 탄생하였다. 두 체제의 공통점은 일제 식민지배 합법성을 묵인한 점에 있다.

2005년 한일외교문서 공개 이후 일제강점의 법적 성격을 65년 한일협정에서 합의하지 못하고, 봉합한 것이 명백하다. 이것은 결국 국제법에 기초한 한일협정의 해석의 문제이다. 그래서 대법원(2018)의 논거는 첫째, 일본식민지배는 명백히 불법·무효이다. 둘째, 1965년 한일협정으로 개인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 셋째, 일본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다. 넷째, 피해자들의 청구권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 따라서 강제노역 피해자는 개인 위자료 청구권을 가지고 있고, 한국 정부에게는 외교적 보호권을 가지고 있다.

Ⅴ. 1965년 한일협정체제의 문제점

1965년 한일협정체제는 일제 식민지배 및 태평양전쟁의 합법성 묵인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하위 체제이다. 그래서 1965년 한일기본조약의 식민지배 불법성 및 1965년 청구권협정 제2조 1항의 일본이 한국에 제공한 유무상 5억 불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 명확한 명시가 없다. 양국이 돈의 법적 성격에 대해 합의를 못했다. 그래서 조약의 해석론에 의존한다. 일본 측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최종·완전 해결되었다고 해석한다. 그 논거로서 첫째로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27조의 조약 불이행 방법으로 국내법 불원용 원칙을 내세운다. 둘째로 금반언의 원칙(estoppel)을 제시한다. 영미법에서 'estoppel의 법리'로 발전된 것이 독일법에 수용되어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행위의 금지'로 되었다.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금반언 원칙은 일본 법원 및 최고법원 입장이다. 그래서 일본 측은 1965년 청구권협정 제2조 제2항에서 5억 달러 지불로써 양국간, 양국민간 채권 채무 등 이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본다.

반면 한국 측은 1965년 청구권협정 제2조 2항 '완전, 최종 해결' 은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 포기에 불과, 법적 성격에 대해서 양국은 합의 못했다고 주장한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 청구를 위한 협상이 아니고,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 제4조 근거 양국간 재정적 민사적 채권, 채무 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강제노역 피해자의 인권 침해에 대한 정신적 위자료 배상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Ⅵ. 2005년 한일협정문서공개 이후 1965년 한일협정 해석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 제1항 및 제2항의 성격을 두고 한일 간 다툼이 있는 동안에 한일 협상 외교문서가 공개되어 1965년 청구권협정 해석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렸다. 1965년 한일 청구권 요구 8개 항목에는 일본군 성노예문제, 사할린교포문제, 원폭피해자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2005년 이후 한국 정부는 위 세 항목에 대해서 일본 정부에 잔존 국가책임을 주장했다. 2012년 대법원은 다만 대일청구 8개항 중 제5호 미불임금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재산적 경제적 문제이고, 징용피해자의 위자료(정신적 피해·인권침해)는 대일 8개 요구 항목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고 판단, 강제노역 피해자는 1965년 청구권협정 제2조에 구애받지 않고 국제법상 개인의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또 2018년 대한민국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는 강제징용 피해자 정신적 피해,인권 침해에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는 원고 승소판결을 하였다. 한일간 재산 및 청구권 협정 요강 8개항 중 제5항 피징용인 한국인 피해자의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의 변제청구에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까지 포함되기 어렵다고 판시(대법원 2018. 10. 30. 2013다61381)하였다.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개인 위자료 청구권 행사를 인정, 강제징용피해자(원고)에게 신일철주금(피고)이 각각 1억 원 씩 배상하도록 확정,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신일철주금의 대한민국내 자산을 압류하였다.


Ⅶ. 총 결론

2005년 한일외교문서 공개 이후 일제강점의 법적 성격을 65년 한일협정에서 합의하지 못 하고, 봉합한 것이 명백하다. 이것은 결국 국제법에 기초한 한일협정의 해석의 문제이다. 그래서 대법원(2018)의 논거는 첫째, 일본식민지배는 명백히 불법·무효이다. 둘째, 1965년 한일협정으로 개인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 셋째, 일본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다. 넷째, 피해자들의 청구권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 다섯째, 피고인적격에는 문제없다. 2005년 한일 문서 공개 이후 대법원의 논거는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2012년, 2018년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손배소 한국 대법원 승소 판결은 국제법과 1965년 한일협정 취지에도 타당하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은 1965년 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무상 3억 불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강제노역 피해자는 개인 위자료 청구권을 가지고 있고, 한국 정부에게는 외교적 보호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일본 정부는 국제법과 한국 대법원 판결 취지(2012, 2018)에 따라 한국 내 전범 기업 신일철주금의 자산 현금화에 협력하여야 할 것이다.


이장희 교수(한국외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