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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강제동원' 미쓰비시 중공업, 대법원에 자산 매각명령 판단 보류 요청

미쓰비시, '한국 정부 외교적 노력' 언급하며 의견서 제출
외교부도 대법원에 '외교적 노력' 강조 의견서 제출
피해자들 "외교적 보호권 행사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고통 가중"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강제노역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명령 사건과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 당국의 외교적 노력을 언급하며 최종 판단을 보류해 달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쓰비시 측은 우리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 관련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민관협의회를 판단 보류 요청의 근거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비판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쓰비시 중공업은 강제노역 피해자 김성주·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대전지법의 특허권·상표권 매각 명령에 반발하며 지난달 20일과 29일 이 같은 내용의 상고이유보충서와 재항고이유보충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2018년 11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전지법은 지난해 9월 강제노역 관련 배상 책임이 있는 미쓰비시 중공업에 대한 첫 자산 매각명령을 내렸다.


당시 매각명령의 대상은 양 할머니가 신청한 상표권 2건(서비스표 등록번호 제0323955호, 서비스표 등록번호 제0323956호)과 김 할머니가 신청한 특허권 2건(특허등록번호1183505, 특허등록번호 1521037)이다.


미쓰비시 측은 매각명령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대전지법이 재차 항고를 기각하자, 재항고했다. 이후 대법원 민사3부는 지난 4월에, 민사2부는 지난 5월에 각각 특허권 특별현금화명령 사건과 상표권 특별현금화명령 사건을 배당받고 상고이유 등 법리검토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미쓰비시 측은 지난달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강제노역 피해자의 청구권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해소됐고, 제3국을 포함한 중재위원회가 아닌 대한민국 법원이 이를 자체적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배상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확정될 때까지는 대한민국 법원의 매각 명령 판단이 보류돼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 정부가 지난달 시작한 민관협의회 등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외교부도 지난달 26일 대법원에 '외교적 노력'을 강조하는 의견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측은 해당 의견서를 통해 "정부는 강제노역 문제와 관련해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과의 외교 협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민관협의회 등을 통해 원고(강제노역 피해자) 측을 비롯한 국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주·양금덕 할머니를 지원해 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은 정부가 피해자의 권리 실현 절차를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피해자 측을 대리하는 김정희(47·사법연수원 38기) 법무법인 라포 변호사는 "강제집행 절차는 매우 무색하고 투명한 절차이고, 내용의 당부를 따지는 절차가 아님에도 판결이 선고된 지가 거의 4년이 다 된 상황에서, 더군다나 강제집행을 시작한 지도 약 3년 6개월이 다 된 상황에서 판단 보류를 요청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외교부는 피해자들을 위해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해야 할 당사자인데, 피해자들에게 더 고통을 가중시키는 의견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쓰비시 중공업은 채권자로서 판결에 대해 이행하는 것이 사법 시스템의 기본인데도 채권·채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제3자인 대한민국 외교부의 민관협의체 구성 등을 이유로 재판을 미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코 온당한 처사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강제노역 배상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민관협의회 제3차 회의를 오는 9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4일과 14일 두 차례 민관협의회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지난 3일 민관협의회 불참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