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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단독) ‘선별 입건제’… 경찰, 검경협의체에 끼워넣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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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난해 고소·고발 선별입건 법제화를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일선 수사관들의 업무부담이 커지고 사건처리가 지연되자 자구책을 마련한 것인데, 국민의 고소·고발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법 개정은 무산됐었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 후 하위법령 개정안을 조율하는 검경 간 협상 테이블에 유사한 내용을 올려 끼워넣기 논란이 일고 있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지난달 30일부터 매주 목요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검경협의체 실무회의를 진행 중이다. 양측은 지난 1년 7개월 간 진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체제의 부작용을 완화하면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이기도 한 책임수사제 안착을 위한 방안을 조율 중이다.

특히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하는 두 통로인 고소·고발과 내사·인지 사건접수 방식이 쟁점 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 수사권 조정으로 양측의 관계가 지휘에서 협력으로 바뀌어 이원화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고소·고발 사건을 반려하거나 각하할 명시적 권한을 경찰에도 부여하면서, 그 사유를 '수사에 관한 공공의 이익이 없거나 극히 적은 경우'로 확대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도 기소권을 가진 검찰과 마찬가지로 고소·고발사건을 선별입건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에 관한 공공의 이익이 없다'는 요건을 적용해 고소·고발을 각하할 수 있게 되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대부분 형사사건을 접수하게 된 경찰에 사실상 불기소권한이 부여될 수 있기 때문에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검경협의체를 거쳐 조율될 수사준칙은 대통령령이고, 경찰수사규칙은 행안부령이기 때문에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국회 입법을 기다릴 필요 없이 곧장 시행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부담 과중에 자구책으로 마련


새 정부 출범 후 

검경 협상테이블서 유사한 내용 또 올려


경찰이 고소·고발 각하할 수 있으면

사실상 불기소권 가져


법률신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안은 지난해 7~9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논의하던 당시 경찰청이 의원입법으로 추진했던 내용과 거의 같다. 경찰은 '범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수사할 공공의 이익이 없는' 고소고발 사건을 검사와 경찰이 수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제238조의2를 신설하자고 요구했었다. 경찰에 접수되는 고소·고발사건을 선별입건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형사소송법에 명시함으로써, 고소고발 사건 처리절차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경찰청은 법 개정 시도와 함께 경찰단계 선별입건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련 규칙 개정도 다수 추진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은 '고소·고발이 범죄사실을 구성하지 않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면 검사와 경찰이 사건을 수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데 동의했지만, '수사할 공공의 이익이 없는 경우' 요건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법안은 '접수한 고소 또는 고발이 범죄 사실을 구성하지 않거나 공소시효의 완성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이를 수리하지 않을 수 있다'로 조율돼, 지난해 9월 발의됐다. 법안에는 검사나 경찰은 접수 10일 내에 수리여부와 이유를 통지해야 하고, 통지를 받은 고소고발인은 불수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대해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범죄혐의가 있으면 수사할 의무가 있는데, 지나치게 광범위한 요건이 주어지면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위험이 커진다. 경찰이 사건을 받지 않으면 국민은 불복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며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는 경찰에, 기소권이 있는 검찰과 동일하게 각하사유를 확대하는 것은 형소법상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이 인지·내사사건 접수 개선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입건유예제도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196조와 제247조는 검사는 범죄 혐의를 수사할 수 있고, 양형조건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각각 정하고 있다. 반면 경찰에 대해서는 사법경찰관(경위 이상)은 범죄 혐의를 수사하고, 사법경찰리(경사 미만)는 수사를 보조한다고만 정하고 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경찰이 자의적 판단으로 불입건 한다면 경찰에 소추권 내지는 사면권을 부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