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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신속한 재판은 적정한 재판과 함께 반드시 추구해야 될 가치”

‘신속한 민사재판’ 용역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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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서 적절한 결론을 내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고, 나아가 국민이 재판 결과를 신속하게 받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법원이 전국 법원 민사합의부에서 장기미제 사건이 적체된다는 지적을 해결하기 위해 신속한 민사재판을 위한 연구에 착수하자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전국 법원 1심 민사합의부 미제분포지수가 악화되는 가운데 서울중앙지법은 미제분포지수가 마이너스대로 추락하는 등 가장 심각한 사건 적체 현상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미제분포지수는 2021년 12월 말일 기준으로 '-3.5(소송남용인 사건 미포함)'를 기록했다. 2019년 12월 말일 기준 '13.3', 2020년 12월 말일 기준 '5.0'에서 크게 떨어졌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20일 발주한 정책연구 용역 제안요청서를 통해 "적정한 재판과 더불어 신속한 재판도 반드시 추구돼야 할 가치"라며 "경력법관제 도입에 따른 법관 연령의 고령화, 법관 증원 지연 및 한계 등으로 사건 지연 현상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2021년 12월 8일 제17차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관련 안건을 의결했다"며 "디스커버리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모든 사건에 시행하기는 어렵고, 고분쟁성 사건과 신속 처리가 필요한 사건을 구분해 투 트랙(two-track)의 절차를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법관 증원 등 한계

사건 지연현상 심화 가능성 커


신속처리절차 대상 분류 함께

 구체적 형태 등 연구


법원행정처는 "종래 형사사건에 관한 경죄사건 신속처리절차 도입에 관한 연구는 있었지만, 민사소송의 신속처리절차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며 "지난 2017년 사법발전계획의 일환으로 △획일적 소가 기준이 아닌 소송 유형에 따른 심리방식의 특례 규정 △당사자 동의 하에 서면심리 후 판결제도 도입 등이 검토된 적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실현되지 못했고 2018년 사법발전계획에서는 '소액사건 또는 단순 대여금 사건에 대한 절차 간소화'가 장기과제로 분류됐었다"고 덧붙였다.


법원행정처는 특히 외국의 사건 처리 방식을 소개하며 "우리 민사소송법 아래에서도 획일적 사건 처리 방식을 탈피해 사건 내용과 성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신속처리절차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원행정처 외국사법제도연구 자료 등에 따르면, 영국은 1심 사건을 소가에 따라 소액소송방식, 속결방식, 복합방식으로 분류한다. 속결방식은 사건분류 후 30주 안에 재판 준비가 이뤄져 재판 기일이 지정돼야 하고, 전문가에 의한 입증은 서면으로만 가능하다. 또 1회 기일에 이뤄지는 5시간의 변론만으로 재판이 종료되는 제한이 있다. 일본은 2021년 2월 당사자의 신청을 전제로, 1회 변론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심리를 종결하고 당해 재판부에 대한 이의제기 외에 항소를 불허하는 신속심리절차를 제안했다.


법원행정처는 앞으로 △신속처리절차 대상 사건의 유형과 분류 방식 △신속처리절차의 구체적인 형태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향후 비교법적 연구 외 재판 지연의 구체적 원인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과 민사재판 실무를 담당하는 법관과 변호사들에 대한 설문조사나 면접 등의 방법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는 "소가 외 사건의 내용, 쟁점, 당사자의 수 등 고려할 수 있는 부수적 기준과 그 적정성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전자소송과 영상재판 등 기술적 변화를 고려한 신속처리절차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법원이 새로운 소송절차를 반영한 민사소송법안 등을 제정하는 데 참고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며 "입법에 이르지 않더라도 현행 민사소송절차에서 지연이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규칙과 예규 개정 등 자체적으로 대응할 방안을 강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